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남겨지는가

직장생활의 아이러니 속에서

by 개리 정

우리 직장은 남들이 안정적이다 여겨주는 직장이다. 어찌보면 부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항상 직장의 안정성에 대한 괴리는 월급과 직결되어 있다.


"너희는 안정적이니까 돈을 적게 받아"


라는 공식이 있는 것처럼, 월급이라는 문제, 세후·세전이라는 단어, 세금 왜 나에게서 떼어가는가라는 문제들은 20일마다 돌아온다. 문제는 안정적이라고 철밥통이라고 생각되는 우리 직장에 얼마 전부터 사람들이 퇴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은 바로 왜 내 기준에(대다수의 기준과 다른) 괜찮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나가냐라는 점이다. 사실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 내 나름대로의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은 모든 사람에게 착한 사람으로 여겨질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착한사람 컴플렉스'에서 완벽히 벗어난 신인류적인 사람이 나라고 여겨질 정도로 내 나름대로는 나와 맞는 사람, 편한 사람에게 더 잘 하자라는 것이 내 인간관계의 핵심 키워드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나가고 있다. 그 사람들과 함께 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내 나름의 신경을 쓰지만 그건 그 사람들이 우리 직장을 유지할 수 있는 주요 요건이 되진 않는다. 그러면 그 사람들에게 무엇이 중요한 요건일 것인가?


우선 여직원들의 경우 결혼으로 인해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 외지사람이거나, 또는 남편이 일하는 걸 원치 않는다던가(참 부러운 사람이다)라는 등의 다양한 이유에서 퇴사를 하게 된다. 또 남여 모두에게 해당되는 더 좋은 직장으로의 이직이다. 이는 나도 참 부러운데, 가장 좋은 퇴사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나에게 이러한 물음이 남는다. 우리 직장은 왜 좋은 직장이 될 수 없나? 나는 왜 이 곳에 남아있는가?


직장이라는 체계는 참 바뀌기 쉽지 않다. 정해진 인건비에서 일정한 상승이 있고, 경제적으로 주어지는 복지혜택들은 상승없이 정해진 금액 내에서 지출되어진다. 이는 고정적으로 예산책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회사라는 것들은 다변성을 가진 예산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이것도 만들었다가 저것도 만들었다가 할려면 인건비정도는 고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회사는 좋은 회사가 되긴 어렵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곳에 남아있는가? 이직의 이유로 퇴사하는 직원들을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다. 안 될거라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지금 기반을 잡아놓은 이 지역을 벗어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퇴근하고나면 피곤해서 뭔가 하고 싶지도 않고 격하게 멍때리고 싶다. 결국 용기도 없고 노력도 없고 열정도 없는 한낱 잉여스러운 직장인으로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인간을 쫄보라고 부른다. 나는 어쩌면 쫄보직장인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나와 친했던 직원이 나가게 되어 감정적으로 쓴 글이긴 하지만,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쫄보직장인, 그게 내 이름이 되어선 안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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