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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아니다

<컨저링: 마지막 의식>을 보고서

by 사서 유

개인적으로 컨저링은 공포영화라기보다 오컬트장르에 공포를 가미한 정도라고 생각한다. 워낙 공포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컨저링 시리즈가 유니버스로 확대되고 나서 조금 더 어드벤처물 성격이 강해졌다고나 할까. 주인공이 매 편마다 위기를 겪으며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흡사 히어로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리즈의 마지막 <컨저링: 마지막 의식>은 이러한 영화적 특성이 가장 두드러진 편이다. 공포영화라기보다는 젊은 시절부터 노년까지 함께하는 한 부부의 멜로이자, 가족영화라고나 할까.


영화는 두 부부의 젊은 시절을 그리며 시작한다. 모종의 악령을 만난 이후 소중한 딸 주디를 잃을뻔하며 시작하는 이 영화는 한 시퀀스에 딸 주디의 성장과정이 고스란히 담긴다. 영화 <컨저링: 마지막 의식>는 간혹 가다 한 장면만 떼어보면 영화의 장르를 상상하기 힘들 만큼 서정적으로 묘사되고는 하는데, 이러한 점들로 인해 공포를 기대하던 관객에게 다소 실망감을 안긴다. 다만 영화 시리즈의 첫 편부터 모두 보아온 팬들이라면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점점 입체적으로 변모하는 워렌부부의 과거가 몹시 반가울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영화 <컨저링: 마지막 의식>을 두고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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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 마지막 의식>이 공포영화가 아니라고 과감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이 영화의 주된 감정은 공포보다는 '사랑'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른 공포영화들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에 기반하여 그 위에 '공포'를 얹는다면 이번 영화에서 공포는 그저 인물들에게 주어지는 하나의 시련일 뿐이다. 시리즈 이전 작품에서 <컨저링>이 보여준 공포는 '미지의 알 수 없는 것이 아무런 맥락 없이 고통을 선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시작부터 악령의 대상을 밝힌다.


악령을 퇴치하고 소멸하는 것에 목적이 있던 기존 내용과는 다르게 이번 영화에서 두 부부는 딸 주디를 '보호'하고자 힘쓴다. 소멸과 동시에 평화가 찾아오던 기존 서사와 다르게, 하나의 대상을 끝까지 지켜낸다는 이야기는 넓게 보면 시리즈의 결말을 암시하는 것과도 같다. 이번 악령을 퇴치하면 다음 악령이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한번 보호한 대상은 웬만하면 두 번 위험에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마무리된 뒤 펼쳐지는 마지막 시퀀스는 시리즈 내내 고생한 주인공들에게 주어지는 환송이다. 더불어 워렌부부가 퇴장한 이후 컨저링 시리즈의 향후 지향점이기도 하다. 공포는 더 이상 컨저링 시리즈의 강점이 아니다. 기반이자 기저로서 잘 요리할 수 있는 재료에 가깝다. 그러나 그것이 이 시리즈의 재미를 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향후 개봉되는 영화의 후속작을 어느 카테고리의 넣을지는 관객의 담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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