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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라 Feb 13. 2023

예루살렘 올드시티

아침 일찍부터 호스텔 조식을 든든히 먹고 게이트 오픈 시간에 맞춰 올드 시티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라 꽤 조용했고 등교하는 학생들 가게 오픈을 준비하는 상인들만 있어서 어제의 관광객들로 가득 찬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아침에 평화로울 때 Via Dolorosa를 걷고 싶어서 lion’s gate 입구부터 시작했다. 예루살렘 올드 시티가 워낙 미로 같아서 길을 잃진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간간이 보였던 부지런한 투어그룹 (미국인, 한국인)들을 간헐적으로 따라가다 보니 다행히 잘 찾아갔다. 성모 마리아가 태어난 곳이라는 Church of St Anne부터 갔는데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한 교회 단체가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더 성스럽게 느껴졌고 아침 시간의 고요함이 좋았다.

Via dolorosa에는 14개의 station이 있는데 지도를 보며 따라가려 했다. Church of Holy Sepulchre까지 향하면서 예수님께서 겪으신 고난을 생각하면서 걸었다. Church of Holy Sepulchre는 가장 성스러운 곳인데 나는 솔직히 조금 실망했던 것 같다. 밀라노 대성당과 아부다비의 모스크 등 크고 화려한 예배당을 많이 봐서 순전히 심미적 관점에서는 덜 아름다웠던 것도 있었고 여러 종파가 나눠 쓰는 공간이다 보니 조금 조잡한 느낌도 있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장소에는 기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나도 들어가서 예수님의 희생을 생각하며 회개하는 마음과 감사의 기도를 했다.

이후엔 올드시티 내부를 좀 더 걸으면서 구경을 했다. 아침이 지나고 슬슬 관광객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Where are you from으로 시작하는 상인들의 호객행위에 아침의 성스러움은 사라지고 조금 피곤해졌다. Tower of David에 가서 유적지를 구경하고 전망대에서 경치를 보았다. 예루살렘 올드시티 전경을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들었는데 역시 멋졌다.

Tower of David에서 내려다본 올드시티 전경

Tower of David까지 보고 나니 벌써 11시라 호스텔에서 진행하는 무료 워킹 투어를 조인하기 위해 Jaffa gate로 향했다. 예루살렘의 4개 쿼터-크리스천, 무슬림, 유대인, 아르메니안 지역을 차례로 둘러보는 투어였는데 나름 유익했다. 설명을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혼자서는 헤맸을 곳들을 같이 볼 수 있어 좋았고 예루살렘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투어가 조금 늦게 끝나서 본래 계획했던 Al Aqsa 모스크 개장시간을 놓쳤다. 아쉬웠지만 그냥 예루살렘 올드시티를 좀 더 구경했다. Rampart’s walk를 하려고 티켓까지 샀었는데 2시 투어를 한번 더 하고 싶어서 그냥 안 가고 다시  Jaffa gate로 향했다. 이번 투어는 Phil이라는 미국인 가이드가 하는 투어였는데 굉장히 열정적이고 활발한 사람이었다. 첫 번째 투어는 역사에 대해 많이 알려주지 않아서 아쉬웠었는데 Phil은 왼쪽 팔 끝 David에서부터 시작해서 머리 (예수님 탄생) 그리고 오른쪽 팔 끝 현대까지 비유를 하면서 4000년 역사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 설명해 주 서서 머리에 잘 들어왔다.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정말 오래되었고 세계 역사의 중심지라고 생각하니까 감격스러웠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통곡의 벽이었다. 다큐멘터리에서만 보던 곳을 실제로 가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나도 쪽지에 기도제목을 적어 벽 틈 사이에 넣었다. 

투어를 하다가 한 덴마크인 친구를 만났다. 공교롭게도 나랑 같은 호스텔에 묵고 있고 (나중에 알고 보니 심지어 같은 방이었다!) 나이도 비슷해서 금방 친해졌다. 투어는 유익했지 마나 하루 종일 걷다 보니 꽤 지쳤다. 그래도 sunset은 꼭 보고 싶어서 원래는 Mount Olives 전망대에 가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우왕좌왕하다가 시간을 놓쳐서 그냥 가이드가 알려줬던 뷰포인트로 갔다. 이러다 선셋 시간을 놓칠 것 같아서 급하게 갔는데 지나가던 상인이 어디 가냐고 묻더니 길을 알려주고 여유를 가지라고 했다. 어렵게 찾아간 전망대는 막 엄청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평화롭고 좋았다. 지는 해에 반짝이는 Golden dome을 보면서 예루살렘 올드시티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호스텔로 돌아갔다가 Yehuda Merhane으로 향했다. 시장은 북적했고 별로 특별한 건 없었다. 사람 많아 보이는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바를 갔다. 둘이 조용히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달아오르더니 사람들이 길에서 춤을 췄다. 우리 보고 같이 조인하라고 해서 그냥 신나서 아랍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배를 든든히 채우고 기분이 좋아진 상태로 호스텔에 돌아와서 잘 쉬었다. 그렇게 이스라엘에서의 셋째 날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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