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야성을 깨우는 캠프 섞어 한달돌기
20여 년 전 몽골에 갔을 때다. 어느 마을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작별의 시간이 왔다. 보통은 아이들이 헤어지기 싫어하고 아쉬워하는데 나와 함께 했던 몽골인 꼬마 3형제는 전혀 아쉬움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서운해하며 지프차에 탔다.
‘애들 쿨하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창 밖으로 몽골의 초원을 감상하는데 지프차의 백미러로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게 뭐지?’
작은 점은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세 개의 점으로 나뉘어 다가오고 있었다.
맙소사! 나랑 방금 헤어진 몽골인 꼬마 3형제가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마력(馬力)이 뭔지 제대로 확인한 장면이었다. 말 달리며 오는 꼬마들은 금세 지프차를 따라잡았다. 바로 내 옆에 그들이 있었다. 해맑게 웃으며 한참을 따라오더니 손을 흔들며 이내 말을 돌렸다. 이젠 말 엉덩이와 그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다시 하나의 점이 되며 3형제는 사라졌다. 그중 막내는 말의 등좌에 발도 닿지 않는 꼬맹이였는데! 이렇게 멋진 꼬마들이라니! 이 꼬마들이 뭐라고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지.
내 아이들은 몽골 애들처럼 키워야지!
당시 나는 20대였지만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자녀를 어떻게 키울지 일찌감치 노선을 정했다. 자연의 야성이 몸에 밴 몽골 꼬마들이 너무 매력 만점이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나는 연년생 남매를 둔 엄마가 되었다. 몽골 아이들처럼 키우겠다는 아가씨 때의 다짐과 로망은 여전하다. ‘아이를 어떻게 키우면 좋을까’는 모든 부모의 고민일 것이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책도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공부만 시키는 것이 제일 쉬운 길인 거 같다. 막상 살아보니 공부가 전부가 아님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하늘도 알고 땅도 안다. 공부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대입까지가 딱이더라. 이후의 인생은 변수를 어떻게 대처하는가,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얼마나 전천후 로봇처럼 변신할 수 있는가이다.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에도 당황하지 않는 것, 상황에 맞게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가 오히려 중요함을 알았다. 그런 삶의 유연성을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을까.
변수에 노출되는 것. 그것이 답이다. 사서 고생한다와 같은 맥락일 수도 있겠다. 변수에 노출되는 훈련으로 여행만한 것이 없다. 가급적 어릴 때 많은 상황에 노출되어 보면 좋겠다 싶어 시간이 날 때마다, 아니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여행을 다녔다. 타고난 아이들의 '야성'이 교육으로 잠재워지길 원치 않았다. 여행을 통해 아이들의 야성을 기르고 싶었다.
‘한달살기’가 유행이었는데 한달살기는 공간만 이동하고 도시에서의 일상은 그대로이지 않나 싶었다. 하여 ‘한달돌기’를 콘셉트로 잡았다. 현지 아이들과의 소통도 중요하여 '캠프' 섞인 한달돌기 여행을 하였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코로나로 이동이 제한되어 있는 시기이다. 아이들과 캠프 섞인 한달돌기를 했던 경험을 정리하며 읽는 이들에게는 '코로나 시국의 랜선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이제 태국, 발리, 크로아티아, 대만에서의 한달돌기 여행경험을 공유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