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개도리 Nov 09. 2018

"네? 누구보고 아재라고요?"

- 함경도 아재   vs   경상도 아재 -


1. 함경도 아재 


여기는 함경북도 무산광산
무산광산은 세계 10위권 순위에 드는 어마어마한 철정 광량을 가지고 있다. 


혜심이는 무산광산의 000 직장의 직원이다.

18살에 학교를 졸업하고(북한은 17, 18살이면 졸업을 함) 순리에 따라 사회에 진출하여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였지만 혜심은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여전히 생기발랄한 어린 꼬마 소녀였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혜심아”로 불렸고 어디서나 “혜심이”로 통했다.

 

 - 무산광산의 1. 2선광장과 기타 직장들!! 그곳에 혜심의 20대가 남아 있다 -


어느 날.

그녀의 직장동료인 영길이가 혜심에게 말했다.

“야~~ 꼬맹이도(혜심이를 종종 그렇게 불렀음) 나이 먹는구나!! 눈가에 주름이 생기는 거 봐라 하하”

“엥 그렀음까?? 나도 사람인데 나이 먹슴다 하하”

혜심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면서 대꾸했지만 돌아서서 거울을 보았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20대 중반을 넘어섰음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20대 초반의 풋풋하던 모습이 미세하게 나이를 세고 있는 듯.... 눈 주위에 잔주름들이 보일락 말락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세월은 누가 부르는 마냥 급행열차처럼 어딘지 모를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혜심의 직장에도 매해 새로운 동료들이 한두 명씩 입사한다.

올해는 30대 초반의 제쌈이들이(제대군인들을 그렇게 불렀음) 5명이나 들어왔다. 북한에서 남자들은 졸업 후 군대에 나아가 10~12년을(2011년 그 당시) 복무한다. 그들은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교 추천을 받아 무산 공업대학에서 4년간 공부하고 혜심의 직장에 입사한 것이다.  혜심이랑 대여섯 살 차이가 나는 그들의 눈에 더 이상 혜심이는 어린 소녀가 아닌 어여쁜 처녀였다. 그래서 그들은 혜심이를 “혜심이 아재”라고 존칭을 써서 불렀다.

혜심은 어릴 적에 현재 자기 나이가 되는 어여쁜 언니들을 “아재”라고 불렀고, 어느덧 자기가 그 “아재”로 불리게 됐다. 그렇게 혜심은 함경도에서 “혜심 아재”로 불리며 몇 년을 더 그곳에 머무르게 된다.

    



2. 경상도 아재 

     

여기는 대한민국
사람의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고 하더니 혜심의 인생 역시 그랬다.
30살이 되던 해에 한국에 와서 산다고 꿈에라도 상상했을까?
그저 세월의 순리에 몸을 맡겼을 뿐인데 와보니 대한민국이었다.     


꿈이냐 생시냐?

북한에서 한국으로 오는 과정과 입국하여 자유의 몸이 되기까지 장장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혜심에게 그 시간들은 매우 힘든 날들이었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순간 이동한 듯 한국에 와 있었다.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지?’

끊임없이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다. 

'적응해야만 한다'

질문에 대한 답 대신 자신에게 되뇌던 말이다.

 

서울에 정착해 살며 이웃집 이모의 도움을 받아 아르바이트도 하고, 학원도 다니고, 교회에 나가 친구들도 사귀었다. 그러나 30년 동안 살아온 환경과 완전히 다른 서울의 생활은 그렇게 녹녹지 않았다. 특히 함경도 사투리가 완전히 티 나기 때문에 북한 사람이라는 시선 받을까 봐 두려웠다. 


어느 날.

태국에서 합류하여 함께 한국으로 입국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친구는 경상도에서 살고 있다. 

"혜심아~ 여기 공기도 좋고 볼거리도 많은데 놀러 오라마! 맛있는 것도 먹고 얼굴도 보자"

아직은 세상이 두렵고 외롭던 혜심은 선뜻 그 친구의 말에 응했고 경상도 여행을 떠났다.

     

 - 부산감천문화마을  <어린왕자>와 함께 -


경상도에는 친구가 있어서 좋았지만 무엇보다 경상도 사투리랑 함경도 사투리가 비슷해 친숙했고 사람들과 대화하기 편해 좋았다. 혜심은 경상도 사투리에 금방 적응해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냥 평범한 경상도 사람인척 하면서.... ‘경상도에 와서 살아야 하나?’  고민도 했다.

     

경상도에서 머무른 지 며칠째 되던 날. 혜심은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영섭 아재 일루 오소!!”

     

‘아재? 여기는 아재가 없는데 누구보고 아재라고 부르는 거지?’

아무리 둘러봐도 혜심의 기준에는 아재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주위에 보이지 않았다.


‘설마 저분.....?’



그랬다!!

경상도 아재는 함경도 아재와 전혀 다른 아재였다. 혜심의 고향에서 아재는 아가씨와 비슷한 존칭으로 쓰이지만 경상도에서는 4~50대의 아저씨를 가리켜 아재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성별도, 나이도 완전히 다른 아재!!!


그 부름이 너무도 신기해 친구와 “혜심 아재”, “영섭 아재”,  북한 아재, 남한 아재 장난치며 서로 불렀다.

‘개똥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는다’는 그 나이는 지났지만 경상도 “아재”라는 말에 둘이서 실컷 웃었다.

오늘도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수많은 아재들이 존재하기에 함경도 아재 혜심은 경상도 아재를 경험한 그날을 추억 속에서 꺼내보며 미소를 짓곤 한다.


이 작은 소소한 미소들이 쌓여 새로운 환경에서 혜심이의 삶은 하루하루 성숙해진다. 





작가의 이전글 자유에 대한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