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밤의서점 Sep 11. 2017

벌써 1년, 밤의서점 분투기

- 밤의서점 1주년을 맞아 폭풍의점장이 폭풍의점장을 인터뷰하다.

 지난달 29일 연희동의 밤을 쓸쓸히 혹은 꿋꿋이 밝혀 주었던 <밤의서점>이 개점 1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밤의서점>은 연희동 핫플레이스이자 유명 서점이므로 많은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습니다… 는 것은 사실과 다르고 단골들을 빼고는 이 사실을 모르기에, 1년간 버텨낸 것을 자축하며 특별 인터뷰를 준비하였습니다. 다음은 폭풍의 점장이 질문하고 폭풍의 점장이 답하는(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인터뷰입니다.


Q. 1주년을 축하한다. 그런데, 왜 이런 이상한 인터뷰를 하기로 했는지 묻겠다.  

A. 1주년이라니 뭔가 뜻깊은데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1주년 소회 글을 쓰라고 밤점장에게 일주일 전에 호기롭게 숙제를 냈고 나도 쓴다고 하였다. 뭔가 되게 할 말이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글을 쓰면 좀 정리가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본래 게으른 성정과 생활 잡무들에 치여 마감인 오늘까지 한 자도 써 놓은 것이 없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럴 때 누군가 내게 질문을 해 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밤까지는 이 글을 올려야 하고 나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기에 마감 스트레스가 매우 심했다. 궁여지책으로 1년 동안 서점을 운영해 본 작은 서점 점장에게 어떤 게 궁금할까를 상상하며 혼자 묻고 대답하기로 했다. 인터뷰를 잘할 수 있을까 떨린다.


Q. 지난 1년 동안 서점을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 있던 일은 무엇인가?

A. 하나만 고를 수 없다. 모든 것이 보람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책과 밤의서점이라는 공간을 좋아하는 손님들을 만난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점장으로서 스스로를 돌아보면 사교적인 성격은 아닌지라 말을 많이 걸지도 않고 아주 친절한 것 같지도 않다. 그리 많은 말은 하지 않지만 우리는 책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가장 기쁘다. 밤의서점에 오는 모든 손님들이 반짝이고 아름답고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물론 책을 많이 사신 분께 조금 더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하하하.

또, 스스로 숨어있을(…)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도 보람이다. 나는 서점에서 가장 마음이 평화롭다. 직장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꿈의 직장이다. 물론 돈이 안 벌리는 스트레스는 있지만 워낙 목표치를 낮게 잡고 시작하여 월세와 전기세가 나오는 밤의서점이 감사할 뿐이다. 가끔 손님이 한꺼번에 들이닥칠 때 정신이 없는 게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랄까? 그러나 거의 그런 일이 드물다. 손님이 많이 와서 스트레스 좀 받아봤으면 좋겠다.


Q. 손님들을 만난 것이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하였다. 그러면, 지난 1년 동안 마음에 남는 손님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A. 많은 분들이 생각난다. 밤의 서점 첫 번째 손님이셨던 C님, 월요일에만 서점에 오시는 J님, 친구들을 계속 데리고 오시고 우리 집 고양이도 소개해주신 Y님, 서점을 너무 좋아하고 하고 싶어서 주말 동안 동네 가게를 빌려 헌책을 팔았다는 K님, 열렬하게 책을 사랑하여 움직이는 서점을 내신 H님, 이제 우리가 친구인지 손님인지 헷갈리게 된 지척에 사는 동네 손님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떠올린다. 다들 책이 집에 가득가득 하실 텐데 우리 문 닫을까 봐 올 때마다 또 사신다. 특히 오며 가며 들르시는 손님들, 볶은 콩도 주시고 떡도 가져다주시고... 울컥하며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아, 광주에서 오신 L님을 빠뜨렸다. 더운 여름날, 옆집 공사 트럭이 밤서점을 양옆으로 포위하고 있을 때 어렵게 서점에 도착하셨는데 시원한 맥주를 권해드렸더니 너무 행복해하셨다. 후에 밤의 점장이 서점 지키고 있을 때 복숭아를 한 박스나 사 가지고 오셔서 동네 손님들과 잘 나누어 먹었다. 이렇게 말하니 먹을 거 갖다 주시는 분들만 편애하는 것 같은데 그런 거 아니다. 진짜다. 이런저런 마음 써 주시는 게 너무 감사해서 그런 거다.


Q. 준비된 답안만 내놓는 것 같아 이쯤 해서 짓궂은 질문을 하겠다. 두 명의 점장이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누가 손님들에게 더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둘이 하다 보니 보이지 않게 경쟁 같은 것을 하게 되지는 않는가?

A. 오.. 예리한 질문이다. 솔직히 말하라니 솔직하겠다. 겉으로는 초연한 척하고 있지만 은근 신경이 쓰인다. 서점 홍보를 위해 밤의 점장은 인스타를 관리하고 있고 나는 트위터를 관리하고 있다. 인스타 사람들(이하 인친)은 뭐 올리면 댓글 막 달아주고 좋아요 막 해주고 그런데 트이타 친구들(이하 트친)은 조용하시다. 뭔가 유머를 개발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다. 북클럽 공지를 하면 인친들만 신청하고 트친은 신청을 안 한다. 인스타와 트위터를 공통으로 쓰는 분들도 다 인스타에 신청하시는 것 같은데… 이것은 플랫폼 성향 차이일까? 아니면 운영자의 문제인가?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트위터 보고 점장이 남자분인 줄 알았어요 하시는 분들이 계속 있는데…. 자괴감이 든다. 그리고 이건 좀 더 신경이 쓰이는 문제인데, 매출. 나 있을 때는 손님이 별로 안 오는 것 같고 밤점장 있을 때 바글바글하다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다. 물론 밤점장이 여러모로 낫긴 하지만, 음…. 답하다 보니 작아지는 나를 발견한다. 안 되겠다. 매력 증진을 위해 내일은 옷이라도 좀 사러 나가야겠다.


Q. 자신이 서점 점장으로서 얼마나 성실하다고 생각하는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서점장이라는 업의 본질에 대해 조금 알 것 같은가?

A. ‘성실’하려고는 하고 있지만 이건 내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밤의점장에게 물어봐야 한다. 밤점장, 나 성실하게 하고 있나? 청소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 집보다 밤의서점이 더 깨끗하다. 그리고 점장이라는 업의 본질이라… 어려운 질문이다. 업의 본질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어떤 점장이 되고 싶다는 것은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책을 잘 아는 점장’이 되고 싶다. 잘 안다는 것은 많이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흐름을 읽는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말하자면, 독자의 삶 속에서 그 책이 차지하는 위치(롤)에 대해 아는 거다. 그 책을 어떤 책으로 분류할 것이냐가 요즘 점장으로서 묻는 고민이다. 예를 들어 9월의 북클럽 책인 <코스모스>는 과학교양서이지만 점장으로서 나는 코스모스를 마음속에서 ‘유체이탈 서적’으로 분류해 두었다. 여행서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자아에 몰입되어 괴로울 때 읽으면 좋은 처방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기를 권하는 서점에는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마음에 너무 깊이 침잠하는 건 좋지 않기에 가끔은 자아에서 이탈하여 우주의 일부로 자신을 보는 것도 필요하다. 밤의서점의 부작용을 줄여주는 책이랄까. 이런 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만족스러운 대답이 되었는가? 안 되었다면 아직 내가 점장으로 미숙하다는 증거다.


Q. 요즘 서점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부쩍 많다. 민감한 부분일 테지만 매출에 관해 묻겠다. 손익을 따져봤을 때 동네서점은 창업할 만한가?

A. 당연히 손익을 따지면 서점은 할 수 없다. 처음부터 알면서 시작했던 부분이다. 우리 같은 연희동 유명 서점(와~~)에서도 월세와 전기세는 나온다. 딱 거기까지다. 창업을 생각하는 분들이 물으면 사실대로 말한다. 망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시작하시라고. 왜 그런가 하면, 사람들이 책을 많이 사지 않기도 하고 책의 마진율이 낮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답하고 보니 정말 스스로가 무능하게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회사에 소속되어 일을 할 때도 밤새며 열심히 하였다. 클라이언트의 돈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깊이 고민했다. 남의 일인데도 그랬는데 왜 내 일인데 안 하고 있는가 반성하며 일기장에 밤의서점을 남의서점처럼 열심히 해 보자고 적어두었었다. 그래서 올해는 좀 더 열심히 수익을 남겨봐야겠다. 그렇다고 해서 ‘1인 1권 이상 필히 구매’나 ‘책 안 사고는 못 나감’ 이런 문구를 붙여둘 것은 아니지만 둘러보러만 왔는데도 나갈 땐 두 손 가득 책을 들고나가게 하는 마력의 서점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야심이 있다. 책 안사고는 못 배기는 밤의서점의 큐레이션을 고민해보겠다.


Q. 책 안 사고 못 배기는 큐레이션이라. 야심이 대단하다. 그것이 앞으로 밤의 서점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것인가?

A. 그렇다. 서점의 모든 책들이 하나하나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목받을 수 있도록 배열하고 싶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고민이 있는데, 책을 많이 읽은 분들과 책과 별로 친하지 않은 분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서가를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까가 주요한 고민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서점이면서 책을 안 읽는 사람에게는 책과 친해지게 하는 그런 서점을 만들고 싶다. 물론 이건 폭풍의 점장이 요즘 빠져있는 생각이다. 밤점장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낼모레 서점 운영에 관해 워크숍을 하기로 했다. 거기서 나눌 이야기가 기대가 된다. 그리고 앞으로 더 멋져질 밤의 서점도 매우 기대된다. 밤의서점은 더 멋져질 일만 계속 남았다.


Q. 그런 면에서 밤의서점의 경쟁상대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A. 딱 떠오르는 곳은 없다. 성향상 경쟁심 같은 것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알라딘? 아니다. 농담 삼아 경쟁사 알라딘이라고 트윗을 올리는데 알라딘은 사실은 계열사에 가깝다. 서점을 열기 전엔 알라딘을 이용했는데 아직도 알라딘에서 책을 산다. 빨리 사야 하거나 도매에 없는 책이거나 할 때는 알라딘을 이용하고 절판도서도 알라딘에서 구한다. 마음속의 계열사다. 그래서 알라딘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서점을 내면서는 알라딘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책을 사는 일이 없어져서 좀 아쉽기도 하다. 아, 말하다 보니 경쟁사가 하나 생각이 났다. 올봄에 서점 탐방을 하러 도쿄에 갔을 때 여러 서점을 둘러보다가 카모메북스 가는 길에 있던 아게즈키라는 돈가스 맛집에 간 적이 있다. 감동의 맛이었다. 어떤 맛이냐면, 이런 돈가스라면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에게도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아게즈키가 돈가스 맛이 거기서 거기지 라고 생각했던 내게 주었던 놀라움처럼, 밤의서점도 동네 서점이 거기서 거기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서점에 앉아 졸릴 때면 아게즈키를 떠올린다. 책을 안 읽는 사람에게도 책을 팔 수 있는 서점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Q. 밤이 깊었다. 이만 인터뷰를 마무리하겠다. 마지막으로 독자, 서점 손님 분들께 한 말씀해 주신다면?

A. 책과 친해지고 싶으시다고요? 그럼 일단, 책을 사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밤의서점에서 사시면 더 좋습니다. 밤의서점 그동안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인터뷰를 마친 폭풍의 점장은 혼자 씩씩하게 셀카를 찍었습니다. 2주년, 3주년을 맞아서도 소회를 글로 남길 것이고 기념사진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안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밤의서점에 잘 어울리는 관록있는 점장이 있을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By 폭풍의 점장)

작가의 이전글 밤의점장의 편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