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고전에 재미와 영화라는 장르를 더하다
*영상 언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매우 주관적인 감상임을 밝힙니다. 배우의 연기, 연출, 구성 등에 대한 언급은 줄이고 영화의 '이야기' 자체와 영화의 이야기를 통해 확장한 브레인스토밍을 주로 쓸 예정입니다. 영화에 대한 추천지수는 본글에 앞서 별점과 흥행 예상 지수로 대신합니다.
별점: ★★★★
예상 흥행 관객수: 100만 명 / 지루할 수 있는 고전에 영화적 연출로 재미를 더하다.
"누구나 알지만 실제로 읽은 사람은 거의 없다."
고전이 갖는 맹점이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로미오와 줄리엣', '돈키호테'를 원서나 번역본으로라도 읽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고전은 세대를 넘어 오랜 시간이라는 혹독한 검증을 받고 살아남은 작품에 붙는 이름이다.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나가사와는 현대 문학을 읽지 않는다. 그는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 현대 문학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작가가 죽은 뒤 30년이 지난 작가의 책만 읽는다. 단 '위대한 게츠비'를 쓴 스콧 피츠제럴드만은 예외로 그는 "그 정도로 대단한 작가는 언더 파로 쳐준다"고 말한다.
이처럼 고전은 훌륭함(exelency)을 담보하지만 그 와 동시에 다수에게 거리감과 거부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클래식 자체가 그들만의 문화, 혹은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흔히 예술성의 반대말이 대중성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그 방증이다.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고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가장 대중적인 영화라는 장르에 가장 대중적이지 않은 고전을 내세운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필자도 유식한 감독의 나르시시즘이 되지 않을까라고 걱정을 한 것이 사실이다. 고전은 친숙하고 누구나 알아서 고전을 잘못 따라 했다간 그만큼 공격을 당할 부분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품 속에 고전을 조용히 넣어 아는 사람만 발견하는 재미를 주거나 오마주 하는 것이 아닌 고전의 제목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라니.
영화를 보기 전에 읽고 간 간단한 시놉시스 역시 걱정을 더했다. 영화는 대학생 시절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라는 영화를 졸업 작품으로 찍은 천재 감독이 광고계의 거물이 돼서 돈키호테의 배경이 된 스페인의 도시를 다시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분히 예술 영화처럼 보이는, 바꿔 말해 재미를 담보하지 않을 것 같은 줄거리였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혹시나 마블의 영화처럼 쿠키 영상이 더 있지는 않을까 하고 엔딩 크레딧을 한동안 쳐다봤다.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영화라는 장르가 갖는 기술적인 허용을 방대하게 사용한 것 같다.(전문가가 아니라 단정적인 표현은 삼간다.) 일견 뮤지컬을 보는 듯한 화려하고 웅장한 장면이 많았고, 과거와 현재를 교대로 넘나드는 복잡한 구성,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구성을 교차로 반복해 산만해질 법도 한데 내용을 따라가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만약 이 영화의 시놉시스 활자로 읽었다면 복잡한 구성과 현실과 환상의 교차 부분에서 껄끄러운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적인 연출로 적어도 필자는 영화가 전하는 스토리텔링의 흐림이 전혀 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고전을 재해석하고 풍자하고, 전복하는 구성도 좋았다. 생각 없이 스펙터클과 화려한 화면을 즐기는 마블의 영화(생각할 거리가 많은 엔드게임은 예외다)와 달리 영화를 보고 나서 동행과 얘기할 거리가 많은 영화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5월 23일 개봉. 절찬 상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