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센척하는 겁쟁이 Dec 14. 2021

우리반 석대(4)

석대와의 첫 만남

3월 2일.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이한다. 


지각은 아니지만 아슬아슬한 시각에 들어오는 시커먼 덩치. 

그렇다. 그 분이 오셨다. 

첫 날부터 외모에서 풍기는 범상치 않은 분위기.

키는 나만한데 몸무게는 20키로쯤 더 나가는 것 같다. 

마스크를 썼지만 눈이 날카롭고 목소리는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 보통의 아이들보다 세 배는 더 크다. 

그리고 새 학년 첫날인데 앉은 자세는 매우 삐딱하다. 

행동에 거침이 없는 탓에 주변 아이들이 이 친구를 좀 무서워하는 듯 하다.


과연 그 녀석은 첫날부터 확연히 눈에 띄었다.


첫날이라 서로가 긴장된 상태 속에 어찌어찌 오전 수업을 마치고 급식을 먹으려고 줄을 서는데 이 녀석이 한 남자아이목에 팔을 감으며 과감한 스킨쉽을 시도한다. 

"뭐하는거야, 얼른 놔줘," 나의 제지로 목이 풀려난 조그만 남자아이가 말한다. 

"선생님, 얘가 우리반 대장이예요." 

그 말에 뭔가 쑥스러운 듯 하면서도 우쭐거리는 표정으로 그 녀석이 손가락으로 쉿!('에헤라 왜 이러시나')을 하며 조그만 녀석의 말을 막는다. 


'오호라~ 그래? 니가 우리반 엄석대구나?' 나는 그 순간부터 그 녀석을 마음 속으로 '석대'라 칭하기로 한다. 

석대 본인 또한 자기를 대장으로 여기는 듯 하다. 하지만 나는 산통깨듯이 그 남자아이의 말을 정정해 준다.

"아니, 우리 반 대장은 난데? 우리 반에 대장은 선생님 밖에 없어." 라고 확실히 선언을 한다. 

그 말에 살짝 당황한 듯한 남자 아이들의 표정이 보인다. 아마도 나와 석대 둘 중에 누가 권력을 잡게 될 것인가, 누구의 편의 서야 할 것인가, 고민이 되는 눈치이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석대와 나 사이에도 벌써 심상치 않은 기싸움이 시작되는 듯 하였다. 급식을 먹으러 가면서도 석대는 나를 앞서 가려했고, 얌전히 걸어가야 할 복도에서 무릎으로 슬라이딩을 하고, 복도 스위치나 천장에 매달린 것을 치면서 갔다. 그런 행동을 제지하자 석대는 신발장을 주먹으로 쾅 치며 위협적인 포스도 내보였다. 첫 날부터 석대는 비범한 아이임을 온 몸으로 풍기고 있었다.


과연 이 아이와 일년이란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근심이 깊어지는 3월 첫 주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반 석대(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