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프레젠테이션의 오류를 발견하자!”
온라인 강의를 통한 자격증 콘텐츠를 제공하는 D 기업의 CEO 김 모 씨는 새해 초 전 직원회의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전면에 나서기를 주저하던 그도 주춤한 회사의 전년도 성과를 회복하고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 것. 그는 큰소리로 여러 번 실전 리허설까지 거친 뒤 당일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우리 회사가 앞으로 힘을 쏟아야 할 전략적 역점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02년 당시 우리 회사가 등장할 시기에만 해도 당시 인터넷 교육 사업은 블루오션으로서의 호기를 띠고 있었습니다”
“저는 IT업계를 거쳐 10년 이상의 교육 업계 경력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감도 충만한 상태였지요. 우리 D사의 지향점은 학습 목적에 최적화된, 그러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즐겁게 공부한다!’를 콘셉트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2000년대 초반 등장한 몇몇 대형 브랜드 탓에 스타강사들을 빼앗기기도 했으며, 개방형 플랫폼이 대거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장 생태계가 조성되고야 말았습니다.”
“개방형 플랫폼은 그야말로 센세이션 했습니다.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무료로 강의를 올리고 공유를 할 수 있다는 개념인 데다 재야의 숨은 고수들이 대거 등장했죠. 더 이상 웬만한 실력으로는 온라인 유료 강의를 맘껏 펼칠 수도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열정적인 CEO의 태도에 반해 초반 미소와 집중을 보이던 사원들도 하나 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두기 시작, 회의 노트에 낙서를 하는듯한 사원, 하품을 하는 사원과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사원 등 다들 집중력이 흐려진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회사의 시너지 콘텐츠를 공개하기도 전에 흐트러진 몰입감에 그도 김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핵심이 잘 살아있으며, 준비가 잘 된 멋진 내용의 발표였기에 사원들의 태도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대체 그의 발표에선 무엇이 오류였던 것일까?
초반에 제시된 사례에서 보듯이 발표자는 열정과 더불어 구술 연습의 요소를 갖추어 프레젠테이션에 임했다. 하지만 발표 시작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청중의 몰입도가 흐트러지는 현상을 경험했다. 이러한 경우 어떠한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청중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발표가 따분하지 않도록 발표 흐름상 오류, 군더더기 설명의 시간 지체 요소를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발표자의 프레젠테이션은 초반부 주제를 명시하기는 했으나, 서론의 ‘2000년대 초반 등장한 몇몇 대형 브랜드 탓에 스타강사들을 빼앗기기도 했으며, 개방형 플랫폼이 대거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장 생태계가 조성되고야 말았다’의 부연 설명이 이어져 초반부 흐름의 명쾌함을 저해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군더더기 설명이 이어질 경우 청중의 고개는 갸우뚱해지고, 지루하단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무료로 강의를 올리고 공유를 할 수 있다는 개념인 데다 재야의 숨은 고수들이 대거 등장했죠.’와 같은 부연 내용은 분명 중요한 내용은 맞지만, 청중이 소화할 수 없는 긴 분량으로 작용한다.
청중들은 생각보다 집중도가 낮다. 지루함을 참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바로 발표 초반, 서론에 너무 많은 설명을 넣는 것은 좋은 평가를 받을 리가 만무하다.
발표 주제와 강력한 관계성이 있는 멘트로 시작하여 보다 간결한 흐름으로 접근한다면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이 매력을 가지는 까닭은 아무래도 ‘현장 승부’라는 사실에 있다. ‘누가’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프레젠테이션의 성공 관건이 된다. 이때 ‘누가’라는 요소는 ‘영향력’ 또는 ‘이미지’를 의미하며, ‘어떻게’라는 부분은 콘텐츠 구성과 연출 부분이 해당된다. 이에 세계적인 기업 CEO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는 것이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할 만큼 매력적이기도 하다. 이번 칼럼에서는 먼저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관해 생각의 초점을 맞춰보자.
여러분도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선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조금 꺼내볼 필요가 있다. 잊어서는 안 될 기억들, 치명적인 실수나 부족한 준비로 인해 프레젠테이션을 망쳤던 기억들이다. 비 온 후 땅이 굳는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전패위공 등의 진리를 떠올리며 지난 실패를 통해 오류를 발견해보자. 프레젠테이션을 잘하지 못 하는 대표적 오류로 5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아마도 여러분 역시 5 가지 오류 중에 그 원인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첫째, 주제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 거지?”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고 끝이 날 때까지 청중들 머릿속에 주제가 입력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지조차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면 그 발표는 실패일 수밖에 없다. 프레젠테이션 초보가 저지르는 대표적인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졸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청중이 있었다면 반드시 감사해야 할 노릇이다.
둘째, 전체의 흐름이 없다
“여기서 이 얘기는 왜 나오는 거지?” 중요한 내용은 많지만, 그만큼 청중이 소화할 수 없을 만큼 늘어놓는다면 그 발표도 마찬가지로 실패. 너무 많은 포인트를 거론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구조적이지 못 하고서 아이디어가 산발적으로 중구난방 등장한다면 어느 시점에서 청중은 시쳇말로 ‘멘붕’에 빠져버릴 것이다.
셋째, 발표 시간이 너무 길다
“대체 언제 끝나는 거지?” 청중들은 생각보다 집중도가 낮다. 지루함을 참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발표가 너무 짧았어~”라고 불평하는 사람은 드물어도 너무 길다는 불평은 스스로도 해본 경험이 많을 것이다. 성인의 집중도는 약 15분~30분 사이라고 한다. 중간중간 지루함을 해소하는 장치를 넣는 것은 고수나 하는 계산이라 치더라도 발표가 너무 길고 지루했다는 피드백을 듣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아쉬움으로 남을 일이다.
넷째, 발표 전달력이 부족하다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가 않아!” 주제와 상관없이 장황한 설명들도 청중의 이해를 흐리지만, 전달력 없는 발표 역시 내용 파악의 장애물이 된다.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 부정확한 발음, 악센트 없는 말투 등으로 인해 청중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와 표정을 지으며 불만을 표시하고야 만다.
다섯째, 청중이 얻는 이익을 다루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나와 무슨 상관인 거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얻게 된 정보가 청중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지가 빠졌다. 열심히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보았지만 청중들은 회의실을 나오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문을 가지게 된다.
발표자가 이러한 다섯 가지 실수 중에서 단 한 가지라도 초래했다면,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청중의 시간과 에너지, 집중력을 낭비한 셈이다. 더욱 슬픈 사실은 이러한 실수 때문에 프레젠테이션의 목적 또한 제대로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섯 가지 오류를 더욱 와 닿게끔 방송 멘트에 비유하여 살펴보도록 하자.
백종원 씨와 같은 유명 요리사가 방송에서 개발한 요리의 레시피를 시청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오늘은 김치볶음밥 조리법에 대해 알려드릴게요!”라고 먼저 멘트를 했다는 것은 프레젠테이션의 핵심인 주제와 요점을 명시했다는 것이다. 듣는 사람이 어떤 요리에 대해 배울지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거론했던 주제 표명의 오류는 벗어난 셈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내 ‘더 새로운 요리는 없나?’, ‘다른 김치볶음밥이랑 무슨 차이가 있다는 거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때 “밤마다 야식이 당기는데 뭘 먹어야 할지 모르시겠다고요? 집에 있는 간편한 김치 하나만으로도 맛있게 완성하는 초스피드 레시피를 공개합니다!”라는 멘트로 두 번째 오류를 피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요리법에 대한 설명으로 들어가서는 어떤 설명부터 하는 것이 좋을까? 완성된 김치 볶음밥-볶음밥의 맛-볶는 시간-볶는 방법-재료 손질-재료 준비 이런 순서로 설명한다면 어떻게 될까? 온통 뒤죽박죽인 순서에 시청자는 메모를 하려다가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음식 코스로 치면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요리, 후식까지 차례대로 음식이 나와야 하는데 후식부터 먼저 제공되는 황당한 셈이다. 당연히 준비재료-재료 손질법-볶는 방법과 시간-완성된 김치볶음밥-시식 순서로 멘트를 이어가야 시청자들이 보다 편안하고 기억하기 쉬운 시청을 할 수 있다. 이로써 세 번째 실수를 넘어갈 수가 있다.
또한 만약 요리사가 지나치게 작은 음성으로 요리를 설명한다거나 새는 발음으로 재료 명칭을 알려주기라도 한다면? 정보의 전달력면에서 떨어진다는 평가와 함께 프로그램의 생명은 결코 길지 않을 것이다. 방송계에선 전달력이 더욱 중요한 부문이기 때문에 추후의 섭외조차 장담할 수 없는 일이 초래된다. 전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추가하자면 지나치게 전문적인 용어들은 배재하는 것이 맞다.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만약 요리사가 요리 재료를 설명할 때에 ‘배추’라고 하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부분을 양귀비목 십자화과의 식물, 혹은 영어 이름인 cabbage라고 지칭했을 때는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호감도마저 떨어지는 효과가 생긴다. 물론, 한 두 번은 예능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5분 만에 완성되는 음식에 대해 50분에 걸쳐 장황하게 묘사한다면 어떨까? 채널이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더욱 커질 것이다. 만약 볶음밥 위에 얹을 달걀을 설명하는 순서에서 닭이 달걀을 생산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상황이라면 분명 지나치게 긴 설명이고 제작 과정에서는 편집이 다수 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간략하게 압축해서 15분 정도만 설명해도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전달할 수 있다. 군살을 빼듯이 매끈하게 다듬고 최대한 간결하게 이야기하면 다섯 번째 치명적 실수도 넘어가는 셈이다.
예로 든 사항이 방송 프로그램이라서 조금은 어색할 수 있지만, 이러한 실수들은 우리의 실제에 엄연히 존재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설명을 충분히 진행해봤다. 몇몇 언어 감각이 뛰어나거나 스피치 능력을 타고난 분도 계시지만, 이외에는 대부분 이 다섯 가지 실수 중에서 몇 가지를 혼합해서 초래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만큼 우리가 조리 있게 말하고 설명하는 일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신경을 기울이고 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가 천냥 이상을 벌어들이는 시대, 미래를 위한 스피치 투자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현장 강의 경험과 익힌 내용들을 토대로 한양대학교 ERICA 교수학습센터에서 '스마트스피치솔루션'이라는 강의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관련 내용들을 매거진으로 엮고자 2021년 첫 칼럼을 발행합니다. 올해는 구독자 여러분 모두가 '맘씨'와 '말씨' 뛰어난 행복의 주체가 되시기를 바라며...저는 꾸준한 글로써 소통할 것을 조심스레 다짐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