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성 라퓨타> 철과 나무, 끝과 회귀

by 사서 유

지브리 스튜디오의 첫 장편애니메이션인 <천공의 성 라퓨타>가 1월 메가박스에서 재개봉하였다. <천공의 성 라퓨타>는 제임스카메론은 영화 <아바타>가 개봉했을 당시 표절논란에 휘말렸던 여러 작품들 중 하나이다.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섬의 모양이나, 쇠와 나무로 대비되는 주제의식, 거대한 나무가 마치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과도 같다는 설정 등은 실제로 <아바타> 시리즈가 몹시 떠오르는 작품이다. 아니 <천공의 성 라퓨타>의 개봉 연도는 아바타보다도 훨씬 이전이니, 위 작품의 여러 모티브들을 제임스 카메론이 얻었을 것이란 추측도 놀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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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성 라퓨타>는 간단한 이야기 구조를 띄고 있지만 설정 면에서는 불친절한 영화이다. 아무런 배경정보 없이 등장하는 초반 추격 시퀀스도 그러하고 정확한 시대상이나 공간적 배경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소년 파즈의 일터로 미루어보아 장르가 스팀펑크라는 것을 유추해 볼 정도이다. 다만 이러한 점들은 극의 러닝타임을 충실히 따라가다 보면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며, 중요한 것은 극의 배경을 얼마나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주제의식이다.


온갖 무기들로 위장하여 시타와 파즈를 위협하는 무스카는 라퓨타 성 맨 위층에 위치한 동식물들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저 고대 라퓨타인들의 이미 사그라든 명성을 다시 쟁취하는데만 몰두해 있는 그는 마치 시간을 역행하려 드는 사람처럼 보인다. <천공의 성 라퓨타>는 초반 악인으로 묘사되는 무스카와는 달리 각 캐릭터마다 양면성을 보인다. 파괴의 신처럼 보이는 로봇이 실은 수호자에 가까운 것도, 물욕이 우선일 것 같은 해적단이 어린아이들을 돕는다는 것도 그렇다. 어린아이들을 해적이 돕는다 한들 세상은 알아주지 않는다는 식의 말을 들어도 해적단의 수장은 아이들을 돕는 데에 큰 이해타산을 두지 않는다. 그들이 금은보화를 쟁취하기는 하나, 사실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상황에 따라 가치와 신념이 변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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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미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반전의식은 패전국에서 자란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후 발표 작품들에서도 일맥상통한다. 아이들이 결심한 파괴는 실은 순수한 그 상태로 돌아가는 순정일 뿐, 개인의 욕망과는 멀다. 전쟁의 선전용어로 흔히 쓰이는 '대의'의 의미를 진정하게 생각해 볼 때, 이를 이끌어가는 이의 손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파즈와 시타를 통해 말한다. 권력과 야욕으로 똘똘 뭉친 무스카의 말로야말로 전쟁을 주도한 이들의 말로임을 은유하는 것이다.


영화 아바타시리즈를 먼저 본 후에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본 관객으로서 제임스 카메론이 이 영화에서 영감 받았을 것이란 말에 충분히 동의한다. 침략자를 향한 비판, 철과 나무의 대비,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양 등을 보았을 때 이에 포카혼타스 스토리를 얹은 것이 <아바타> 시리즈가 아닐까 생각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최근 미야자키 하야오의 후계자가 없다는 가장 큰 단점을 안고 있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만하다. 이를 두고 만든 영상에서 어느 댓글에서는 기업으로 본다면 쇠퇴가 맞지만, 예술가의 공방이라고 본다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천공의 성 라퓨타>로 시작하여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맺는 지브리의 작품들은 어쩌면 거장의 거대한 자서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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