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혹은 내 소유의 공간에 물건을 두는 행위를 당연하고 비용이 들지 않는 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부동산학적 관점에서 볼 때 세상에 공짜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가에 거주하든 전월세에 거주하든 그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매월 기회비용이라는 숨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물건은 단순히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불한 혹은
지불해야 할 비싼 주거비용의 일부를 잠식하고 있다.
따라서 집이 좁다고 느끼기 전에 그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물건들이
그만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산을 갉아먹고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인천 지역의 평균적인 주거 비용 데이터를
활용해 물건의 월세를 환산해 보겠다.
인천의 평균 평당 단가를 기준으로 30평형 아파트의 기회비용을 월세로 환산하면
대략 150만 원 수준이 된다.
이를 다시 평당 월세로 나누면 평당 약 5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흔히 쌓아두는 종이 박스 하나가 차지하는 면적을 0.1평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 박스 하나가 매월 지불하고 있는 월세는 5천 원이다.
일 년이면 6만 원이다.
만약 거실 한구석에 쓰지 않는 운동기구나 해묵은 짐들이 1평을 차지하고 있다면
매월 5만 원, 일 년에 60만 원을 그 물건들의 주차비로 지불하고 있는 격이다.
이 수치는 물건을 쌓아두는 행위가 얼마나 비합리적인 경제 활동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물건을 정리하고 비우는 행위는 단순히 공간을 깨끗하게 만드는 살림 팁이 아니다.
그것은 무의미하게 점유된 자산을 회수하여 즉각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고도의 가계 경영 전략이다.
1평의 무의미한 짐을 비워낸다는 것은 매월 5만 원의 고정비를 절감하는 것과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가진다.
이를 예적금 금리로 환산하면 수천만 원의 목돈을 은행에 넣어두어야 받을 수 있는 이자와 맞먹는 가치다.
10원이라도 저렴한 물건을 사기 위해 발품을 팔면서 왜 집 안에서
매월 수만 원, 수십만 원의 월세를 낭비하는 물건들에게는 관대한가.
비움은 가장 확실하고 빠른 재테크의 시작이다.
집의 품격과 자산 가치는 그 안에 얼마나 비싼 물건이 가득 차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인 시스템과 질서가 유지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인류가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정리를 지혜로 발전시켰듯
현대인 역시 제한된 주거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간 인덱싱을 도입해야 한다.
물건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수치화하고 그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는 물건은 과감히 삭제함으로써
공간을 순수 자산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라이프 시스템 경영이다.
#공간 인문학 비움과 수납의 시스템
#책 쓰는 도서관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