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내 목표는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업무적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보다도, 동기들과의 관계를 다지고 싶다는 생각보다도 그저 문제 일으키지 않는 착한 직원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인터넷 세상에는 직장 생활 관련 규율이 백 개는 되었다. 긴장한 나는 세상 사람들이 '이상적인 직장인'에 대해 내는 의견을 전부 수용하려 했다. 내 나름의 이상적인 직장인의 상(像)을 갖추고 그것을 지키려 애쓴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모든 의견을 수용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전부 맞는 말도 아닐뿐더러 나의 상황과는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미움받기 싫었던 나는 남을 거스르지 않으려 애쓰다 삐걱대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나는 과습으로 시들어가는 식물처럼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다음은 내가 '하지 말 것 목록'에 적은 회사에서의 행동들이다.
첫째, 뒷담 하지 않기. 사실 뒷담을 일삼는 사람은 자기가 뒷담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잘 모른다. 뒷담 하지 말라는 이유는 상대가 이상한 놈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말을 하는 내가 조직에서 이상한 놈이 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둘째, 너무 살갑게 굴거나 너무 딱딱하게 굴기. 성격이 평균보다 밝은 사람은 '밝은 사람', 이보다 조용한 사람은 '조용한 사람'이 된다. 꼭 회사가 아니어도 그렇다. 눈에 띄도록 밝으면 오버하는 사람이 되어 남에게 불편을 주고, 너무 말이 없으면 사회성을 의심받게 된다. 나조차도 이 중간값에서 너무 미끄러지지 않도록 머리와 입꼬리에 힘을 주며 다녔다.
셋째, 너무 불성실하거나 과하게 열심히 하기. 이론적으로 전자는 실격이고 후자는 우수직원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독주하는 능력캐에게는 그만큼의 일거리가 따라붙기도 한다. 멋진 성과를 내더라도 때때로 그것은 적당한 수준이어야 받아들여진다.
이상의 목록은 조직에서 튀지 않기 위한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외에도 많은 금기를 피하려 애쓰다, 회사에서 말 한마디도 편히 못하는 강박적이고 소극적인 직원이 되어갔다. 전화받는 목소리, 부서장에게 보고하는 타이밍과 형식, 주변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 모든 것이 스스로의 평가표에 포함되었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8시간은 스스로를 옭아매는 평가와 자책의 시간이었다. 그러면 착한 직원이 됨으로써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긴장과 스트레스로 인한 편두통과 경추 통증이다.
어쩌면 조금 놓아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이런 딱딱한 태도와 강박들. 사무실 내 모두의 눈초리가 내게 쏠려있다고 여기는 것이야말로 자의식 과잉이며,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 외에 아무 소용없는 짓이 아닐까. 일을 하기 위해 모였듯 그 의무를 다하면 그뿐일 텐데. 누군가 친절을 베풀면 나도 소정의 배려와 따뜻함으로 보답하면 그만이고, 누군가 무례하게 굴면 그것에 응수하면 그만이다. 이것 외에 착한 직원으로서 지켜야 할 것이라는 건 사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