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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Oct 04. 2016

삶의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고민우체통에 도착한 15번째 편지

이번 고민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 분께서 보내주셨습니다. 보통 수능을 앞두고 많은 스트레스와 고민을 받는 시기일 텐데요. 일반적인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지만 결국 누구나 부딪히게 될 문제에 대한 고민을 보내주셨습니다.


 청소년기의 많은 시간을 수능만을 바라보고 달려야 하는 우리나라의 세태에 대해, 내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사연을 최대한 그대로 써달라고 하셔서 거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사연을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별칭은 승짱이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학생입니다. 일반적인 수험생들과 달리 일본 국비유학을 준비했었습니다. 수능보다는 4달 정도 먼저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이번에 본 시험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큰 좌절감과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열정과 의욕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어려움이 없이 자랐습니다. 해달라는 건 다해 주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습니다. 그 때문에 끈기나 악착스러움, 지구력 등 열정이라는 단어와 연관시킬 수 있는 태도나 인품, 성품 등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벌써 시험을 치르고 약 두 달이 지났습니다. 시험을 치르고 난 후 공부 대신 다른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무섭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좌절과 실패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고 아직도 방황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님께서도 학창 시절을 보내셨을 겁니다. 이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학교라는 곳에서 의미가 변질된 교육이라는 것을 받으면서, 온 나라가 수능이라는 시험을 치르는 하루를 위해 공항버스 운행을 멈추고 출근시간까지 늦출 만큼 우리 인생에서 대학이 필요한 걸까요?

 그것보다 더 큰 제 고민은 '나는 왜 사는가'라는 고민입니다. 제 삶의 목표는 무엇이며, 무엇을 갈망하며 살아야 하는지, 삶의 의욕과 원동력은 어디에서 얻는지 모르겠습니다.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고등학생이 벌써 그런 걱정을 하고 있냐'라고 말이죠. 그러나 '나는 왜 사는가'에 대한 고민은 사실 수능보다도, 아니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고민입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갈 이유가 되기 때문이죠.



나의 학창 시절


 그렇다. 나 역시도 승짱님이 말대로 학창 시절을 지나왔다. 물론 승짱님보다는 일반적인 고등학생의 모습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다행인지 우리 부모님께서는 공부를 크게 강요하지 않으셨다. 나 역시도 공부에 욕심이 없었다.


 그래서 난 수능을 위한 공부'만'한 것이 아니었다. 학교를 다니며 놀기도 많이 놀았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든 해봤다. 우리 집이 아주 부유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시골에서 해보고 싶은 것은 웬만큼 부모님께서 지원해주셨다.


 그럼에도 나와 부모님의 견해가 다른 것이 있으면 스스로의 힘으로 도전을 하기도 하고,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하나만 예를 들자면, 내가 중학생 때 나름 쓸만한 핸드폰들이 출시되고 있었다. 나 역시 기계에 관심이 많던 터라 부모님께 사달라 졸랐지만 결코 사주지 않으셨다. 그래서 여름방학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갔다. 음식점에서 서빙을 하는 일이었다. 아침 8시부터 나가 저녁 9~10시는 돼서야 일이 끝났다.


 방학 내내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결국 내가 번 돈으로 핸드폰을 샀다. 그 경험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이끌려 사는 삶보다 내가 살아가고 싶은 방식대로 사는 것이 더 재밌다는 것을.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족한 부분이 느껴진다면 스스로 채우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방황도 많이 했고, 실패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렇게 풍족한 삶을 살고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많아졌다. 덕분에 모르는 사람도 직접 찾아와 고민상담을 하기도 하고, 내 이야기가 궁금해 찾아온 사람들에게 강연을 하기도 했다.


 내 학창 시절은 그렇게 남들이 정해주는 삶이 아닌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있었다.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좌절을 경험하면 열정이 사라진다. 나도 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실패하게 되면 지금까지 했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 우리 사회는 결과를 중요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열정은 '결핍'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어릴 때 하루에 10시간 넘게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유는 핸드폰을 갖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일을 시작했지만 사실 공부를 하는 것보다 일을 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더 잘하게 됐고,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으면 다음 날 더 열심히 하고 싶어 졌다.


 내가 지금 직장에 다니지 않아하는 일들에 강제성이 전혀 없음에도 매일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 역시 결핍 때문이다. 지식을 배우고 지혜를 깨닫고자 하는 결핍 때문에 책을 읽고, 그 지식과 지혜를 나누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글을 쓴다. 또, 누군가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돈도 되지 않는 고민상담을 열심히 하고 있다.


 오늘의 결핍을 채우면 내일의 결핍은 더 잘 채우고 싶어 진다. 나의 열정은 거기에서 나온다.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그것을 알아야만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열정이 생기고 끈기가 생긴다. 그에 더해 꾸준함을 연습한다면 열정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아진다.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일까?


 그렇다면 우리가 진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난 그 가치가 우리 사회에 실종되어 있는 '나는 왜 사는가'라는 고민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왜 사는지를 알아야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열정이 솟아나게 된다.


 승짱님께서 고민하고 계시는 '나는 왜 사는가'라는 물음은 평생 스스로에게 건네야 하는 질문이다. 청소년이건 청년이건 노년이건 상관할 바가 아니다. 청소년기에 이런 고민을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하는 사회는 잘못된 사회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가치가 바로 '왜 사는가'에 대한 물음인데, 그 물음이 올바르지 못하다고 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니다. 


 물론 사회가 그렇기 때문에 사회의 흐름에 거슬러 나 혼자만 '왜 사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고민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점이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사회의 흐름에 따르며 살아도 잊지 말아야 하고, 자신의 흐름에 따르며 살면서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숙제다.


 혼자서 어렵다면 같이 하면 된다. 나도 청년이지만, '왜 사는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거친 물살을 혼자 헤쳐나가기는 어려운 법이니까.


 진짜 삶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들에서 시작된다. 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짜 삶이다. 답을 찾다 보면 그 길이 아닐 때도 있고,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순간들은 내게 고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올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다시 던지게 만드는 기회라고도 볼 수 있다.


 '나는 왜 사는가?' 치열하게 고민해보자. 그리고 답이 나왔다면 해보자. 그 답이 아니라면 다른 답을 찾으면 된다. 내 인생의 답은 결국 내가 찾아야 하는 법이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고민우체통'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 고민우체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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