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영감

화장실은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

by Reen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자기 1-2시간 전 샤워를 하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간다. 당연한 얘기지만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다. 그저 홀가분하게 하루를 마감하듯 씻으러 들어갈 뿐이다.



하지만 머릿속은 놀랍도록 활성화된다. 아이디어 뱅크가 된다고나 할까. 무의식 속에 안고 있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열쇠를 쥐게 된듯하다. 위기 속 돌파구가 될 듯한 생각들이 샘솟는다.






이 연재브런치북의 제목이자 첫 번째 글 중 하나인 '로또 대신 기록을 택했다'는 생각도 샤워를 하며 얻은 영감에서 나왔다. 로또 당첨은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꾸준한 기록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샤워로 하루를 마감하는 건 원래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지만 요즘 더 영감을 받는다고 느꼈다. 일과 육아 사이 버거움에 늪에 빠진 듯 허우적거리다가 물소리를 맞으며 홀로 있는 이 시간, 숨통이 트이고 머리가 맑아진다는 생각이 보다 분명하게 들어서일까.





창작자들 중에도 샤워를 하면서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은가 보다. 샤워를 하면서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거나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는 건 비단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생각해 보니 고대 그리스 과학자 아르키메데스도 목욕을 하던 중에 물체의 밀도를 재는 방법을 발견하게 됐다지. 그리곤 너무나 기뻐서 그리스어로 "나는 (그것을) 찾았다"는 뜻의 유레카를 외쳤더랬지.






일상 속 작은 발견이 큰 것이 될 수 있다. 매일 하는 샤워 중 만날 수 있는 좋은 영감은 우리에게 날마다 기회를 주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로또 당첨과 맞먹을 기회를 말이다.



다만 그 영감을 붙잡는 건 순전히 자기 자신 몫이다. 수분 증발하듯 날아가기 전에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기. 나는 샤워 중 받는 영감을 과연 얼마나 많이 붙잡았을까. 확실히 날려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이젠 기록이란 보습제로 붙잡아야지.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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