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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Aug 26. 2024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2024년 8월 읽고 싶은 책 |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책속의 말

현실에서는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서로 얽혀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누군가를 우리가 정한 기준에 따라 이런저런 범주로 분류한다고 해서 우리가 같은 세상에 속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드러나지 않는 삶을 조명하는 것이 문학의 본령이다. 픽션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타인을 한마디로 규정하거나 칭찬과 비난을 퍼붓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고 타인의 불투명성을 인정하는 것은 난해한 책을 읽는 것과 같다. 그것은 위키피디아에서 제공되는 줄거리 요약본처럼 결코 쉽게 읽히지 않는다.
타인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헤아려보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위한 훈련이다. 우리의 모순적인 모습은 그 덕분에 우리가 어떤 범주로도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우리에게 득이 될 수 있다.




어릴 때 나는 내가 특별한 사람인 줄 알았다. 부모님은 내게 너는 특별한 아이라고 애정을 담아 말씀해주셨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원래 어릴 때는 자기중심적인 세계에서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러다 점점 커갈수록 여러 사람과 마주치며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실 아직도 그 과정에 있다.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서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길 바라곤 한다. 즉, 나는 ‘평범’을 나도 모르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작가 역시 비슷한 고백을 한다. 어느 날 병원에서 뇌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은 작가는 충격을 받았지만, 오히려 안도감을 느낀다. 자신이 이제껏 부족했다고 생각한 부분이 뇌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설명이 되는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며칠 뒤 작가는 그게 오진이었고 자신의 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 근본적인 물음을 마주한다. 왜 평범하지 않으면 안 될까? 무엇이 우리를 ‘평범’을 꺼리게 할까?

저자는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평범함의 중요성을 탐구한다. 문학 교수인 저자는 문학 작품을 인용하며 평범의 미덕을 강조한다. 프루스트나 조지 엘리엇처럼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작품 및 작가를 통해 평범함을 표현한 인물을 소개하며, 그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이 완벽주의에 집착하는 이유를 고찰하고, ‘평범’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고쳐나간다. 타인에게는 낯선 세계가 있는데도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로 그를 판단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그때 저자는 문학으로 타인의 삶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타인이 명확하게 분류되지 않는다는 것을 문학을 통해 알게 되면,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타인을 평가하기보다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성공이란 오롯이 나 스스로 이뤄낸 게 아니라고 말한다. 평범해 보이지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세상의 기반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런 기반이 없이 누군가의 성공이 이뤄질 수 있을까? 그렇게 따진다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하찮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평범하다고 간과했던 것이 사실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자는 한평생 자신이 평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고, 이 책은 저자의 그 여정을 함께 하는듯한 책이다. 누구보다 자신이 평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만, 저자는 오랫동안 완벽주의에 시달려왔기 때문에 이 책에서도 계속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그 점이 인간적이고 그 점을 통해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평범이란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과도 관련이 있다는 점을 짚은 게 좋았다. 무언가 뛰어나다는 것에 집착한다는 것은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것이고, 은연중에 타인과 경쟁 상태에 있으며 협력하기 어렵게 한다. 평범의 미덕을 알게 된다면 나뿐만 아니라 타인을 이전보다 이해할 수 있게 되리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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