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시간)생각 재정립, 두 번째
“지루해서 어떡해.”
일요일, 도서관 로비 안내데스크에 앉아 이용자 문의에 응대하는 근무가 잡혔는데 시작도 전에 두 사람이 나의 지루함을 걱정해 주었다. 부스 안에 밤까지 갇혀있는 모양새로 생각한 것 같은데, 그럴 리가. 그 시간은 가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황금 같은 시간이다.
‘지루한 시간’을 ‘황금시간’으로 바꿔주는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시간’을 중요 자산으로 본다.
둘째,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의미 있게’ 보낸다.
‘시간’을 중요 자산으로 보는 얘기부터 해보자.
5일 일하고 2일 쉬는 5:2 시간 분배는 초등학교 때부터 체화해 온 바라 별 불만 없던 나는 매일 밤 졸린 눈 껌뻑이며 겨우 독서 시간을 확보했다. 그런데 글쓰기와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현할 활동까지 추가하려고 보니 늘 시간의 한계에 부딪히고 시간을 갈망하게 된다. 엠제이 드마코는 (『부의 추월차선』저) 시간을 돈보다 중요한 자산으로 보는데 그 이유를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사회가 세팅한 대로 살면 별문제 없이 살 수 있지만 나의 발전을 위해 시간을 쏟고자 하면 늘 시간이 부족하다. 꿈을 키우고 생각을 벼리는 시간은 어느 시간보다 중요하지만, 노동시간보다 늘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 시간엔 다양하고 많은 것을 경험할 기회, 공부할 기회가 있다. 시간은 인생의 원동력이 되어야지 돈과 맞바꿔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엠제이 드마코의 강력한 주장이다.
** 지금 이 순간에도 출근 준비 시간(3월 10일 오전 6:58)이 다가와 그만 노트북을 닫아야 한다. 한정된 시간이 늘 아쉽다.
자산으로서 소중한 시간을 확보했다면 이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느냐가 관건이다.
청울림은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에서 ‘카이로스’를 소개한다. 카이로스란, 누구에게나 주어진 물리적 시간 외에 어떤 운명적이고 의미 있는 시간이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투쟁하다 투옥한 네루는 딸에게 옥중에서 세계사 편지를 3년간 써 보냈고, 그 편지를 엮은 것이 『세계사 편력』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된 빅터 프랭클은 그곳에서 관찰하고 체험한 삶의 모습을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담았다. 죽음과 맞닿은 절망의 시간을 카이로스로 바꾼 두 사람이다.
『세이노의 가르침』은 여기에 ‘돈이 되는 시간’을 추가한다. 경제적 대가를 받는 노동시간 외에도 미래 소득을 위해 공부하는 시간, 서비스 지출을 아껴줄 지식을 얻는 시간 모두 ‘돈이 되는 시간’이다. 돈이 되는 시간을 늘려야 부를 이룬다고 한다.
직장에서의 노동시간은 세이노에게 ‘돈이 되는 시간’이지만, 엠제이 드마코에겐 ‘당장 그만두어야 할 시간 거래’다. 통찰과 배움의 시간으로 보냈다면 청울림의 ‘카이로스’가 될 것이다.
시간을 정의하는 범주는 조금씩 다르지만, 시간이란 그냥 흘려보내야 할 것이 아니라, 생각의 칼날을 벼리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열정에 몰입하는 순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세 사람 의견이 같다.
다시, 안내데스크로 돌아와 보자. 드문드문 들어오는 민원을 처리하며 가지고 간 책을 다 읽었다. 바로 앞 스마트도서관(책자판기)에 달려가 경제서를 찾아보니 부동산 경매 입문서가 1권 있다. 이날 아침 부동산 경매를 공부하리라 생각도 못 했지만, 옆에 종이를 두고 필기하며 또 읽었다. 절대 범접할 수 없다 생각한 경매의 세계가 재미있다. 공백 시간을 의미 있게 채우는 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천지창조만큼이나 빛나 지루할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