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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에서의 새로운 시작

by 누라

3개월 인턴십 기간을 맞추려다 보니 종강 직후에 출국하게 되었다. 학부생 일상을 마무리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할 일이 많아서 이게 맞나 싶었지만 어찌어찌 다 해치우고 무사히 일정을 소화했다. 시험 보고 과제 제출하고 작별 인사하고 짐 싸고 마지막 남은 체력을 다 소진한 후 비행기에서 실컷 잘 생각이었다. 정든 학교와 친구들과 가족을 떠나는 아쉬움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 반반으로 복잡한 심정을 갖고 비행기에 올랐다. 벌써 4번째인 인천-아부다비행 비행기를 타고 아부다비를 경유한 뒤 비엔나로 향했다.

7F4B3C31-0674-46CE-AB5E-F08CFF6B56AB_1_105_c.jpeg 또(에) 티하드
DD2C43D6-264B-4BC8-B1DD-C0118A30C932_1_105_c.jpeg 4시간 동안 다시 만난 아부다비


066D6397-9DA5-496C-BFA3-08DD002D8505_1_105_c.jpeg 에티하드 마일리지 덕에 라운지를 무료로 쓸 수 있어서 새벽이지만 그리웠던 중동 음식을 먹었다 :)

그렇게 긴 여정을 마치고 드디어 비엔나에 도착했다. 공항을 나와 락센부르크로 향하는데 창가의 풍경이 영 익숙했다. 광활한 평야가 미국 중서부와 꼭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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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도착해서 조금 쉬다가 오후에 상사분과 만나서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회사 투어를 했다. 국제 연구소 위치를 구하던 중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락센부르크의 빈 고궁을 무료로 내주어서 어쩌다 보니 이곳에 위치하게 되었다고 한다. 살다 살다 궁으로 출근하게 될 줄이야... 내부는 그렇게 특별하진 않지만 화려한 외관은 아직까지 적응이 안 된다.

EA2D7A6A-E752-4469-B464-2E8BF921DA87_1_105_c.jpeg 회사 정문
C52A1D14-2F9B-493D-8ED0-78CBEA7EE17D_1_105_c.jpeg 락센부르크의 명물 젤라토 가게

렌트 계약이 7월 초부터라 2주간은 락센부르크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게 되었다. 락센부르크는 정말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라 할 게 없다. 고궁 옆에 아주 큰 공원이 있는데 내가 지금껏 가본 공원 중에 제일 예쁜 곳이다. 공원 내부에 호수도 있고 호수 안에는 작은 성이 또 있다.

86407925-9524-472C-9789-17B4CEC9EEAA_1_105_c.jpeg 첫 날 보고 반했던 풍경. 진짜 그림 같다.

락센부르크에는 할 게 정말 없기 때문에 지난 2주간은 공원 구경하고 산책하고 조깅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공원이 워낙 커서 아직도 다 돌진 못했다. 아직까지는 날씨가 많이 덥지 않고 특히 저녁엔 정말 선선하고 좋아서 여유롭게 음악 들으면서 산책하는 게 큰 낙이였다 :)

157DFBC9-E9B3-47A1-950D-7C8EA6A50583_1_105_c.jpeg 오피스 내부는 일반 사무실이랑 다를 게 없다!

일은 정해진 태스크가 있고 내 페이스 대로 하면 돼서 아주 바쁘지도 않고 여유롭지도 않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사분이랑 동료들이 다들 좋아서 회사 생활은 아주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다.

839DD75B-4775-487B-80DC-F4F2E3189D01_1_105_c.jpeg 공원이 워낙 커서 작은 기차도 지나다닌다.

워낙 급하게 오기도 했고 많이 알아보지도 않았기에 기대가 없었는데 아직까진 정말 만족스러운 오스트리아 생활이다. 독일어를 한마디도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사람들도 대부분 친절하고 회사에선 다 영어를 쓰기 때문에 큰 불편함 없이 잘 지내고 있다. 한국과는 정말 거의 반대의 분위기인 곳이라 아직 많이 낯설지만 이곳의 느린 삶의 방식도 좋은 것 같다. 정신없이 지나갔던 한 학기를 마치고 회고할 시간도 없었는데 이제야 조금씩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정말 소중한 기회인 만큼 이곳에서의 3개월을 열심히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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