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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들 중 가장 맑은 노래

by 행복맘


시집을 완독한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진은영의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아마도 올해 초였지 싶다.

아침에 하루 한편 시를 읽는, 그런 여유롭고 멋드러진 생활을 해보겠노라 야심차게 다짐한 후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했던 시집.

그게 이 시집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었다.


​출산휴가 후 제일 먼저 꺼내든 책.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책장에 꽤 오랫동안 꽂혀 있던 게 미안해서.

그리고 얇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펼쳐보기 쉬워서.


​오늘은 병원에 가서 채혈을 해야했는데,

채혈 후 근처 카페에 들러 챙겨온 이 시집을 완독했다.


​나에게는 참 어려운 시집이다.

솔직히 반, 아니 반 이상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후벼파는 시가 하나 있었다.


​<그날 이후>라는 시.

세월호 사건 이후 맞이한 한 아이의 생일잔치에 시인이 참석한 후 쓴 시라는데..

내 아이의 탄생을 앞두고 있어서일까. 눈물이 하염없이 났다.

그 중에서도 곧 엄마가 될 나의 마음에 꽂힌 한 구절.


​엄마 엄마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들 중 가장 맑은 노래

진실을 밝히는 노래를 함께 불러줘 고마워


​‘엄마’라는 단어가 발화될 때 그 단어는 단순히 상대를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노래가 될 수 있겠구나. 아니, 노래였구나. 내가 부를 수 있는 가장 맑은 노래..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무해하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존재인 것 같다.

총구를 겨눈 군인 앞에 선 꽃을 든 소녀의 모습처럼..


​내가 이제 한 아이에게 그런 존재가 될 생각을 하니,

설레고 떨리고 두렵고..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한다.

한편으로는 그런 존재로 성장하는 내 모습이 기대가 되기도 하고,

그런 나를 내가 더 사랑해줘야겠다고 생각한다.


​시는 마음 속에 떠오르는 느낌을 운율이 있는 언어로 압축하여 표현한 글이라는데.

운율이 있는 언어가 뭔진 잘 모르겠지만..

나도 행복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느낌들을 시로 한번 적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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