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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의서점 Sep 11. 2017

밤의점장의 편지

- 우리는 날마다 서로를 발견하고 있어요

(1주년을 맞아 편지를 써보았습니다. 오글거리더라도 1주년이니 봐주세요^^)



1. 밤의서점에게     

서점에 오기 전 나는 고민도 많고 머리가 복잡한 사람인데(웃음)

서점에 들어서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사람이 된다.

나의 신경안정제, 밤의서점

일 년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갓 태어난 아기의 성장을 기록하듯

시시각각 다른 네 얼굴을 카메라와 눈에 담았지.

거미줄이 드리워지고 물이 조금 새고

그런 걸 포함해서 전부 사랑스러운 공간.

너를 자랑할 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어.

손님들이 찾아와 너를 발견하고 사랑해줄 때마다

네 얼굴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     


2. 손님들에게     

"힘든 건 힘든 거고,

재미있는 건 재미있는 거다.

돈이 되지 않는 건 되지 않는 거고,

그럼에도 하고 싶은 건 하는 거다."     

얼마 전 다녀가신 손님이 밤의서점 방문기를 올려주셨는데

그중 머리를 산뜻하게 해 준 구절!

그렇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 나의 서점을 열었고

1년간 재미있었습니다.     

재미있다...

쉬운 말 같지만 제겐 아주 어려운 일.

재미를 느끼다가도 일이 되면

책임감에 짓눌려버리는 타입이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밤의서점과 보낸 시간은 달랐어요.

내성적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서점 손님들에겐

기꺼이 먼저 말을 걸고 있더라구요.

책을 추천해달라 하시면 어떤 책이 좋을까 손님과 함께 고민하고,

조금이라도 책 이야기를 나눈 손님의 얼굴이나 이름은

신기하게도 각인이 되더란 말이죠.

입고할 책을 고르고, 손님께 책을 권해드리고,

책을 포장하고, 내게 좋았던 책들의 띠지를 손수 쓰고

그런 일들이 그냥 재미있었어요.

온라인 서점에서 하루 만에 받을 수 있는 책들을

기꺼이 우리 서점에 와서 예약하고 찾아가시는 손님들,

장을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많이 샀다며 떡이나

과일을 조금 주고 가시는 그런 일들이 좋았어요.

유명한 분이 서점을 칭찬해주시는 것보다

그게 훨씬 더 좋았어요, 전.     


그리고 생각했죠.

이곳은 우리가 서로를 날마다 발견하는 공간이라고.

잘 살고 있는지, 무얼 하며 지내는지,

회사에서 힘든 일은 없었는지.

밤의서점 손님들은 책을 사며 그걸 주고받고 있었다고.     

일 년이 흐른 후 서점의 얼굴이 조금

바뀌어 있는 걸 발견했답니다.(느끼셨나요?)

원래 밤의서점은 좀 고고했습니다.

주인인 제가 이런 말을 하려니 좀 웃기지만 사실이에요.

아무나 찾아오는 곳이 아니라 이런 곳을 간절히 기다려온 분들만

왔으면 했던 거예요, 내심.

그런데 밖이 환한 시간엔 화사한 얼굴들이,

어둑한 시간엔 책에 집중하거나 어둠에 잠겨 있고 싶은 분들이 찾아오셨고.

그분들 모두가 서점의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어요.

또 한 해가 지나면 서점의 얼굴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가까이, 또 멀리 있는 당신

일 년간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밤의서점에서 서로를 발견해가요.     


3. 폭풍의점장에게

바나바가 안디옥에서 사역하며

자기의 부족함을 깨닫고 바울을 불러들였다 했지.

당신이 내게 그런 존재라오. 낙천적인 성격과 에너지 등

내가 갖지 못한 장점을 가졌기에 우리 둘이 서점을 열게 하셨다 믿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파트너님.     


PS. 밤의고양이에게

불안할 때마다 내 곁을 지켜준 회색 고양이,

발 만질 때마다 빼지 않고 폭 안겨 있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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