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을 애써 외면하는 일

by 이고운


떠나는 것은 늘 소리가 크고, 오는 것은 대개 발자국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떠나는 쪽만 또렷이 기억한다.


시작은 환한데, 끝은 왜 늘 어둑해 보이는지. 그 사이에 놓인 시간은 분명 비슷한 색일 텐데도.


그래서 일부러 모른 척한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누군가의 말투가 달라지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체하는 건, 어른의 비겁함인지 생존 방식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안다. 떠나는 것들이 내 안에 빈자리를 남기면, 그 자리에 바람이 분다는 것. 그 바람 덕분에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잃어버린 것들 때문에 더 또렷해지는 숨이 있다는 걸, 요즘에서야 배운다.


붙잡지 않아도 머무를 것들은 결국 남고, 붙잡아도 흘러갈 것들은 끝내 흘러가는 것도 분명한 사실임을 안다.


발버둥치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인정하는 중이다.


아, 또 하나가 떠났구나.

아, 어쩌면 하나가 오고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