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마시는 커피
카페 카운터에 서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을 처음 본건 이탈리아였다. 여행 가기 전 봤던 ‘카페에 가면 앉기 눈치 보일 것’이라는 문장들을 증명하듯 로마의 아침엔 많은 사람들이 선 채로 커피를 털어 넣고 카페를 떠났다.
그때는 마냥 그 광경이 신기했다. 그저 ‘나도 저렇게 서서 마셔야 하나?’ 생각하며 웃기 바빴다. 생경한 그들의 행동이 당시엔 참 재밌었다. 그게 다였다.
그리고 오늘 아침 리스본에서 그 장면을 다시 목격했다. 뭇 현지인들은 검지 손가락 정도의 작은 에스프레소 컵에 담긴 커피를 선 채로 마신 뒤 카페를 떠났다. 어떤 이는 두 모금으로 커피 한 잔을 끝냈다. 그 장면을 보고, 이제는 이렇게 생각했다. ‘뭐가 그렇게 바쁘길래.’
“유럽의 여유”, “여유로운 유럽 사람들”과 같은 어절을 이제는 믿지 않는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흐르는 센 강을 바라보면 당연히 여유가 흘러넘치겠지만 그 주변을 둘러싼 관광지에 여유라는 단어는 없다. 포화라는 단어가 더 어울려 보인다. (특히 성수기 때 파리나 이탈리아의 주요 관광지는 카오스라 부르고 싶기도 하다.)
남산을 생각해보고, 명동을 생각해보면 그렇다. 관광객으로 가득 찬 명동 한복판을 무슨 일이 있어 이따금씩 갈 때마다 나는 혀를 내두르기 바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왔지, 뭐 볼 게 있다고 여기를 왔지.
리스본의 거리를 물청소하던 직원이 생각난다. 아침 일찍 빵을 먹으러 거리를 나섰더니, 웬 청소부 한 명이 소방 호스 같은 것을 이용해 굽이진 비탈길을 씻어내고 있었다. 물의 압력이 어찌나 강한지 비가 오는 것 같았다. 물줄기에 전날 쌓인 낙엽과 쓰레기들이 밀려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처음 보는 장면은 내게 있어 여행지의 흔한 구경거리가 되었지만, 청소부 미간에 낀 자욱한 찌푸림은 지루한 일상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