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위한 옷을 만들기로 했다
내 병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일종의 사회환원 같은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전히 나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사회를 위해 뭔가 좋은 일을 하면
내게도 복이 오지 않을까?
하루라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옷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너희 어머니를 위한 옷을 만들어보는 건 어때?"
친구의 어머니는 한쪽 팔이 불편한 지체 장애인이다.
어머니를 위한 옷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나왔던 아이디어였지만
친구도 나도 일상에 치여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야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친구와 친구의 어머니께 허락을 받고
친구네 동네에서 다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다.
토요일 1시 30분, 생선구이 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운전해서 갔는데, 어머니께서 제일 먼저 가게 앞에 기다리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오래 기다리셨어요?"
못 뵌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예전에 집에 자주 놀러가서 그런지
어머니께서 볼을 맞대고 껴앉아주시며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너는 어쩜 그대로냐? 하나도 안 변했네!"
"어머니도 그대로 세요."
그렇게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친구는 조금 늦게 도착한다고 해서 먼저 주문했다.
"고등어구이 하나랑 돼지고기전골 주세요."
나는 생선구이가 먹고 싶었는데, 어머니는 찜을 드시고 싶어 하는 거 같아서
그렇게 두 개 주문했다.
그리고 생선구이부터 나왔는데 고등어 맛이 아니었다.
"어? 이상하네.. 이거 고등어구이 맞죠?"
"그러게.."
알고 보니, 옆 테이블이랑 바뀌어서 다른 메뉴가 나왔다.
그리고 전골까지 다른 메뉴가 나왔다.
친구가 도착하고 다시 주문을 넣으려 하니
우리는 오히려 잘 됐다며, 공짜로 생선을 하나 더 주신다며 좋아했다.
식사를 맛있게 하고
우리는 옷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어머니께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제일 불편한 건 어떤 거예요?"
"어머니, 팔에 고무줄은 왜 끼고 다니는 거예요?"
어머니는 장애가 있는 팔에 옷이 흘러내리지 말라고
항상 옷 위에 고무줄을 차고 계신다.
비장애인과 달리 좌우대칭으로 설계된 기성복을 입으면
오른쪽 어깨와 소매가 흘러내린다.
원래는 셔츠나 단정한 옷을 좋아하지만
실수로 앞 단추가 풀리거나 목이 흘러내릴 때가 많아서
입고 벗기 편한 큰 옷 위주로 입으신다고 한다.
그리고 어머니는 항상 크로스 백을 매고 다니시는데
불편한 팔로 가방을 잡고 지지해야 안정감을 느끼신다고 했다.
"어머니 옷은 어떻게 입으세요?"
"팔을 먼저 끼세요? 아니면 머리를 먼저 넣어 입으세요?"
"나는 팔을 먼저 껴."
"불편한 쪽을 먼저 끼고, 그다음에 왼쪽 팔을 끼고, 머리 넣고 한 번에 입어."
집에 가서 어떤 옷을 만들어드리면 좋을까 하다가
아예 새롭게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어차피 어머니를 위한 맞춤복이니까
기성복에서 해결법을 찾을 필요 없고,
어머니한테 가장 편한 옷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디어 1. 왼손 가동범위 안에 다 들어올 것.
어머니께서는 왼손은 편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른쪽 목 뒤부터 오른쪽 가슴, 배, 왼쪽 밑단까지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왼쪽 손의 가동범위 안에
여밈 장치나 부속이 있으면 편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디어 2. 앞으로 입고 벗기
어머니가 옷을 벗을 때
손을 뒷 목으로 넘겨서 잡아당긴다고 했는데
그게 상상했을 때 많이 불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고정장치가 오른쪽 목에 있고,
풀었을 때 옷이 앞으로 빠지는 것을 상상해 봤다.
아이디어 3. 오른쪽 팔 편하게 지지하기
크로스 백을 이용해 팔을 고정시키는 건
걷다가 누가 어깨나 팔을 칠 때
어머니께서 중심을 잘 못 잡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장애가 있는 팔에 마비가 와서
움직이지 못한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친구에게도 어머니께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단순히 몸만 불편한 게 아니라
여러 사회적 시선과 경험들로 인해
심리적으로도 내가 모르는 많은 고충들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우리가 팔 부러져서 깁스를 하듯이
뭔가 힘들 때 팔을 끼고 쉴 수 있는
장치가 있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렇게 3가지 아이디어만 염두에 두고,
디자인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