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위한 기록
워킹맘 다이어리라는 표현은 익숙한데 워킹대디 다이어리는 못 들어봤다. 새삼 느낀 거지만 이를 인지한 동시에 직관적으로 납득이 되긴 했다. 아기가 태어나 아빠가 된 이들이 보통 주 양육자로서 육아를 전담하진 않으니까.
아빠들은 이전보다 아내와 자식 부양을 위해 책임감으로 분명 일을 더 열심히 할 것이다. 하지만 아빠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일기를 쓰거나 기록을 남긴다? 물론 그러는 분들도 간혹 있을 테다. 하지만 내 주변에선 아직 못 봤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우리 남편만 봐도 회사 일 관련을 제외하고는 육아가 시작된 이래 무언가 쓰는 걸 못 봤다(같이 분유시간 쓰는 거 빼고). 원체 편지 같은 거도 잘 안 쓰긴 했지만 한때는 내가 일기를 써보라고 권유해 잠시 쓰기도 했는데 펜을 드는 걸 본 지 오래다.
반면 아기가 태어나서 엄마라는 신분이 됐는데 일도 하게 된 워킹맘은 어떤가. 회사 일로 낮에는 잠시 아기와 분리되더라도 밥 먹이기, 낮잠 재우기, 병원 가는 날 챙기기, 주말 계획 세우기 등으로 머릿속이 분주하다. 회사 일도 당연히 절반 가량 지분을 차지하니 이 두 가지를 잘하는 건 둘째치고 병행하려면 기록을 안 하고는 못 산다. 생존을 위해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기록을 안 해도 된다. 우리네 어머니들 혹은 할머니 세대를 생각해 보면 밭일 나가고 밥하고 뭐 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그냥 닥치는 대로 일하셨을 거 같다. 기록할 새도 없이 주어진 모든 걸 해치우고선 기절하듯 잠드는 나날을 기록도 없이 반복하시다 속절없이 세월을 보내시지 않았을까.
아기 키우던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하는 건 그분들의 몸이었을 거다. 어머니들 중에선 아기를 어떻게 키웠는지도 모르겠다는 분들도 있고 너무 힘들어서인지 생각이 안 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쉽지 않은 현실에 미화된 기억만 남기시기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과거와 달리 여성도 남성 못지않게 교육받고 귀하게 자라다 보니 이왕 일도 육아도 다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한 거, 둘 다 잘하려는 마음이 생긴 게 아닐까. 그래서 나온 게 워킹맘 다이어리 같다. 일상과 감정을 돌아보며 한 뼘이라도 성장하는 내일을 꿈꾸며.
힘들어도 어쩔 수 없다. 일한다고 해도 전업주부 못지않게 우리 아기한테 소홀하고 싶지 않고 야무지게 다 잘하고 싶으니까.
가끔 괜히 억울한 마음도 있다. 왜 엄마만 모든 걸 기억하고 기획하고 계획해야 하는가. 아기가 성장하는 기록도 엄마가 주로 담당하고 있지 않나. 그러니 엄마들은 머리가 늘 포화상태 아닐까. 자녀가 성인이 되어 자랄 때까지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면 손해 보는 거 같고 정말 육아는 힘든 일이야라고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엄마가 되면서 놀랍도록 성장하는 분들을 보면 일과 육아를 위해 시작한 생존 기록이 그들만의 무기가 됐다.
그리하여 이 글은 아빠들도 워킹대디 다이어리를 써야 한다고 압박하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건 아니다. 엄마를 변화시킬 기록에 관한 생각을 적은 글이다. 다만 아빠들이 워킹대디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한다면 분명 엄청난 시너지가 날거다. 자신과 가족은 물론 세상을 변화시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