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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현 철학관 Feb 29. 2024

전남자친구와 커피 한 잔

난 그의 전여자친구가 아니란다..

늘 연애를 시작할 때면 설레곤 했다. '과연 이 사람이 나의 마지막 남자일까?'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도 참 순진하게 그리고 어리석게도 나는 결혼과 운명 같은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의 환상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연애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진 이유는 누군가와 연애를 시작하면서도, 헤어지면서도 아닌 1년 반 전쯤에 1년 정도 만났던 그와 낮에 만나 오랜만에 얼굴을 맞대며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몇 시간을 깔깔대며 웃고 난 이후였다. 물론 갓 사귄 나의 새로운 남자친구에겐 비밀로 한 채로 말이다.


너무도 익숙하면서도 다정한 눈 마주침, 그와 내가 헤어진 지 1년도 더 지났건만 왜 아직도 나는 그가 익숙하고 편했던 걸까?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생각이 다른 곳으로 순간 날아가곤 했다. '우리가 계속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그와 헤어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정말 많이도 사랑했던 남자였고, 어쩌면 나중에 뒤 돌아봤을 때 그가 나의 첫사랑이었더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사람인데도, 그와의 헤어짐은 후련했다. 이별 후, 온전한 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그렇게 그와 헤어지고 정신없이 1년을 오롯이 나를 위해 살았다.


그런데도 우연히 마주친 그의 모습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며, 너무나도 이질감 없이 자신의 모습으로 받아들인 그 안에 나를 보며 나는 왜 자꾸 미련이 드는 걸까? 물론 이별 후, 친구들을 만나며 나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역대급으로 인생 만족도가 최상이라고 말해왔건만, 아련하게도 자꾸 그와 잡던 손결과 그의 냄새, 만나면 반갑다고 하던 둘의 인사, 서로의 다정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헤어질  그가 문제였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나는 그에게 문제가 있던 것 아니었음을, 모든 관계는 언제나 쌍방이었다는 것을, 뒤돌아보고 나서야 너무 뜨겁게 사랑했던 내가 문제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 길, 아름다운 기억은 아름답게 두자고 나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었다.


우리가 긴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마주 보고 웃을 수 있어, 행복한 기억으로 그때를 추억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둘 다 온전한 한 사람으로서 건강하게 홀로서기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꽤 성장한 그를 보며 나는 뿌듯하고 기뻐 칭찬을 해주었다. 너도 나만큼 치열하게 잘 살고 있었구나.


서로의 근황과 안부를 물으며 또 앞으로의 계획을 나누니 몇 시간이 후딱 지났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쿨하게 악수도 포옹도 없이 제갈길을 갔다.



사랑하던 그 때, 그의 시선

그는 나의 전 남자친구이지만, 나는 그의 전 전여자친구라는 킹 받는 소리를 해대는 그와의 에피소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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