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를 목욕시키고 오겠다는 보호자님의 연락을 받고 나는 오늘 유난히도 더욱 청소에 신경을 썼다
보통 펫시터 예약 일이 다가오면 청소와 살림들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그동안 다녀 간 친구들의 마킹한 곳을 좀 더 세심하게 닦는다
각 방의 이불과 베개 커버를 모두 깨끗하게 세탁된 커버로 갈아 준다
화장실의 청결상태와 배변패드, 물티슈, 화장지가 넉넉하게 있는지 체크한다
베란다와 다용도실은 외부공간이므로 청소시간 외엔 문을 닫아 놓는다
깨끗하게 보관했던 그릇을 꺼내 그중 1개의 그릇에는 정수물을 담아 강아지 트레이에 세팅해 놓는다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고 내려갔다
고층 아파트 건물이 만든 음지 끝 길 건너편에선 아직 한여름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 뜨거운 햇살이 가을과 공존하고 있었다
딸기 넥 카라를 목에 두른 작은 강아지를 안고 차에서 내리는 보호자님이 보였다
살랑살랑 하늬바람을 만난 보호자님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흩트러지게 휘날렸다
보호자님 품에 안긴 버디는 순수한 아기처럼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보호자님과 사전 펫시팅을 했었어도 추가로 알아야 할 전달사항과 버디의 소지품을 건네받았다
나에게 안기는 순간부터 강하게 거부하기 시작했다
온몸을 버둥거렸고, 네 개의 발을 뻣뻣하게 힘을 주며 벗어나려 했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
몸부림이 소용없다는 걸 받아들이며 몸에 힘을 빼기 시작했다
달리 표현할 방법이라곤 입을 벌리고 가뿐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현관문을 열자 나른하게 자고 있던 초코(우리 집에 사는 초코 8살/ 남/ 푸들)는 나의 가슴에 안긴 버디를 제일 먼저 보았다
새로 온 친구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를 제일 먼저 궁금해했다
최대한 몸을 끝까지 세우며 버디의 생식기 가까이 냄새를 맡으려 했다
하지만,,, 버디는...
안겨 있던 나의 몸을 올라타며 초코의 접근과 낯 선 환경을 불편해했다
다리가 가늘고 키가 큰 저 누런 강아지의 관심을 싫어했다
이곳저곳에서 나는 미세한 냄새도 그리 유쾌하지 않아 했다
한 참을 현관문을 등지고 있던 버디
공허하게 돌아다니며 방황하는 버디를 살며시 안았다
이름을 부르며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 주며 거실, 부엌, 방을 두루두루 구경시켜 주었다
최대한스스로 호기심이 생기도록 기다려 주었다
"끼~~ 잉... 끼~이~잉..... 까~~ 오~~ 음~~"
서늘한 바람과 차가운 파도가 밀려오는 한적한 바닷가에서 어디로 정착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갈매기가 되어 있었다
버디의 갈매기 울음소리는 밀물과 썰물이 되어 울다 쉬다를 한 참을 반복했다
몸은 누웠지만 자주 뒤척거리며 현관문 주위와 침대(버디의 개인 침대)를 오고 갔다
낮 잠을 자면 좀 나을 까 싶다가도 금방 깨며 깊은 잠에 들지 못했다
아이들의 저녁밥을 준비한 후
코에 바람이라도 쐬어 주면 좀 좋아 질까 싶어 산책을 준비했다
처음 보는 동네여서 무섭고 불편할 것 같아 아파트 뒤 공원을 반복해서 돌고 돌았다
산책 후 다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는지 다행히 저녁밥과 간식을 먹으며 많이 편안해했다
시간은 흘러 흘러 집 안 곳곳으로 어둠이 퍼졌다
특별한 인기척도 없고, 이웃집의 생활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여린 소등만 켜 있는 방안과 거실을 지나 현관문을 오고 가며 좀처럼 잠에 들지 못하며 안절부절했다
잠을 재워 보려고 끌어안아도 보고 이름을 불러 주며 머리를 쓰다듬으며 느리고 낮은 노래도 불러 보았다
여기까지가 내가 기억하는 밤이 돼버렸다
새벽을 알리는 핸드폰 알람소리에 눈이 퍼뜩 떠졌다
알람소리를 해제하면서
'아....... 내가 어제 몇 시에 잠이 들었지? 버디는 몇 시까지 현관문을 오고 갔나?
아....... 재워 보겠다고 자장가는 내가 불렀는데 내가 먼저 잠이 들은거네..... 쩝쩝....'
이런저런 의문들을 생각하고 추축하며 버디를 찾아보았다
밤 새 혼자서 외로움과 두려움의 시간을 싸우며 견뎌냈을 것이다
그렇게 싸우다 지처 잠이 들었을 것이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잠이 들었겠구나 싶었다
더듬더듬 이불사이로 버디를 찾던 중 나의 머리밭에서 뭔가 물컹하고 보드라운 이 느낌은?
세상에 세상에...
세~~~상 평온한 자세로 헤벌레 한 모습으로 자는 버디였다 방금 까지 느끼고 있던 측은한 나의마음을 잔잔한 웃음으로 돌려주었다
씩씩하게 잘 이겨낸 버디에게 양쪽 볼을 쓰다듬으며 특급 칭찬을 해 주었다
오늘은 일주일 전 예약 한 우리 집 초코와 이름이 같은 초코(1살/남/ 푸들)가 오전에 도착했다
초코 역시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어제의 버디처럼 불안과 두려움으로 현관문을 긁으며 괴로워했다
분리불안이 심하다는 초코의 심리상태를 사전 펫시팅으로 알고 있었기에 초코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다
하루 먼저 온 버디는 알려 주고 싶은 게 많은가 보다
반나절이 지났고,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면 현관문을 마구마구 긁어대는 초코에게 자주 다가갔다
앞발을 들어 장난도 처 보고, 귀와 궁둥이 냄새를 맡기도 하고 맡게 해 주며 초코의 관심사를 분산시켜 주었다
현관문을 마구마구 긁어대는 초코를 한 참 바라보고 있던 버디
버디(10개월/남/푸들)도 어리고 아직 모르는 게 많은 데 두려움과 불안으로 괴로워하는 초코를 위로하고 다독여 주는 모습이었다
울다가 지쳐 쉬고 있는 친구 초코옆으로 조용히 다가가 나란히 엎드리고는 자신의 온기를 나눠 주기도 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초코는 버디를 그리 달가워하진 않아 했다
그렇게 시간은 반나절이 지났다
우울하게 시간을 버티고 있는 초코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면서 우울함의 허물은 호기심과 재미로 채워갔다
"초코야~~ 너도 무섭고 불안하지... 나도 사실은 처음에 이 집 왔을 때 얼마나 무서웠는데... 하루 지나고 나니까 저 아줌마랑 이 집 가족들이 그리 나쁜 사람들 같진 않아 저~~ 기 맨날 잠만 자는 키 큰 누렁 강아지 있잖아... 저 강아지도 괜찮았어" : : 너도 알지 않니? 우리를 막대하거나,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나의 짐작으로 유추된 생각이지만 초코의 마음을 가장 가깝게 공감하는 건 버디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렇게 시작된 버디 & 초코의 케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노는 건지 싸우는 건지 나를 혼란하게 했다
두발을 높이 들고 초코의 얼굴과 몸통을 누루기도 했다
뾰족한 송곳니가 들어 날 정도로 입을 크게 벌렸다(작은 얼굴에 작은 입이라서 한 없이 귀여운 버디였다)
초코의 목덜미를 무든 듯 한 액션은 할리우드 못 지 않은 역동적이면서 리얼했다
방어와 공격을 바꿔가며 소파 위에서 함께 고공낙하 했다
잠시 어지러웠던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상대(초코)를 찾으며 놀이를 이어갔다
나는 개구쟁이 남자 형제들의 과격한 칼, 총놀이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관찰하는 젊은 엄마가 되어 있었다
적당한 시점에 끼어들어 '오~우 노! 노! 노! 그만 그만 이제 그만' 외칠 준비를 하고서 말이다
지나친 흥분상태로 자칫 거칠어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버디와 초코의 움직임을 나는 눈으로 계속 따라다녔다
거실을 한바탕 휘젓고 나니 숨도 차고 체력도 바닥이다
날름날름... 촵촵촵... 물 먹는소리가 평화롭게 들렸다
'우울이 뭐고?, 불안이 뭐야?' 하며 쫒고 쫒느라정신이 없다
하루종일 놀 것 같았지만 슬금슬금 구석진 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제 그만 쉬었으면 하는 표정이였다
가까이 다가오는 버디에게 짖기도 했다
(오지 마.. 나 쉬고 싶어.. 그만 놀자고... 으응?...)
혼자있고 싶어하는 초코와는 달리 호시탐탐 초코를 따라 다니며 놀고 싶어했다
극기야는
버디가 오르지 못하는 식탁 의자 위로 피신까지 하는 초코의 행동이 애절했다
버디가 못 오르는 의자위로 올라간 초코 ㅎㅎ
초코가 앉은 의자 테두리를 앞발로 긁어도 보고 껑충껑충 의자 위로 오르려고 온 힘을 다 했다
의자 테두리를 긁어 대는 버디의 앞발이 초코의 몸에 살짝살짝 스칠 때마다 더욱 몸을 웅크리고 모았다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어서서는 다른 장소를 찾는 듯하더니 나와 눈이 딱 마주친 순간!!
옆 자리에서 멍하니 구경하던 나의 가슴으로 고개를 파묻고 얼굴부터 감추기 바빠했다
얼떨결에 넘어온 초코지만 본능적으로 안아 주었고 등을 쓸어 주었다
'아~~ 초코가 이젠 버디가 귀찮은가 보네... 이를 어쩔꼬...ㅎㅎㅎ'
나의 가슴에 안긴 초코를 본 버디는 나의 허벅지와 의자를 마구마구 긁어대며 나를 올려 주던지, 초코가 내려오던지 마음이 급해보였다
'버디야.. 초코가 그만 쉬고 싶어 하네.. 우리 버디도 초코 잠깐 잊고 쉬면 좋겠는데....'
버디 특위의 갈매기 울음소리가 시작되었고 의자 주위를 서성거리며 초초해했다
이러다 말겠지 했다
그러나,
이러다말겠지는 초코를 향한 무제한 집착이 돼버렸다
버디의 레이더망엔 온통 초코와 놀고 싶고, 초코가 궁금하고, 초코와 가까이 있고 싶어 했다
강아지들의 집착은 보통 물건, 사람, 쓰레기통, 인형, 패브릭, 공, 처음 보는 물건 등이 있다고 한다
특히, 물건이나 사람에게 보이는 집착에 대한 증상을 찾아보았다
물건에 집착을 보일 때의 증상
1. 좋아하는 물건을 구석에 숨기려 한다
2. 좋아하는 물건을 보면 흥분하거나 순간적으로 달려든다
3. 보호자가 빼앗으려고 하면 으르렁거리거나 달려든다
4. 애교를 부리다가도 물건을 주면 표정이 달라진다
사람에게 집착을 보일 때의 증상
1. 혼자 두면 불안감에 벌벌 떨거나 구토를 한다
2. 숨은 상태에서 계속 울부짖는다
3. 원하는 것을 들어줄 때까지 떼를 쓴다
4. 음식을 먹여줄 때까지 기다린다
5. 사람이 자신의 곁에 오거나 안아 줄 때까지 짖는다
-이응용의 강아지 심리백과- 자료 참조
사실,
버디의 행동이 그리 걱정할 만큼의 집착으로 보이진 않았다
집착도 일종에 심리적 불안감에서 시작한 감정이라고 한다
어쩌면,
버디가 낯 선 이곳에서 오는 불안감을 잊고 싶어서 나온 행동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친구가 반갑고 놀고 싶고 재밌고 새로우니까...
집착이란 말을 우리들 주변에선 좋지 않은 결과나 나쁜 상황일 때 많이들 표현하게 된다
집착이 심해지면 본인은 물론 상대도 불편하다
질서를 지키며 산책중인 초코 - 버디- 초코
간식을 기다리고 있는 초코 - 버디 - 초코
이참에
불안으로 시작된 집착을 건전한 상황에서 좋은 결과의 경험이 되도록 방법을 알아보았다
■ 집착을 애착으로 소프트하게 변화해 보기
1. 초코가 버디를 피해서 나에게 왔을 때 :
•나를 중심으로 오른쪽 왼쪽 공간을 분리해 준다
• 관심의 대상을 눈으로만 볼 수 있게 해 준다
• 숨 고르기를 하는 동안 머리와 등을 쓸어 준다
✔️기다려야 놀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2. 초코가 버디에게 짖으며 자신의 기분을 표현할 때:
•초코가 충분히 짖도록 시간을 길게 준다
•짖는 목소리의 톤과 굵기로 기분을 파악한다
•거부표현이 나오면 버디를 조용하게 안아 준다
•초코가 안 보이는 장소에서 2~3분 시간을 보낸다
✔️ 초코의 불편한 감정이 가라앉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도 모르게 올라오는 집착을 올바른 기준이 중심이 되어 건강한 애착관계로 둘도 필요 없는 친구사이가 되길 바래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