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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 찾아 Jun 05. 2018

언어 학습의 궁극은 새도윙이다.

만 3살 첫째 아이가 언어를 배워가는 방법

외국에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언어입니다. 미국에서는 당연히 영어가 어렵습니다. 저는 유학 전에는 유학생이라면 '당연히' 영어를 잘 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그런 수준을 이루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직접 체험하게 됩니다.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한국인들의 인터뷰를 보더라도 유학생활 중 가장 어려운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차별, 경제생활 등이 아니라 언어가 가장 먼저 나오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원어민처럼 말한다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점인지는 제가 한국 예능을 보면서 느낍니다. JTBC비정상회담이나 외국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한국말을 잘할까 생각하지만 아무리 잘하는 사람도 한국사람으로 착각할 만큼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얼마 전 샘 오취리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보았는데 그의 한국어 실력과 표현력에 놀라면서도 아직도 한국사람으로 착각할 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영어가 '그들'에게는 어떻게 들릴까요?



저의 첫째 아이가 말도 제대로 못 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진작에 아이가 영어 배우는 것은 포기하고 건강하게만 자라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제 만 3세가 된 아이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받아들여 아주 자유롭게 한국어를 구사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스스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가 별도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을 보거나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더군요. 그런데 그 배워가는 과정이 여간 흥미로운 것이 아닙니다. (저의 가족은 하루에 한 시간 반 정도 아이에게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절반은 한국어 콘텐츠, 나머지 절반은 영어 콘텐츠를 보여줍니다)


먼저 흥미로운 점은 아이들은 문자를 모르기 때문에 소리로 학습을 합니다. 아이 친구 중에 딜래니(Delany)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제 아이는 그 아이를 '래니'라고 부릅니다. 뒤에 강세가 있기 때문에 아마 '디' 소리는 잘 안 들리고 뒤에 '래니'소리만 확실히 들리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 같은 성인 학습자는 소리가 잘 안 들리면 스펠링을 확인하고 문자에 의거에 다시 발음을 합니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ㄷㄹ래니' 이런 식으로 발음한다면, 저는 딜.래.니 이렇게 또박또박 발음하는 것이지요.


또한 아이들은 언어에 대한 체계가 잡혀있지 않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흉내를 내고 뜻을 유추합니다. 제 아이가 먼저 배운 단어들 중에 하나는 'no', 'it's my turn' 등이 있습니다. 짧고 의미가 확실한 것들을 빠르게 습득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시청한 동영상에서 나오는 말을 그대로 흉내 냅니다. Mimic이라고 하는데 상대방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이지요. 성인 학습자도 비슷한 방식으로 공부하면 효과적입니다. Shadowing (영어를 듣고 바로 그 소리를 따라 말하는 훈련)은 그래서 영어 스피킹의 진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인 학습자는 새도윙에만 의지해서 공부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상당히 느린 방법입니다. 성인 학습자는 더 빠르게 학습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가지 방법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유학생으로 영어를 공부하다 보면 일단 말을 하는 것보다는 빠른 시간 내에 자료들을 읽고 수업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독해에 치중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방학이 되어서야 이제 좀 말하기 연습을 별도로 해 볼까 하게 됩니다. 비록 스피킹을 잘 못하더라도 대학교-대학원 레벨의 영문자료를 읽어내는 것은 말하는 것과 별개로 대단하고 위대한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을 가지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을 소요로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말을 하고 싶어 하고 소통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스피킹에 관한 갈증이 큰 것 같습니다. 스피킹을 가장 잘 훈련할 수 있는 것은 새도윙입니다. 확실히 새도윙을 훈련한 날과 안 한 날은 차이가 많이 납니다. 쉽지는 않지만 연습하면 할수록 실력은 늘어갈 것입니다. 새도윙을 할 때 중요한 점은 '나는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영화 'The Intern (2015)'을 새도윙한다고 했을 때 내가 영어를 따라 한다기보다는 로버트 드니로를 따라 한다는 느낌으로 해야 합니다. 그의 표정이나 몸짓, 억양까지 '내가 로버트 드니로다'라고 생각하고 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너무 어렵게 시작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래 링크는 해커스라는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새도윙인데 한 문장씩 구성되어 있지만 연습을 하면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영어 공부하시는 분들, 힘냅시다!!


http://www.gohackers.com/?c=toefl/toefl_info/toefl_shadowing


[마지막 잔소리]

일단 하나를 정하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경우에는 스피킹을 하다보면 리스닝이 안된다고 생각하여 리스닝으로 넘어갔다가, 막상 학교서 공부하다 보면 읽기가 안되어 단어 공부로 넘어갔다가 갈팡질팡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작은 분량을 정해서 어찌 되었든 그 분량을 끝내는 것이 성취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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