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ki Jul 10. 2020

멋진 실패, 그리고 한 가지 두려움

Beautiful Failure

“난 살아오면서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그게 내가 성공한 이유다” -마이클 조던-




실패 없는 성공은 없고 실패 없는 인생도 없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 해결방법을 찾는다.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하는 것은 실패로 끝나지 않고 성공의 초석이 된다. 다 아는 식상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아는 것과 경험하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실패를 많이 할수록 안 되는 방법을 많이 알게 된다. 실패의 쓰디쓴 대가 없이 실패를 미리 많이 해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에서는 가능하다.



실패에는 깨달음방법성공변화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과 확실히 모르는 것들은 대부분 해결이 쉽다. 왜냐하면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이 정확하게 알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중간의 아는지 모르는지 애매한 것들이다. 잘 모르면서 정답을 맞히고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차라리 틀리는 게 나중을 위해서도 낫다. 자신이 무엇을 잘 모르는지 정확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틀리고 실패해야 자신이 모른다는 걸 정확히 깨닫게 된다. 실패는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제대로 알기 위한 첫걸음은 성공이 아닌 실패에서 시작된다.


에디슨(Edison, 미국의 발명가)이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구를 완성하기 위해 9,999번이나 실패를 했다는 일화는 워낙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한 친구가 그에게 “자네는 실패를 1만 번이나 되풀이할 작정인가?”라고 물었다. 에디슨은 “나는 실패를 거듭한 게 아니네. 그동안 전구를 발명할 수 없는 9,999가지의 방법을 발견했을 뿐이네.”라고 대답했다. 에디슨은 실패를 실패로만 보지 않았다. 실패 안에 담긴 깨달음, 방법, 해결책 등을 보았던 것이다. 말로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서 알고 있지만 실제로 깨닫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끔씩은 절대 작은 실수도 일어나면 안 되는 중요한 순간들을 맞이한다.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을 위해 작은 실패들을 미리 경험하는 것은 실패라고 할 수가 없다. 실패 그 이상의 배움과 준비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이를 ‘시행착오’ 또는 ‘기회비용’을 통한 교훈이라고도 부른다. 미팅과 소개팅에서 퇴짜를 맞거나 실패하는 것은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을 때 실수하지 않기 위한 준비가 된다. 회사에서 정말 중요한 비즈니스 발표 전에 작은 보고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것은 안도의 한숨이 된다. 작은 실패들은 큰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한 준비이고,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는 배움이다. 단지 우리가 실패의 순간에 그것이 성공을 위한 과정과 준비인지를 깨닫지 못할 뿐이다.

Learned Lesson

스티브 잡스의 인생행로는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역경을 이겨낸 사례로 유명하다.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난다는 것이 우리 문화에서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하지만 그 일로 인해 잡스의 인생은 또 한 번 바뀌고 더 큰 성공의 길로 접어들었다. 물론 애플에서 쫓겨난 후 잠시 길을 잃고 방황했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NeXT와 Pixar를 만들어 다시 애플로 금의환향했다. 정말 영화보다 더 영화스러울 정도로 드라마틱한 실패와 성공을 경험했다. 잡스가 회사에서 쫓겨났을 때 그 큰 실패를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잡스는 지금처럼 우리들에게 기억되지 못했을 것이고, 우리는 아이폰이라는 것을 손에 쥐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큰 실패는 너무나 아프고 힘들지만 그만큼 더 큰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준다. 단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말이다.



최선의 노력 후에 맞이하는 멋진 실패는 '성공'을 부르는 밑거름이 된다

     

성공보다 실패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실패도 실패 나름이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에 목표를 둔 ‘멋진 실패’에 대해 생각해 보자! 단순히 실패를 목표로 한다는 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실패를 목표로 할 경우 목표 달성은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내팽개쳐놓으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 하나가 바로 '멋진'이라는 형용사다. 이 형용사 하나가 모든 걸 바꾸는 신의 한 수다!

초보 때 잘못 들어간 최상급 슬로프에서 1시간을 고생해서 내려온 후 참았던 울음이 쏟아졌다.
최상급 슬로프 정상에서부터 1시간 내내 수 십 번의 엉덩방아와 실패를 이겨내고 결국 슬로프 베이스에 도착한 아이가 마치 금메달 선수처럼 뻗어 올린 감격의 팔!

멋진 실패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실패’이기 때문에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는 '성공'을 의미한다.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는? 핵심은 여기에 있다. 그냥 ‘실패’는 아무런 노력이 필요 없지만, ‘멋진 실패’는 최선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남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멋져 보여야 하니 모든 것을 동원하여 아낌없이, 후회 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야말로 아쉬움이 ‘1’도 남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노력한 과정이 있는 실패에는 후회도, 아쉬움도, 자괴감도 그리고 열등감도 있을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바쳐서 해도 안 되는 것에 무슨 미련이 남겠는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보람과 자신감의 기억들만이 강하게 각인된다. 비즈니스로 치자면 ‘멋진 실패’는 무조건 이기는 게임이고, 무조건 남는 장사다. 목표를 이루어도,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게임의 세계로 심하게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수십 개의 게임 캐릭터를 외우고, 꿈도 게임 세계를 꿀 정도였다. 하루는 자는 척을 하고 부모가 잠든 후에 새벽에 일어나 게임을 하다가 걸린 적도 있다.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나는 어른처럼 대하면서 약속하고 기다렸다. 편지를 쓰기도 하고, 엄마 몰래 남자들만의 의리의 약속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아이가 어리다는 것, 멀티미디어의 힘은 막강하다는 것을 간과했다. 결국 아빠의 다양한 노력들은 모두 실패하고 게임의 위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빠의 부족하고 어리석은 대응으로 나쁜 습관을 오히려 강화한 꼴이었다. 하지만 감정에 대한 부분 빼고는 후회가 없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안 되는 방법 한 가지를 경험한 것뿐이다. 멋진 실패에는 희망이 있으니까. 아들! 아빠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실패라는 것은 그 결과만으로는 절대 ‘실패’가 되지 않는다. 자신이 실패를 받아들이고 ‘포기’할 때 실패가 확정되는 것이다. 결과만으로 상황을 포기(확정)하는 사람은 진짜 실패를 하게 된다. 성공경험 없이 미리 포기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포기하고, 계속해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포기(확정) 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경험을 바탕으로 교훈을 적용하는 사람은 성공하게 되어 있다.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는 확정되지 않은 채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시냇물을 건너기 위해 징검다리 돌 하나를 더 놓을 뿐이다. 실패를 자산화 하는 사람은 시간이 걸릴 뿐 언젠가 반드시 성공하게 되어있다.

     

<마인드셋>의 저자 캐럴 드웩(Carol S. Dweck)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인간에게 내재된 사고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성장형 마인드셋과 고착형 마인드셋이다. 성장형 마인드셋은 도전을 즐기고, 어려움을 견뎌낸다. 실패를 유연하게 바라보고 바꿀 수 있다는 태도를 갖는다. 반면 고착형 마인드셋은 실패를 끔찍한 것으로 여긴다. 재능과 능력은 타고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고 믿는다. 마인드셋은 후천적 노력으로 습득이 가능하다. 배움에 대한 의지, 노력에 대한 믿음, 실패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인생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태도는 인생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우리가 실수와 실패 속에서 배워야 하는 이유는 도전 > 실패 > 배움 > 성장 이라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내 아이 역시 어릴 때부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 겪었던 작은 실수들(길을 잃는 것 등)이 시간이 지나면 대수롭지 않게 된다는 것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효과는 초등학교 5, 6학년 반 회장 선거에서 나타났다. 친구들이 추천해줘도 머뭇거리던 아이가 제일 먼저 손 들고 자신이 해보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아이가 떨어졌어도 손을 든 시도만으로도 큰 상을 주려고 했는데, 임명장을 받아왔다. 아이의 뇌리에 두려움을 이겨내고 최선을 다한 노력의 임명장으로 기억되기를 바랄 뿐이다.



여행은 멋진 실패를 대가 없이 연습할 수 있는 최고의 연습장이다

     

여행과 멋진 실패는 참 많이 닮았다. 여행이 스케줄대로 진행이 잘 되면 좋지만, 계획대로 안 된다 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없다. 의외의 이벤트들 덕분에 더 재미있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 유연함을 배우기 때문이다. 여행은 계획대로 순풍을 달아도, 역풍을 맞아도 모두 즐거운 추억이 된다. 최선을 다한 후에 멋진 실패가 되든, 성공을 하든 모두 의미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행을 통해 경험하는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고 안 되는 방법 하나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된다. 매 순간 선택으로 인해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는 여행은 대가 없이 마음껏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연습장이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두려움


인생을 '멋진' 실패로 가득 채우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꽤나 근사하다.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가며 산다는 것 역시 근사한 일이다. 그 근사함이 가득한 인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이겨내야 하는, 스스로 극복해내야만 하는 자신만의 '두려움' 역시 공존한다.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내일 만날 내 안의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해 본다. 실패의 두려움보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라고..


작가의 이전글 아이 성장의 시작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