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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by Mar 15. 2020

자만: 허접한 식당 시작

인테리어는 전문가에게 맡길 것

익스테리어 컨셉 초안
시청 제출용 도면

직장생활 3년 동안

 2D, 3D 도면도 살짝 배우고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마케팅도 어느 정도 알겠다 싶어 매장 콘셉트 잡고 셀프로 도면 그려낸 후 저렴하게 시공해주는 인테리어 업자를 찾아 공사를 시작했어요.


아니, 사실은 인테리어 업자를 쓸 돈이 부족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디자인 작업하고 시공만 전문가분들께 맡길 수밖에 없었어요.

 

인테리어 외에도 배수구, 정화조, 주차장의 화단 등 생각지도 못한 시청에 허가받아야 하는 문제들, 인터넷에서 알려주지 않았던 시설 문제들 부딪혀 오픈도 늦어지고 비용도 배로 늘어나고 있었어요. 

비용이 늘어나면서 추가 대출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저뿐만 아니라 저희 가족, 지금의 남편인 그때의 남자 친구 모두 극에 다 달아 예민하기 짝이 없었죠.


모든 걸 마무리했다 싶어 오픈하려고 하는데

세월호 사건이 터져버린 거예요.


흠,

이 국가적 재난 상황에 좋다고 오픈할 수는 없겠다 싶어 오픈 날짜를 미루었어요.

그 시간 동안 나름 꼼꼼하게 모든 점검을 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장사가 처음인 저는 1/5도 준비가 안되어 있던 겁니다.


일단 저렴하게 시공하고 셀프로 그린 도면 덕에

매장 천장에서 비가 새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엔 문도 열렸다 닫혔다 난리고 환기도 잘 안돼서 손님들은 답답해하시고 주방은 제일 저렴한 타일로 골라 미끄럽고 주방과 홀은 조도가 맞지 않아 이질감이 있고 등등등 의 문제들이 오픈한 지 몇 달 후 손님이 없으니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다시없는 돈을 들여 하나씩 하나씩 뜯어고치다 보니 처음 인테리어 전문 업자에게 받은 견적과 같은 비용이 들어갔더라고요.

차라리 처음부터 돈을 조금 들여서라도 단단하게 공사를 했다면 속이라도 덜 썩었을 것을...

패기와 열정만 넘치던 27살의 자만심은 그때부터 조금씩 꺾여 지혜로움을 갈구하게 되었답니다.


처음 매장 시작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팁!

1. 모르는데 어떻게 점검을 해요?

오픈하고자 하는 업종의 매장에서 6개월~1년 이상 일해보고 창업을 결정하라.


라는 말은 수백 번 들었어요.

성격 급한 저는 고작 1개월 남짓 일을 하다

"이만하면 다 알겠네 뭐." 하고 퇴사해버렸어요.

그리고 모르는 만큼 몸과 마음이 고생했답니다.


예, 경험해보시고 이런 문제 저런 문제 남의 가게에서 보고 배우는 게 낫습니다.

내 가게에서는 내 무지로 피 같은 돈이 훨훨 날아가거든요.

일 벌여놓고 후회해봐야 되돌릴 수도 없답니다.


2. 잘되는 매장, 안 되는 매장 모두 가보세요. 그리고 이유를 찾아보세요!

저는 지금도 유명한 가게는 왜 사람이 많은 건지 안 되는 가게는 왜 안되는지 나름의 분석을 해요.


장점: 인테리어가 사진 찍기 좋게 감성적임, 음식 가격이 양에 비해 저렴함, 메뉴판에 설명이 잘 되어있어 메뉴 선택에 도움이 됨


단점: 직원의 30%가 불친절하고 배려가 없음, 천장의 거미줄이 많은 걸로 보아 매장 관리가 되지 않고 있음

 

그리고 우리 매장에 필요한 '잘되는 곳의 장점'을 배치하고 '안 되는 곳의 단점'을 보완해보세요,

간접적인 경험이 실패를 줄여드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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