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아니라고요?
신규자 교육이 끝나고, 발령의 날이 왔다.
사서 신규는 셋이었다. 교육 기간 동안 얼추 안면을 트고, 사령식에서 다시 만난 우리는 나란히 서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넓은 공간을 채우고 있었고, 그 안에서 우리는 모두 조금씩 어색해 보였다. 누군가는 넥타이를 만지작거렸고, 누군가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사령식이 끝나자, 신규자들은 각자 자신이 속하게 될 과에서 누군가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다. 그 시간은 짧았지만 묘하게 길게 느껴졌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남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점점 더 많은 표정이 얹혔다. 안도, 긴장, 기대, 그리고 알 수 없는 종류의 불안.
우리 앞에도 두 사람이 다가왔다.
온화한 인상의 한 사람은 ○○도서관팀장이라고, 다른 한 사람은 굳은 얼굴로 도서관정책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그 둘을 보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대비를 느꼈다.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도서관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 옆에 서 있던 동기들을 차례로 바라보며 말했다.
“A씨는 ○○도서관 자료실에서, B씨는 △△도서관 어린이자료실에서 근무하게 될 거예요.”
동기들은 씩씩하게 “네!” 하고 대답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름이 불릴 차례라는 생각에, 몸이 아주 조금 앞으로 기울어졌다. 하지만 도서관팀장의 말은 거기서 끝이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의도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대신 정책팀장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소는 없었고, 말은 짧고 단정했다.
“김태은 씨는 정책팀에서 작은도서관 업무를 맡게 됩니다.”
작은도서관. 정책팀.
단어들은 또렷했지만 의미는 잘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내가 동기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묻지 않았다.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걸, 그때의 나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말은 생각보다 빠르게 입 밖으로 나왔다. 마치 이미 여러 번 연습해 둔 문장처럼.
도서관정책팀은 도서관과 같은 조직에 속해 있었지만, 느낌은 전혀 달랐다.
교육국 아래에 도서관과가 있고, 그 아래로 정책팀과 각 도서관 팀들이 나뉘어 있었다. ○○도서관팀, △△도서관팀, □□도서관팀. 각 도서관 팀이 현장을 운영하는 곳이라면, 정책팀은 그 바깥에서 도서관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다루는 팀이었다. 말하자면 도서관이 ‘지금 열려 있는 공간’이라면, 정책팀은 ‘그 공간을 가능하게 만드는 곳’에 가까웠다.
책을 정리하고 사람을 만나는 일 대신, 문서를 만들고 계획을 세우고 보고를 올렸다. 나는 이제 책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회의와 결재, 그리고 설명이 필요한 언어들 속에서 일하게 되었다. 조금 시무룩했지만, 달리 방법은 없었다.
출근하자마자 업무 인계가 시작되었다. 전임자는 6급 사서였다. 도서관 건립과 작은도서관 업무를 맡아왔다고 했다. 일이 많아져 팀 인원을 한 명 늘렸고, 자신이 건립 업무를 맡고 내가 작은도서관 업무를 맡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그 말을 듣는 동안, 나는 내가 생각보다 큰 자리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젊으니까 금방 배울 거야.”
그는 가볍게 말했다. 정말 가볍게.
인계는 예상보다 훨씬 간단했다. 지금은 당장 보조금 정산을 해야 하고, 1월에는 각종 계획을 세우고, 2월에는 실태조사와 현장점검, 3월에는 보조금 교부. 그는 그 말을 숨 쉴 틈 없이 이어갔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실제로 이해한 것은 거의 없었다.
“아직 잘 모르겠지? 내가 올린 문서들 보면서 파악해봐. 작년 거 보고 그대로 하면 돼.”
그 말이 끝이었다. 그는 곧바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나는 문서를 읽기 시작했다. 아니, 처음에는 읽었다기보다 화면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는 말이 더 정확했을 것이다. 읽어도 의미는 연결되지 않았고, 연결되지 않아도 계속 넘겼다. 이해는 나중의 문제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가끔 질문을 하러 가면 그는 말했다.
“그건 기억이 안 나네.”
“지금 너무 바빠서.”
말투는 온화했지만, 도움은 거의 되지 않았다.
팀장님은 그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한 번 높아지면 사무실 전체가 조용해졌다. 직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을 가져오면, 그 자리에서 호통을 쳤다. 나는 그런 장면을 몇 번 보고 나서 더 이상 질문할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며칠을 그렇게 문서만 들여다보며 혼자 어쩔 줄 몰라하고 있을 때, 옆자리의 행정직 주무관이 말을 걸어왔다. 지출 처리, 기안 작성, 법 조문 보는 법, 조직 구조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조곤조곤 설명해주었다.
“업무 내용은 내가 알려줄 순 없지만, 이런 건 언제든 물어봐.”
그 말은, 그 시절의 나에게 거의 구조 신호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일을 배웠다. 보조금 정산 서류를 들여다보며, 도대체 이 돈을 나눠준 곳이 왜 이렇게 많은지 생각했다. 작은도서관마다 사정도 달랐고, 서류 상태도 제각각이었다. 서류가 미비하거나 오류가 있으면 전화를 걸었다. 정중한 설명을 하고, 다시 요청하고, 기다렸다.
다시 요청을 하면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작년에는 이런 요구를 하지 않았었다며, 담당자가 바뀌어서 그런 거냐고 따졌다. 작년 서류를 들춰보면, 지급액만 맞고 나머지는 얼기설기 얽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서류를 들고 가면 팀장님은 자리에 앉은 채로, 그의 옆에 공손하게 서 있는 나를 매섭게 올려다보며 다그쳤다. 그 눈빛 앞에서 나는 결국, 오류 하나 없는 정산서를 준비해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첫 달에만 백 통 가까운 통화를 했다. 전화가 익숙해질수록, 일도 조금씩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꼼꼼히 해도 팀장님의 검토는 늘 쉽지 않았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틀린 게 있으면 나를 불러 세웠다.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말해봐.”
그 말을 들으면 나는 늘 직접 작성한 문서를 떨리는 눈으로 훑었다. 처음에는 혼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틀린 걸 찾았다. 하지만 찾아내면 왜 처음부터 제대로 하지 않았냐고 했다. 그러다 찾지 못하면, 왜 이걸 못 보냐고 했다. 어떤 답을 해도 결과는 같았다.
1월이 되어 각종 계획을 세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계획을 세우는 건 처음이었다. 전임자의 문서를 모두 보았지만, 무엇이 ‘잘 쓴 계획’인지 알 수 없었다. 조언을 구하면 늘 같은 답이 돌아왔다. 지금은 바쁘다, 작년 거 재작성하면 된다.
그 말을 따라 작성한 계획을 가져가자, 팀장님은 그것을 완전히 부정했다.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구성부터 문장까지 하나하나 짚으며 문제 삼았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고 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에, 나는 자꾸만 작아졌다.
나중에서야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그 호통은, 나에게라기보다 전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을지도 모른다고. 팀장님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일을 대충 했던 전임자를, 사실은 혼내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고.
그렇다고 해도, 그 당시의 나는 그런 사정을 전혀 알지 못했고,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아무런 위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서툴고, 억울하고, 자주 혼나면서.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이 조직에서는 아주 흔한 시작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체념하듯 받아들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