- 남과 북 서로 다른 자유를 경험하고 -
나는 30년을 북한에서 평범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남한에 와서 6년 차 적응하며 살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북한에서 살았다고 하면 어떻게 한국에 왔냐고? 또 어떻게 자유가 없는 그곳에서 살아왔냐고 묻곤 한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내가 살아온 북한에 대해 간단히 대답하며 홀로 생각한다.
'정말 내가 살아온 북한에는 자유가 없을까?'
이 물음의 답인 듯 어린 시절 학교에서(북 : 인민학교=남 : 초등학교) 배우고 많이 불렀던 노래 "자유가"가 입 밖으로 흥얼흥얼 나온다.
사람은 사람이라 이름 가질 때/
자유권을 똑같이 가지고 났다/
자유권 없이는 살아도 죽은 것이니/
목숨은 버리여도 자유 못 버려/
얼마나 많이 불렀으면 지금도 생생히 부를 수 있는 노래이다.
그렇다. 노래에도 있듯이 북한에는 자유가 있다. 북한에서 만의 자유!!!
북한에는 표현의 자유, 거주∙이동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많은 자유들이 제한되어 있다. 제한되어 있는 자유들이 그 환경에서는 당연히 지켜야 될 의무로 알고 살았었다. 나는 그 자유들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생각은 1도 못하면서 살았었다.
누가 그랬던가? 사람은 환경 속의 인간이라고... 그 환경에 적응하면서 사는 것이 자유인 줄 알고 나는 그렇게 30년을 살았던 것이다.
나는 처음으로 북한과는 완전히 다른 자유를 맛보았고 황홀한 꿈속에서 살고 있었다. 특히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남한의 방방곡곡은 물론 해외에도 갈 수 있다는 것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알고 경험할 수 있는 신비의 세계이다. 나는 겁이 좀 많아서 비행기 타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하지만 나는 1년에 꼭 1~2번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간다. 왜냐하면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갔다 왔다는 성취감이 두려움보다 몇 십배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자유는 북한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꿈도 꿀 수 없는 자유이다.
이런 자유를 누린다는 것은 누구에게는 그냥 평범한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내 인생엔 큰 축복이다.
이 자유 하나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고 열심히 살 수 있다.
"여우도 죽을 때 머리를 고향으로 눕는다"는 옛 속담이 있듯이 나 역시 정말 나서자란 고향이 너무 그립다. 사랑하는 부모형제가 있고, 그리운 친구들과 이웃이 있고, 나의 30년의 추억이 있는 그곳이 너무 가고 싶어 때 없이 향수병 앓이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에게 그곳에 가서 살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선뜻 대답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진정한 자유의 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번 경험한 이 자유는 너무 강렬하게 내 삶에 들어와 원래부터 자기 자리인 듯 버티고 있기에...
남한에 와서 나에게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며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개개인에게 주어진 자유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자유와 책임은 어떤 관계 일까?
자유와 책임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특히 요즘 온라인상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 아래 자유를 망각하는 댓글들을 읽을 때면 더욱더 생각이 깊어진다.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자유에 책임을 다하자!! 자유를 망각하지 말자!! 자유는 자유에 대한 책임이 뒤따른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자유를 누리자!!
자유는 책임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대개의 개인은 자유를 두려워한다.
Liberty means responsibility. That is why most men dread it.
- George Bernard Show -
자유를 두려워해야 한다. 남과 북의 다른 자유를 경험하였기에 지금의 자유가 소중함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나는 남한에 와서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그래서 오늘도 소중한 나의 행복과 자유에 책임을 다하고 세계여행을 꿈꾸며 열심히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