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며 지는 꽃잎이나, 저녁노을이 어둠 속으로 잠기는 풍경 같은 것들. 영원히 머물러준다면 고맙겠지만, 그것들은 기어이 사라짐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증명합니다. "아직 여기 있어 줘"라고 붙잡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잘 가, 덕분에 눈부셨어"라고 배웅하는 근육을 기르는 것. 그것이 제가 배우고 싶은 사랑의 자세입니다.
언젠가는 나 자신도, 내가 아끼는 사람들도, 우리가 공들여 쌓아온 이 일상의 소란함도 모두 사라질 겁니다. 하지만 사라질 운명이라고 해서 사랑하지 않을 이유는 조금도 없습니다. 오히려 끝이 예견되어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의 밀도는 더 빽빽해지니까요. 그러니, 내일이면 사라질지 모를 다정함조차 오늘 기어이 꺼내어 쓰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용기 있는 사랑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