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속 독일 와인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프랑크푸르트에는 아펠바인(apfelwein)이라고 불리는 사과 와인이 유명하다. 알콜도수는 약 6%이며 사과로 만들어서 달달할 꺼 같지만 단맛보단 드라이한 느낌의 와인이다.
프랑크푸르트와 헤센(Hessen) 주 일대는 전통적으로 사과 재배에 적합한 기후와 토양이라 사과 생산이 활발했고 자연스럽게 많은 양의 아펠바인이 만들어져서 지역 특산품 및 상징이 되었다. 또한 포도와 맥아가 상대적으로 귀하거나 부족했던 시기가 있어서 사과로 만든 와인이 유명해졌다. 프랑크푸르트 사람들은 연간 12리터를 마실만큼 지역내에서 사랑 받는 와인이다.
8월에는 축제도 열린다. 하우프트바헤(Hauptwache) 일대 및 자일 거리, 카이저 거리 등 프랑크푸르트 전역에서 열리며 아펠바인 술집이 밀집한 작센하우젠에서도 아펠바인을 많이 판매한다.
이처럼 독일 사람들은 맥주만 좋아하는게 아니라 와인도 좋아한다. 프랑크푸르트 근교인 라인 뤼데샤임(Rüdesheim am Rhein) 지역은 화이트와인 산지로 유명하다. 라인강을 따라 위치한 지역으로 기후가 서늘하며 경사진 비탈면에 포도밭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런 경사 덕분에 일조량이 충분하고 토양 배수가 좋아 포도나무 재배에 최적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리즐링이다. 달콤하면서도 산도가 높고 드라이하며 알콜도수가 높지 않아 디저트 와인으로도 좋다. 와인병도 홀쭉하게 생겨서 꽤 미학적이다.
뤼데샤임지역 뿐만 아니라 모젤 등 독일의 화이트와인 산지는 서남부쪽에 몰려있으며 프랑스 알자스가도 지역과 함께 많은 화이트와인을 생산 중이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화이트와인 재배 지역에 변화가 생겼다. 프랑스남부에서 재배하는 메를로,샤르도네, 쇼비뇽블랑의 품종이 독일에서 재배가 가능해졌고, 오히려 독일 대표 화이트와인 품종인 뮐러 트루가우(Müller-Thurgau)의 면적은 줄었다. 고온 기후로 인해 포도가 더 잘 익어 당분과 알코올 함량이 높아지고, 신선함과 산미는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독일 화이트와인이 가지고 있던 전통적인 산뜻함과 명확한 산도, 섬세한 밸런스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독일 와인 생산량은 전년대비 줄었고 최근 15년간 세 번째로 가장 낮은 생산량을 기록했다. 그 이유는 늦서리, 우박, 폭풍, 폭우 등의 이상 기후로 인해 전국적으로 수확 피해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구 온난화 등 기후위기가 지속된다면 독일은 화이트와인의 강국보다 프랑스 와인 생산을 대체하는 나라가 될지도 모르겠다. 유럽의 와인 생산지도도 점차 북쪽으로 올라가서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북유럽에서 와인이 주로 생산되고 전통의 와인 강호인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유럽 남부 국가들은 와인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