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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hamo Jeong Jan 06. 2022

0. 여행작가가 메타버스로 떠난 사연

오미크론 이 새끼..ㅠ

VR 헤드셋을 구매하게 된 사연 


여러분, 결국 세상은 여행을 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고... 저는 너무 우울했어요. 여행작가 휴업상태가 길어지고 있었으니까요. 여름에 백신 2차를 맞을 때만 해도 기세등등했죠. 올 겨울엔 반드시 러시아 무르만스크에서 오로라를 보겠다고 다짐했는데, 오미크론 이 새끼...  결국 실의에 빠진 저는 모스크바행 항공권 대신 오큘러스 퀘스트 2를 질렀답니다. 어떻게든 새로운 세상에 가고 싶었거든요. 이것도 탐험이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메타버스... 그 중에서도 콕 찝어 VR(가상현실)의 세계를 여기저기 쏘다니며 뛰어놀고 있어요. 며칠전 저는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비록 2019년 겨울에 촬영된 VR 영상이지만요. 그리고 노르웨이의 오로라 속에서 잠시 눈물을 훔쳤습니다. 2022년 겨울엔 갈 수 있겠죠. 오로라.



신년을 여기서 맞았어요. 모스크바 크렘린 (붉은 궁전) 비록 2019년이라고 적혀있지만 뭐 어때요. ㅎ 



현생이 싫은 자에게 다른 차원의 세상이 열렸다 


사실 VR 헤드셋(HMD)을 살까 말까를 한 4달정도 망설였는데 그 이유는 '게임도 잘 안하는데 VR이 무슨 소용이야?' 라고 생각했기 때문죠. 하지만 가상현실의 세계는 게임 말고도 할게 많더군요. 물론 게임이 제일 재미있긴 합니다만. (콘솔게임 한번 안해보고 VR 게임으로 넘어간 케이스) 


VR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과의 완벽한 단절이라는 점입니다. HMD를 착용하는 순간 현생에서 로그아웃할 수 있어요. 아예 다른 차원으로 들어서는 거죠. 웹소설 장르 중에 회귀물(이세계물)이라고 있는데 그런 느낌이랄까요. (죽고 다시 태어나보니 남작가의 영애가 되어 다른 세계에서 활약을 펼치는 아무튼 그런 내용.. ) 요즘은 넷플릭스도 이걸로 봅니다. 아직 VR 영상이 제공되거나 그렇진 않지만 코로나 시대에 제공되는 개인 영화관느낌으로 영상을 몰입해서 볼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VR 헤드셋이 제공하는 변화를 ‘감각의 플러스 알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감각하는 도구가 하나 더 늘어난 거예요. 느끼는 감각이 늘어나니 경험의 가짓수도 많아지고, 상대를 이해하거나 소통하는 방법 또한 늘어나는 세계죠. 전화 통화에서 화상 통화라는 기술이 플러스 알파 되자 음성 정보+ 시각정보로 상대와 소통할 수 있게 되었듯이. 이 감각의 발전이 우리가 좀 더 풍부한 인식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그로 인해 대상의 존재를 더욱 세심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이 감각들이 기존 인류가 써오지 않던 감각이다 보니, 초반에는 고생을 좀 했어요.   

일단 현실의 내 몸은 가만히 있는데 VR의 내가 움직일 때 오는 감각불일치로 멀미가 심했고, 또 기존의 180도의 시각매체 보다 360도 매체에선 제공되는 정보량이 훨씬 많다보니 거기서 오는 피로도가 있어요. 아마 우리 세대는 조금 고통스럽게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할 듯 해요. 뭐, 우리 부모님이 스마트폰에 적응하셨듯이 다들 나름의 방법을 찾아 곧 적응하겠지만요. 


보통 멀미는 이렇게 토 한다는데 저는 설사를 했어요. 덕분에 변비 탈출  


’바라봄’에서 ‘들어섬’으로, 그 다음은 어떻게 변할까? 


기존 콘텐츠에서 우리의 역할이 바깥에서 ‘바라봄’이었다면 VR에선 같은 공간으로 ‘들어섬’으로 입장이 바뀌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 세계의 대부분 콘텐츠의 지향점은 “공간에서 발생되는 일을 체험하는 것” 으로 귀결되죠. (물론 제공되는 것을 체험하는 것이긴 하지만. ) 


그래서 그 세계의 제가 하는 주로 일은 어딘가를 가는 것입니다. 유명한 관광지에 가거나,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기도 하고, 타인의 의식세계에 들어가보기도 하죠. 며칠 전엔 가상공간에서 약속 시간을 잡고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 캠프파이어를 피우고 명상을 하기도 했어요. (세션이 영어로 진행되어서.. 명상이고 뭐고 알아듣는게 힘들었지만) 


예술작품의 감상법 역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들어섬으로 변합니다. 모네가 자신의 정원(3차원)을 2차원의 화폭에 구현해 놓았다면, 그걸 다시 3차원으로 펼쳐놓는 거죠. 그리고 우리는 HMD를 통해 그 정원을 방문하는 경험을 합니다. 실제 존재하는 지베르니의 정원이 아니라 1899년 어느 여름날 오후 모네가 바라봤던 지베르니의 정원에 방문하는 거죠. 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던 그의 감각을 내 것처럼 향유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2D의 세계도 이미 훌륭한데 여기에 더! 더! 더!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하는 세상이라니... 헤비 콘텐츠 소비자인 저는 그저 기뻐 우는 중.. 사실 아직 VR의 세계에서 즐길거리가 많다기보다 그 가능성을 생각하며 벌써 황홀해하는 중이긴 합니다만.  양질의 콘텐츠는 지금부터 점점 늘어날테니까요. 


사실 메타(구 페이스북)가 거의 원가로 VR 헤드셋을 판매중인 것도 저처럼 콘텐츠의 늪에 빠진 인간들이 자신의 플랫폼에 돈을 탕진하길 바래서죠. 저렴한 기계는 그저 미끼이고, 저는 그저 한마리 평범한 민물붕어일 뿐. 그의 낚시 바늘에 낚여서 오늘도 앱스토어에서 갖은 탕진을...ㅋ 저 너머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저는 현재의 감각에 +@를 한 채 게임도 하고, 운동도 하고, 여행도 하고, 명상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그림도 그리고, 오큘러스 TV도 보면서 '현재를 기반으로 한 다른 차원의 삶'을 살고 있는 있답니다. 


메타(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솔직히 실물이랑 아바타랑 큰 차이 없으심. 실물도 아바타같은 느낌이랄까 



우리 함께 놀아요, 토할 때까지. 


당분간 시리즈로 제가 좋아하는 VR 콘텐츠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게임이나 앱, 영상 등. 그리고 제가 직접 VR 영상 촬영을 해보면서 느끼는 것들도 있고요. (호기심 천국..) 아직 주변에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다보니 저는 입을 털 곳이 필요하고 + 저 세계에서 함께 뛰어놀 동지들을 영업하고 싶거든요. 2022년에는 좀더 저렴하고 가볍고 성능 좋은 HMD가 더 많이 나올 거고 (애플에서 과연 뭘 내놓을지 기대중입니다), 그렇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저랑 저쪽 세계에서 만나서 함께 놀아요. 토할 때까지. (이게 처음엔 좀 멀미가 오긴 하거든요.)   


여행을 못가서 슬픈 여행작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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