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위인전을 수도 없이 읽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 이가 없는 영웅 이순신을 김한민 감독이 3부작으로 그려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그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이순신장군의 죽음을 어떻게 그려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작품이다. 노량해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니만큼 영화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순신장군은 퇴각하려는 왜군을 끝까지 섬멸하고자 조명연합함대를 꾸려 명나라와 함께 이 전쟁을 완전히 끝내고자 한다. 그렇게 영화는 노량해전으로까지 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이순신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순신만을 집중하여 그려내지는 않는다. 얼핏 명나라, 일본, 조선의 당시 상황을 적절히 분배하여 그려내는 것 같기도 한데 이 과정에 뚜렷한 선악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목적이 분명하다면 아군이 희생되는 것도 개의치 않는 왜군은 불의로 묘사되며 그에 반해 조선은 의로 분한다. 이는 항왜준사의 입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감독의 의도같기도 하다.
<명량>에서 불호로 꼽혔던 K-신파를 <한산>에서는 최대한 담담하게 그려내려 노력한 듯 보였지만 <노량>에서는 이를 온전히 다 내려놓지는 못한다. 슬로우모션과 함께 전작에서 역을 맡았던 배우들의 얼굴이 지나가는 여럿 장면들이 그저 전개를 늘어트리기만 한다.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상체만 잠시 등장하여 사라지는 CG를 취하고 있는데 이를 김윤석배우의 표정연기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순신장군의 죽음만큼은 덤덤하게 그려내려 했다는 것에서, 감독이 이순신장군을 대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전반적인 영화의 오락적재미는 화려한 CG와 늘어지지 않는 전개로 충분히 느꼈으나 그렇다고 하여 이 영화가 잘 만든 영화인가 하는 점에선 의구심이 남는다. 이 시리즈의 성공이 이순신이라는 티켓파워도 한몫하였음을 생각해 본다면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적당히 볼만하게 만들었다는 평이 조금 더 와닿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