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따뜻한 친구들을 만나지 못할 줄 알았어]
나이 꽤 먹은 사람의 '친구 사귀기'에 관한 착각
서른이 넘어가면서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한 갖가지 요소들...
자존감, 자신감, 피부탄력, 용기, 희망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한 갖가지 요소들...
불안감, 공포, 팔자주름, 무기력, 고정관념
‘내가 왜 이렇게 되고 있지?’
‘대체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어딘가에 상담하거나 묻지 않아도 원인은 대충이나마 짐작이 가는 것.
그러나 즉각 즉각 바로 솔루션을 찾아 헤맬 열정마저도 줄어든 것.
벌써 그렇게 되어버렸냐고 반문하는 인생선배들이 있겠지만
어쨌든 간에 20대의 나, 30대가 된 나, 그리고 30대 중반을 넘어가는 지금의 나는
또 사뭇 다르다는 게 사실이야.
또 줄어든 것이 무엇이 있냐하면
바로 ‘친구’
아는 사람, 가까운 사람 말고 찐으로 ‘친구’
.
.
.
내게는 너무도 삶의 큰 의미가 되어주던 소울메이트가 이 세상을 떠난 뒤로부터
그 커다란 상실감을 주체하지 못한 채 공허함에 몸서리를 치곤했었어.
(Y, 그곳에서 혹시 이 이야길 듣고 있니?)
(에잇, 또 거침없이 눈물의 하이킥)
사회에서 만난 또래 사람들도 내게 가끔 밥을 먹자거나 커피를 마시자고는 하지.
그리고 좋아하는 취향을 공유하며 SNS 계정을 함께 맞팔하기도 해.
그런데 자꾸만 반복하는 우리의 언어들이 있어.
‘맛있겠다. 언제 같이 가요. 힘내요. 파이팅. 예뻐요. 멋져요. 부러워요. ~같아요.’ 등의
셀 수 있는 한정판이 세트 속에서 좀처럼 벗어나기가 힘들더라.
또 가끔은 그렇게 만나 친해진 것도 같은데, 자꾸만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
요즘 관심사, 요즘 일하는 이야기, 기분 나빴던 사람 이야기 ...
‘나’라는 존재에 대해 궁금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에나 관심을 가지기도 하고 말이야.
사람은 좋은데 목소리가 너무 크거나 너무 후루룹 빠르고
한없이 격한 파이팅을 가진, 소위 기가 빨리는 사람들도 있어.
그럴 때면 나는 누군가가 그립더라. 실체는 없지만 ‘누군가’가.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려고 했어.
사랑하는 이성을 만나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나면
또 다른 세상과 인연이 펼쳐질 거란 상상을 하며 잠시의 공허함을 애써 잊으려고 했었어.
그런데... 그건 친구, 우정이랑은 또 다른 거잖아. 그치!
그러던 어느 날 (익숙한 서사의 전환, 그러던 어느 날!)
그래. 다시금 우정을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생겼어.
나랑 아무런 요소가 겹치지 않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다만 서로를 응원하고 서로에게 진심 어린 관심을 가져주는 그런 사람들을 알게 되었어.
어떤 계기였냐고?
근 7년 전에 일로써 알게 된 언니가 있었어.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연락하고 간간히 만나던 초긍정의 언니.
이렇게 세상 밝은 언니도 가끔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힘듦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
재주가 없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들어주었고, 언니가 좋아하는 맥주를 함께 마셔주었어.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비슷한 내 경험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지.
마찬가지로 진짜 친구가 서서히 줄어들어갈 즈음인 언니에게 내가 힘이 되어줄 수 있었어.
알고 보니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안고 있던 언니와 비로소 가까워지게 된 이런 날이 있었어.
나를 진심으로 예뻐하고 믿어주는 언니는 늘 주변 친구들에게
“고운이 정말 착하고 예쁜 동생이야!”하며 오글거리는 멘트를 날려줘서 고마워.
그리고 나의 힘듦을 궁금해해주고 같이 고민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서 참 고마워.
이후로 나는 음악을 하는 언니를 따라 종종 공연장에 동행을 하곤 해.
신기하게도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무기력, 체념 따위가 점차 걷히는 느낌을 받았어.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언니의 주변을 만나면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지.
바빠 죽겠는데 무슨 감상적인 소리를 하냐는 둥의 태도란 전혀 없는 분위기.
약속을 잡을 때 시간을 쪼개어 잡지 않는 사람들.
이렇게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반성을 하게 되었지.
‘아 .... 그래....그래!‘
좋은 사람들 사이, 깨달음 속에서 살아가는 요즘이 참 행복해.
어른신들 말마따나 삶은 끝까지 살아봐야 아는 건데,
나 참 일찍이도 섣불렀지.
누가 경상도 여자 아니랄까봐.
그리고 또 정말 정말 중요한 깨달음이 있었어.
사실은 내게 어울리는 친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데 몰라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먼저 ‘Open’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
점점 겉절이 식의 친구가 많아지는 우리들.
어쩌면 착각에 사로잡힌 채, 서로 겁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