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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 Sol Feb 23. 2019

물비늘의 소리

도루 강 근처에서 들었던 어쿠스틱 선율의 여운이 길다. 우연히 버스킹 공연을 하던 여성 두 분을 발견하여 약 40분 정도를 그 자리에 앉아 몸을 흔들었다. 음알못이지만, 듣기만 해도 편곡 능력이 대단함을 알 수 있었고 노래 실력, 분위기를 이끄는 힘들이 정말 좋았다. 이내 앞 쪽에 놓여있던 sns 계정까지 들어가 젬베같은(이름을 모름) 타악기를 두드리고 있던 여성분이 타투이스트인 것까지 알고 나니 그 순간이 더욱 힙하게 느껴졌다.



도루 강에는 크게 두 가지의 소리가 있었다. 첫째는 강을 가로지르는 유람선의 소리였고, 둘째는 저마다의 악기로 공간을 채우는 음악 소리였다. 난잡하게 떼로 모여 아이돌 춤을 추거나, 가창 대회를 하는 것처럼 원곡 그대로 악을 쓰며 부르는 홍대 일대의 장면들이 아닌, 여성분들의 음악을 듣고 있자니 절로 어깨가 흔들렸다. 그분들 뒤로 펼쳐진 도루 강의 물비늘도 같이 흔들렸다. 모든 것들이 융화된 이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런 감성적이고 온화한 순간들이 좋게 느껴질 때마다 ‘내가 여성으로 살다보니’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한 번씩 검열하게 되는데, 오늘만큼은 그런 생각을 버린 채 그 순간에 동화됐다. 듣기 싫은 음악 소리만큼 소음공해인 것이 없지만, 여행지에서 들려오는 좋은 음악들은 내게 있어 그 순간을 반드시 잊지 못할 장면으로 만들어준다.

공연이 끝나고 쉬는 시간, 남겨진 그들의 자리를 그린 짧은 드로잉 / 도루 강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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