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목지>는 최근 흥행이 부진했던 한국공포영화계에 희망적인 신호이다. 공포영화 마니아라는 감독답게 영화는 무거운 메시지를 남기기보다는 관객에게 짜릿한 공포를 깔끔하게 선사한다. 마치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이 영화는 공포를 오락처럼 즐길 줄 아는 이들이라면 꽤나 반가운 작품이 될 것이다. 감독이 사랑했던 공포영화들의 오마주가 곳곳에 보이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클리셰가 범벅된 것 같으나, 또 다른 면에서는 그만큼 감독의 공포물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영화 <살목지>는 최근 개봉했던 여러 공포영화들과는 달리 오랜만에 흥행신호를 보이고 있는 영화이다. 이미 심야괴담회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실화괴담으로 유명했던 곳인 데가, 낚시꾼들에게 유명한 장소인 곳에 놀이기구 하나를 세운 셈이다. 영화는 한이 서려있는 한국식 공포영화와는 달리 무섭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노선이 매우 정확히 보인다. <장화, 홍련>, <기담>, <알 포인트> 등 보고 나면 가슴이 처연해지고 어딘가 쓸쓸해지는 공포영화들과는 달리 현재 흥행 중인 <살목지>는 감정이 없는 영화이다. 내용은 단편적이고 인물들의 서사는 약하며 사실 해석할 거리조차 없는 오로지 연출만을 위한 단순한 각본이다. 이런 스토리에 어딘가 해석이 따라붙고 결말을 다시 탐구해 보는 것은 사실상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앞서 말했듯이 <살목지>가 이런 평면적이고 단순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이 나고 흥행이 되며 오랜만에 한국 공포영화계에 볼만한 평작이라는 것이다. 촘촘한 극본과 제대로 된 정서를 넣을 수 없다면 차라리 공포영화의 목적인 '쫄깃한 감정'을 느끼게 하겠다는 감독의 의지가 제대로 엿보인다. 애매하게 할 바에는 차라리 잔가지를 다 쳐내어 한 가지 노선을 똑바로 걷겠다는 감독의 뚝심은 공포영화라는 장르물의 애정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일행 중 한 명이 실은 귀신이라는 설정은 <알 포인트>를, 결말 부분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물은 일본 영화 <검은 물 밑에서>가 떠오른다. 아마 영화 내내 미처 내가 다 보지 못했던 공포영화들에 대한 오마주가 곳곳에 있을 것이다.
어쩌면 영화 <살목지>의 흥행은 극장이 부진한 이유가 관객이 아닌 영화에 있다는 또 다른 증거일지도 모른다. 관객은 더 이상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극장에 가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집에서 편안하게 심지어 구독 중인 OTT라면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에서 관객이 극장에게 기대하는 점은 '체험'이다. 좁은 TV화면으로는 미처 다 경험할 수 없는 영화적 체험들, 혹은 가족 또는 연인과 시간을 보내기에 기꺼이 실패하지 않을 작품들, 홀로 보더라도 도무지 보지 않을 수 없는 괜찮은 범작들에 관객은 영화표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영화 <살목지>가 흥행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그 체험을 톡톡히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롤러코스터는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탑승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 <살목지>는 작품성에 흥행했다기 보다도(실은 알맹이가 빈 것에 가깝지만), 스릴을 위해 선뜻 몸을 내맡기는 스릴형 놀이기구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