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여길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이 문장을 몇 번이고 곱씹었던 때가 있다. 딱 반나절 있었던 그리스의 코스 섬에 있을 때였다. 지금까지 태어나서 그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본 적이 없었다. 터키에서 그리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경유지였는데 떠나는 순간 나는 알았다. 훗날 이 곳을 떠올리며 앓을 것이라는 걸. 올 일이 있을까-는 ‘없다.’가 섞인 답정너의 자조적인 되뇜이었다. 그리고 이 예상은 지난 몇 년간 때때로 적중했다. (더 이상 아님)
이 글은 그냥 여행 중의 짧은 소회를 밝히고자 하는 글인데, 더 이상 나는 첫 문장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코스 섬을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제는 그냥 거긴 그대로 묻어두고 다시 가고 싶진 않다.)
예전 유럽여행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아보자면 현재로서는 이것이다. 정말 좋은 곳을 보면서 여길 나중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 약 두 달간 배회하던 유럽에선 종종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 지나고 있는 여행지들을 다시 한번 밟고 싶다면, 언제든 갈 수 있겠다는 생각. 또 오면 되지. 스위스 여름에 또 오면 돼,라고 내뱉을 수 있는 것. (물론 돈을 엄청 벌어야 하는 건 팩트임. 갈길 먼 것 팩트) 그만큼 성장했음에 기쁘다. 이만큼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