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속도
<마음의 속도>
멈춰 있는 듯한 시간에도
보이지 않는 걸음으로
조금 더 깊게
조금 더 단단하게
조용히 나를 키운다.
by 이은
가만히 있는 시간이 어렵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순간이
오히려 무거운 시간처럼 느껴진다.
무언가를 빠뜨린 것 같고
손은 뭔가를 해야 할 것 같고...
머리는 계속 무언가를 걱정하고 있다.
바쁘게 움직이던 하루 끝에
숨을 고르는 그 짧은 틈마저도
나는 제대로 쉬지 못한다.
아이가 어렸을 땐
넘어져 조금이라도 흠집 날까 봐
24시간 레이더망 풀가동
몸이 바쁘고
아이들이 커 갈수록
마음에 흠집이라도 생길까 봐 노심초사
하고 싶은 일을 잘 찾을 수 있을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험한 세상 좋은 것만 보고 살아갈 수 있을까?
조금 더 나은 것 조금 더 편한 것만 주고 싶은 마음에
숨 고르는 그 틈에도 내 마음은 늘 바쁘다.
잠시 멈춰 서서 나에게 속삭인다.
인생은 달리기가 아니라
숨 고르기도 포함된 긴 여행이라고,
숨을 고른다는 건
더 오래, 더 멀리 가기 위한 준비라고 말이다.
봄날 아무 움직임도 없는 것 같던
씨앗이 어느 순간 싹을 틔우듯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멈춘듯한 시간 속에서도
아이도 자라고 나도 자라고 있다고,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들이
우리를 천천히 단단하게 만들어 간다고 말이다.
때로는 천천히 걸어도 좋고
가끔은 멈춰 앉아 쉬어도 괜찮다고,
중요한 건 앞으로 가는 속도가 아니라
지금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걷고 있는지
지금 내가 어디쯤 있는지를
느끼는 일이라고 말이다.
오늘은 한 걸음 멈춰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