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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Feb 17. 2024

[UAE] 비 내리는 사막

이제 슬슬 더워집니다.

제가 사는 곳은 중동 지역에 아주 조그만 나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예요. 비올건 생각도 못하고 우산하나 없이 이사 왔는데, 요 며칠 비가 많이 내려서 아이가 우산을 찾았어요. 응? 없어......

우산을 쓸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은 못했거든요. 십 년 전만 하더라도요. 지금은 인공강우 때문에 비가 가끔 와요. 폭우로 쏟아지는 경우가 많고요. 한 몇십 분 만에도 까만 먹구름이 몰려왔다 금세 사라지는 걸 보고는 아이는 그걸 소나기라고 해요. 요 며칠은 소나기가 아니라 그냥 장대비가 주르륵 내렸어요. 아이도 신기한 모양이었나 봐요. 딱 부침개 생각이 나는 며칠이었어요. 


집 근처 구름 낀 하늘입니다. 


오늘 아침 일찍 밖에 나가 공원 한 바퀴 돌고 몸과 마음 좀 개운하게 하려는데 너무 덥네요. 지금 한 바퀴 돌고 오니 딱 20분 걸렸어요. 햇볕이 뜨겁습니다. 긴팔에 긴바지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바람이 불어 모자가 날아갈 정도니 옷 때문이 아닌 거 같아요. 이제 여름이 오려나 봐요. 한동안 선선해서 스웨터도 입고 얇은 패딩도 입고 돌아다녔지만 이제는 여름을 준비할 시간이에요. 여름에는 리넨으로 된 옷 그리고 한없이 가벼운 옷차림에 겉에 가볍게 걸치고 나가는 걸 좋아합니다.  


산책길이에요. 놀이터도 있어요. 


이 나라 살면서 사계절이 어땠는지 잊어버렸어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바꿔 입고 새로운 옷도 장만하곤 했는데 여기는 그냥 여름옷이 최고예요. 겨울 코드와 패딩 그리고 터틀넥이 있기는 하지만 안 꺼내 입은 지 오래됐어요. 두바이 몰이나 에미레이트 몰에 가면 관광객들이 그런 옷을 입고 돌아다닌 건 종종 봤어요. 큰 쇼핑몰에서는 민소매 핫팬츠부터 시작해서 털옷에 패딩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하거든요. 


일 년 내내 여름인 이곳에서 겨울은 시원한 여름이라 말들하고요, 저는 아주 만족하며 지내고 있어요. 추위를 많이 타는 분들은 공감하실 거 같아요. 여름은 정말 많이 덥지만 밖에서 걸을 곳이 마땅치 않고 보통은 실내에서 지내기 때문에 오히려 여름이 더 서늘해요. 차에서 운전하는 동안은 많이 덥긴 하지만요. 아무리 유리를 코팅해도 그 열기를 온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워요. 


한여름에 운전하다 보면 실외온도가 40도 넘는 일이 자주 있어요. 내 몸이 서서히 익어가는 중인 거죠. 머리가 지끈지끈 몇십 분 운전하면 진이 빠져 실내 들어가면 엄청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온몸으로 불어오는 일이 다반사예요. 그렇다 보면 우리 몸이 적응하기 좀 힘들겠죠? 맞아요. 냉방병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약한 두통 때문에 여름에 고생 좀 해요. 여름에 긴소매 그리고 얇은 외투를 꼭 챙기는 게 습관이 되었어요. 에어컨의 냉랭한 공기가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몰라서요. 


더워지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습하기도 하고 또 건조하기도 해요. 습할 때는 제습기를 틀어놓고 지내고요, 친구가 지난달에 놀러 왔는데, 건조하면 가습기를 사라면서 스테인리스 밥통 모양을 추천해 줬어요. 같은 두바이에서도 사는 지역에 따라 습기와 건조함 정도가 천차만별이에요. 바다나 마리나 근처에 살면 일 년 내내 습할 수도 있고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습기는 전혀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습한 곳은 안 맞더라고요. 매일매일 제습기 물 버리는 게 좀 귀찮아서요. 


한 여름에 밖에 나가면 땀이 갑자기 주르르 흘러내리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답니다. 한 선배가 해외 출장 중에 두바이를 경유한 적이 있었데요. 마침 시간에 여유가 있어 택시 타고 한 바퀴 구경이나 해야겠다고 나왔는데, 너무 더워서 충격받았다는 얘기를 저를 보자마자 하더라고요. 물론 많은 분들이 충격받죠. 근데 저처럼 여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오히려 요즈 날씨가 추워졌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해요. 예전처럼 한여름도 충격적으로 덥지도 않고 오히려 겨울이 선선하고 길어져서 이상기후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니까요. 


이곳에 여름은 4월부터 시작이라고 많이 생각해요. 10월까지는 꽤 덥습니다. 그 나머지는 날씨가 좋고 관광객으로 여기저기 사람이 북적대요. 친구가 지난달 2월에 놀러 와서는 선선하다며 놀라고 갔어요. 제가 새벽에 춥다고 얘기했지만 믿지 않는 눈치였어요. 오후 사막 사파리를 다녀와서는 꽤 추웠다며, 아이들 패딩 입혀 가길 잘했다면서요. 여름에 왔던 친한 선배는 너무 덥다면 두바이는 정말 사막이라고 놀라고 갔었고요. 


왼쪽 라메르(La mer, 현재 공사로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어요.), 오른쪽 JBR (Jumeirah Beach Residence)


저는 약간 더운 날씨를 더 좋아하는데 그 이유가 수영 하기 좋아서예요. 뜨거운 햇볕에 바닷가에서 쉬다가 바닷물에 풍덩하고 들어가면 기분이 꽤 좋아요. 바닷물이 차갑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원합니다. 지금 겨울철에는 물이 차가워서 수영장에는 안 들어가거든요. 바닷가도 온도가 높지 않아서 들어갔다 나오면 오싹할 정도로 로 차갑고요. 그래도 수영하는 분들 꽤 많아요. 다가오는 여름과 다음 달 다가오는 라마단을 어찌 잘 보내야 할지 계획 좀 세워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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