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다르고 '아'다르다는 익숙한 우리 옛말이 있다. 같은 주제의 내용도 표현의 방식에 따라 그 전달 의미가 달라진다는 뜻. 말의 고수들은 목적과 목표에 따라 가장 적절한 표현을 찾는 일, 프레젠터라면 주어진 상황에 가장 걸맞은 발표 스타일을 항상 고민한다.
한 편의 주제 선정과 세부적인 구조 설계가 모두 끝났다면 이제는 그 내용에 살을 붙이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이 작업은 어떤 장르의 스피치를 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지는데, 평범한 표현들을 자꾸만 낭독하거나 암기하여 말하는 방식보다는 계속 표현의 방법을 달리해 가면서 나만의 표현법을 익혀보는 것이 좋겠다.
이때는 어떠한 방법을 택하든지 간에 나의 스피치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수사기법'을 터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수사법은 생각을 특별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기술로 표현이나 설득에 필요한 다양한 언어 표현 기법을 말한다. 그렇다면 핵심을 전달하는 좋은 수사법의 요건으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하나. 청중의 수준에 적합해야 한다
모든 것의 초점이 청중에 맞춰져야 성공적이기 때문에 수사적 기법 역시 청중의 지식과 기대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관련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경우 가능한 한 쉽게 표현해야 한다. 어휘가 쉬워야 하며 문장의 구조가 단순할수록 좋다. 어려운 단어와 전문용어를 남발하는 것은 자신의 역량을 자랑하는 데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스피치나 프레젠테이션의 본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매우 비효과적이다.
반대로 청중의 지식수준이 높고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스피치를 하는 경우에는 그들에게 익숙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일상적인 단어나 표현보다는 전문적 어휘와 관념적 표현에 익숙하기 때문에 오히려 너무 쉬운 표현을 사용할 경우 종종 역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상대의 기대 수준과 눈높이를 고려하는 것이 핵심인 셈이다.
둘. 명쾌하고 정확해야 한다
말을 할 때 항상 표현하고 싶은 바를 명쾌하게 표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는 쉽게 연출하라는 것과 사뭇 다르다. 어려운 표현을 쓰더라도 그 의미가 명확한 경우가 명쾌한 것이며, 어려운 표현을 쓰더라도 의미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경우 모호성이 강한 것이다.
특히 발표의 경우는 효율성이 중요하다. 효율성은 구체성에서 드러나게 된다.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듣는 사람이 잘 아는 개념들을 위주로 표현해야 하며, 표현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휘상의 예로는 ‘이 법률의 폐해가 심각하다’와 ‘이 법률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전혀 다른 말이 된다. 예를 들어 ‘에베레스트 산’을 ‘에레베스트 산’으로 ‘스튜어디스’를 ‘스튜디어스’로 표기하는 등의 부정확은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외래어나 이름을 표기하고 사용할 때 특히 유의하고 사전에 많은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좋다.
관습적 표현의 예로는 ‘최상이다’, '최고다 ‘, ’열악하다 ‘, ’ 형편없다 ‘와 같은 확실한 표현을 하는 것이 올바르다. 그런데 사실 관계의 판단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표현하는 한국사람들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그런 것 같다 ‘ 또는 ’ 그럴지도 모른다 ‘ ’ 아닐지도 모른다 ‘와 같은 모호한 표현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명확성을 기해야 하는 프레젠테이션에서는 표현의 정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자. 겸손과 침착성의 문화적 요인으로 굳어진, 둘러말하거나 애매하게 표현하는 화법들이 있다. 단점을 누그러뜨려 발표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 여부의 정확성을 따진 다음 ‘틀림이 없다’, ’전혀 근거가 없다 ‘ 식의 강한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이는 단연 설득 심리를 높이는 화법이 되어 줄 것이다.
셋. 창의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마치 하나의 공식처럼 사용되는 낡은 표현들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이 글쓰기는 물론,스피치에서는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기업에도 혁신이 필요하듯 개인에게도 혁신은 필요하다. 새해를 맞이하며 일상에 변화를 주듯 의사소통의 도구인 언어에도 변화를 시도하자!
청중은 너무 익숙한 것들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간혹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많이 들어본 표현에 대해서는 걸러 듣고 지나쳐 버리게 되므로 결국 누리고자 했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 하게 된다. 그러므로 슬라이드 한 장에 담고자 하는 바와 또한 그것을 표현할 때에는 최대한 흔한 표현보다 자신의 독창성이 빛나는 표현들을 사용하여 주제에 흥미와 신선감을 주어야 한다.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완벽한 새로움을 신선 함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그런 의미에서 옷을 입는 방식인 패션을 살펴보면 우리 스피치와 닮아있는 구석이 꽤 많다는 것을 느낀다. 이미 정해진 종류인 기본 아이템과 응용 아이템들... 서로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로맨틱, 모던, 펑크, 빈티지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느낌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또한 컬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나만의 개성이 드러나거나 없던 매력이 생겨나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마치 연예인들의 '같은 옷 다른 느낌'처럼, 남이 사용하는 표현도 내가 다르게 스타일링하면 또 다른 신선함이 느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