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직에 대한 생각

또 하나의 선택지

by 김태은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업무는 줄어들지 않았고, 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팀장님의 질책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가끔은 사무실 한가운데서, 다른 직원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서류가 책상 위로 내던져졌다. 종이가 책상에 부딪히는 소리는 생각보다 컸고, 그 소리는 오래 귀에 남았다.


두 달이 더 지나 4월이 되었을 때도, 내 앞에 놓인 일의 대부분은 여전히 처음 해보는 것들이었다. 1년 주기로 돌아가는 업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모를 수도 있다는 전제가 존재하지 않았다. 모른다는 건 설명이 필요한 상태가 아니라, 혼이 나야 할 이유였다.


전임자는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


“기억이 안 나니, 예전 문서를 찾아봐.”


하지만 문서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일의 요령이나, 실수하기 쉬운 지점들, 그 안쪽의 흐름 같은 것들. 나는 결국 다른 지자체에서 같은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전화를 거는 일은 늘 부담스러웠다. 받는 쪽도 바쁠 테고, 굳이 외부의 사람에게 친절할 이유도 없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통화는 건조했고, 때로는 노골적인 귀찮음이 묻어났다.


하지만 아주 가끔, 내 목소리의 떨림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었다.


“신규죠?”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고생이 많겠다며, 어디에서 막혔는지 차분하게 짚어주는 목소리. 그 짧은 통화 하나가, 그날 하루를 버티게 만들었다. 나는 그런 통화가 끝나면 잠시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자리에서 숨을 골랐다. 그것이 내가 허락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휴식 같았다.


업무는 많았고, 나는 거의 매일 초과근무를 했다.
사무실에는 늘 세 사람이 남았다. 나와 도서관의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처럼 일이 남아서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 사람은 초과를 찍고 의자에 누워 잠을 잤고, 다른 한 사람은 밖에서 술을 마시다 돌아와 초과를 찍고 퇴근했다. 그들 사이에서 나는, 실제로 끝나지 않는 일을 하며 남아 있다는 사실이 더 피로하게 느껴졌다.


이게 현실인가. 이게 공무원인가.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오래 맴돌았다.


수영을 하지 못하게 된 것도 컸다. 회사 근처에는 수영장이 없었고, 있다 해도 밤 아홉 시, 열 시까지 남아 있다가 다시 새벽 여섯 시 전에 일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몸을 붙잡아주던 마지막 리듬이 사라지자, 하루는 더 쉽게 흐트러졌다. 나는 점점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지나고, 1년 6개월이 지났다. 나는 시간을 견뎠다기보다는, 그냥 통과시켰다.

그 사이 처음 함께 일하던 팀원들은 팀장님과 행정직 주무관을 제외하고 모두 바뀌었다. 어느새 나는 그 팀에서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고, 9급의 몸으로 새로 온 7급 팀원에게 일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지만,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내가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팀장님의 분노가 언제 터질지 예측하는 데 하루의 에너지를 쓰고 있었고, 회사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잦아졌다. 사고라도 나면, 그래서 하루쯤 가지 않아도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 생각이 든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


나는 아직 겉으로는 버티고 있었지만, 안쪽은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예전으로 돌아갈까 봐 두려웠다. 다시 집 안에 틀어박힐까 봐, 다시 사람이 무서워질까 봐.


나는 스스로 정신과를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오래 머물지 못했다. 대화는 겉을 맴돌았고, 결국에는 고비용 시술 이야기가 나왔다. 몇 차례 더 가보다가 그만두었다. 도움을 받으러 간 자리에서, 오히려 더 고립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밤에는 잠이 잘 오지 않았고, 회사에 가기 싫은 아침이 반복되었다. 더 이상 기대거나 의지할 곳이 없다고 느껴졌을 때, 나는 차라리 다시 계약직 사서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의 나는, 위로 올라가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그저 숨을 쉴 수 있는 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었다.


결국 나는 마음을 굳혔다. 면직을 하겠다는 결심이었다.

부모님께도 말씀드렸다. 아쉬워하는 기색은 분명히 있었지만, 대놓고 말리지는 않으셨다. 아마도, 내가 오래전부터 불안정해 보였다는 걸 알고 계셨을 것이다. 부모는 그런 걸 이상하게 잘 알아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면직을 결심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래, 이런 길도 있었지. 꼭 공무원이어야 할 이유는 없잖아. 애초에 내가 원했던 건 도서관이지, 이 사무실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설득했다. 결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나름대로 논리를 단단히 쌓아 올렸다.


그 뒤로는 팀장님의 목소리도 이전만큼 크게 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무서웠지만, 곧 떠날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마음 한편에 묘한 안정감이 생겼다. 매를 맞을 날이 정해진 사람처럼, 오히려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 상태가 어딘가 불균형해 보였던 걸까. 어느 날, 옆자리의 행정직 주무관이 조용히 물었다.


“괜찮아요?”


그 질문은 예고 없이 날아왔다.


아무 말 없이 면직 서류를 준비하던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저… 그만두려고요.”


말은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물었다. 팀장님 때문에 힘들어서 그러는 거냐고. 이어서 말을 덧붙였다. 지금 팀장님은 자기가 봐도 꽤 어려운 분이라며, 다른 팀으로 가면 훨씬 나을 거라고. 이제 근무한 지도 1년 반이 지났으니 이동을 요청할 수 있는 시기라고 했다. 그러니까, 과장님께 직접 이야기해 보라고. 나는 그 말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과장님께… 그런 말을 해도 돼요?”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직렬은 인사고충을 통해 이동하는 일이 흔하고, 사서직은 부서를 떠날 수는 없지만 팀 이동은 가능하다고 했다. 요즘은 직원들의 이야기를 예전보다 더 들어주는 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녀의 말투는 차분했고, 단호했다. 면직은 안 된다는 의지가 그 안에 분명히 담겨 있었다.


그 순간, 내 앞에 전혀 다른 길 하나가 놓이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떠나는 쪽으로만 생각해왔는데, 남되 자리를 옮기는 선택지. 팀장님으로부터 벗어나, 도서관팀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가능성은 나를 잠시 멈추게 했다.
이미 결심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결심이 아주 단단한 것은 아니었다는 걸,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월요일 연재
이전 15화공무원 발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