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수족관.
친구 어머니 가게는 몬스테라부터 열대어까지 자랐다.
꽃집에 들어서면 젖은 흙과 풀 진액 냄새가 숨을 쉴 때면 농도 짙게 들어찼다. 내부 전체가 거대한 물이끼다.
주인은 흰색 와이셔츠와 베이지 앞치마를 둘러 초록빛 사이에서 도드라졌다. 야문 손길로 줄기의 균형을 맞춰갔다. 가지가 쳐진 흔적으로 줄기 곳곳에 흰색 생채기가 점박이처럼 나 있다.
다듬은 사람 따라 조경이 참 단정하다고 생각했다. 화분들은 숲처럼 모여 앉아 있었다. 처음부터 한 텃밭에 심긴 것처럼 종을 선뜻 구분 짓기 힘들었다.
"씨앗 줄까?"
"저는 제대로 못 키워요. 족족 시들더라고요."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기어이 약을 싸듯 담아주신다.
씨앗은 길고 뾰족하고 납닥했다. 콕콕 점 같은 애들도 있다.
문득 초등학교 복도에서 강낭콩을 심었던 때가 떠올랐다.
청소 당번이라 하교가 늦은 날. 텅 빈 복도 신발장 위에 다른 화분들은 떡잎을 낼 동안 내 화분만 감감무소식이었다.
나는 향긋한 흙 위로 씨앗 구멍을 냈던 위치를 가늠해 봤다. 그리고 손가락을 쿡 찔러 넣었다.
그러자 여전히 그 자리에 묻힌 강낭콩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대로 파헤치자 흙 속에서 떡잎을 낸 강낭콩이 나왔다. 거꾸로 처박혀 화분 바닥을 향해 싹을 틔우고 있었다.
나는 곧장 찬물로 흙을 씻겨냈다. 차마 밀어내지 못한 갈색 껍질을 등에 업은 채로 깻잎 같은 잎이 났다. 뿌리는 하얗고 잔뿌리가 많았지만 굵어 보였다.
갑자기 물세례를 받은 탓인지 되려 시들해졌다. 똑바로 심었지만 오래 살진 못했다.
그대로 뒀으면 흙 밖으로 뿌리를 올렸을까.
"지금 심기엔 덥고 가을에 어떤 새싹이 틀지 기대하면서 키워봐."
애석한 가을. 대구에서 가장 짧다. 선선한 온도는 매서운 분지 바람으로 바뀌리라.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문 앞으로 배웅을 나왔다. 다가올 시한부 같은 계절에는 파종을 준비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