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며칠 빨리 찾아온 생리(정혈) 첫 날. 하루를 거의 잠으로 보내며 뒤척이다 일어나 오랜만에 손열음 피아니스트의 실황 공연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라 캄파넬라' 앵콜 영상을 본 뒤, 자동 재생으로 틀어진 이 영상.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의 이름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분의 독주 영상은 처음 보았는데, 말 그대로 압도되어 경청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해당 영상이 촬영된 곳은 명동 성당이었다. '좌중을 압도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그 어떤 영상보다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몰입감을 전달해주는 영상이었다.
그리고 셀레브의 인터뷰 영상까지 찾아가게 되었다. '내 나이 칠순, 진짜 연주는 지금부터'라며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는 자신에게 실수할 기회를 주는 것을 권장한다. 살면서 두 개의 전공을 가져도 되고, 세 개의 전공을 가져도 되고, 내가 무엇을 할지 선택하는 건 나의 자유라는 것을 강조하신다. 길지 않은 영상이지만 대단한 인사이트가 있다.
'환갑잔치'라는 말은 옛 말이고, 시대가 변해 진짜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대 이후, 70대 이후 아직도 자신이 하는 일에 큰 열정과 에너지를 분출하는 레퍼런스는 잘 보지 못했는데 그 갈증을 딱 채워주는 영상이다. 오랜만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에게도 스스로 실수할 기회를 너무 없애버린 것은 아닌지, 나이가 들면서 실수에 대한 여유조차 없애버린 것은 아닌지.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