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의 효율성과 체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를 다니다가 체계가 없는 곳으로 오니 처음에는 자유로움에 행복했다. 내가 이번 주 어떤 업무를 할지 보고할 상사도 없고,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귀찮게 업무를 정리하지 않아도 되서 편했다. 그렇게 자유로움 속에서 행복해하다가 업무가 늘어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하다가 망하겠구나. 그래서 내가 직접 체계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불편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업무 공유가 되고,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일단 업무를 정리할 툴을 정해야 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업무 생상성 툴이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툴도 많고, 유료로 제공되는 툴도 많은데, 아직은 시작 단계니까 무료인 툴로 찾아보았다. 업무 생산성 툴은 이미 유명한 몇가지의 툴을 직접 사용해보고, 장단점을 비교해보았다. 나만 쓰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 쓸 예정이기 때문에 내가 편한 것보다는 같이 썼을 때 편하고, 쉬운 툴인 것이 중요했다.
가장 먼저 접한 업무 생산성 툴은 트렐로였다. 트렐로가 직관적으로 업무를 파악할 수 있고, 사용하기에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월간 계획이라든가.. 주간 계획을 정리하게는 부족했다. 데일리 업무를 파악하기에는 정말 좋지만. 역시 무료는 완벽한 툴이 없는 것인가? 싶다가 노션의 무료 선언!
사실 업무 체계를 잡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툴이 노션이었지만 팀원들이 사용하기에 어렵지 않을까 싶어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무료라니까 한번 써볼까? 싶어 테스트 기간으로 혼자서 일주일 정도 사용해보았다. 처음에는 적응기간이 필요했지만 익숙해지니까 편하기도 하고, 템플릿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점이 편했다. 내가 업무 정리용 템플릿을 만들어서 공유하면 팀원들도 사용하기 편할 것 같고, 그렇게 노션으로 정착하기로 마음 먹었다.
툴을 정했으면 어떤 내용을 담을지 정해야했다. 사실 이걸 정하는건 쉬웠다.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월간 계획을 먼저 정하고, 월간 계획을 쪼개서 주간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게 일간 계획을 세우면 되었다. 사실 이 모든 걸 다 담기에는 너무 복잡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노션은 생각보다 깔끔한 툴이었다. 오히려 텍스트로 적으니까 내가 해야 할 업무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고, 계획을 세우기 좋았다.
정리가 다 되었으면 팀별에 맞게 노션 템플릿을 변경하고, 공유하였다. 업무 협업 툴을 사용하는 데에 보수적인 회사라서 팀원들의 거부 반응이 있었지만 필요성에 대해 계속 설득하였고,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함께 사용하게 되었다.
스타트업은 정해진 업무가 없다. 따라서 업무를 정리하지 않으면 내가 오늘, 이번 주에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또 다른 팀이 어떤 일을 하는지 공유가 되지 않는다면 회사는 결국 산으로 가게 된다. 스타트업일수록 팀별로 업무가 공유되어야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이번 시스템 도입이 업무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효율적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달 뒤에는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열심히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