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첫 연애-에필로그

by 거짓말의 거짓말

처음 제목은 '한 달만에 여자에게 차인 이야기'였다. 그리고 1화는 소설보다는 실제의 과거를 기록한 수기에 가까웠다. 페이스북에 처음 1화를 올리면서 '좋아요'가 20개 이상 달리면 2화를 올리겠다는 전제를 달았었다. 평소 댓글이나 좋아요 같은 건 전혀 신경쓰지 않았는데 당시 너무 '벽을 보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요즘 쓰는 글 잘 보고 있어'란 말을 듣곤 했다. 하지만 실제로 온라인을 통해서 리액션을 보내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뭔가 댓글을 달기에는 부담스러운 글들이라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페이스북을 통해 인연을 맺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사람뿐이라 적극적인 리액션이 귀찮은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돌아보면 기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언론사 입사 준비반에서 생활했던 과거 몇 년간의 시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가끔 획일적인 시험용 작문이 지겨워질 때면 나는 주제어에 맞춰서 그럴듯한 야한 소설을 써서 걸어뒀다. 당시 같이 공부하던 15~20명가량이 주제어에 맞춰 글을 쓰고 게시판에 걸어두면 다른 실원들이 남의 글을 하나 골라서 첨삭을 하는 게 일이었다. 종종 내가 쓴 글에는 아무도 첨삭을 달지 않았다.


그때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 현직 기자가 된 선배의 말에 따르면 "내가 쓴 문제작을 대부분 실원들이 다 돌려봤지만 차마 첨삭에는 손이 가지 않았었다"라고 한다.


나름의 자기검열을 통해 이 정도면 됐다,라는 생각으로 나도 그 글을 썼을 터인데 나의 자기검열이란 것은 남들이 봤을 때는 '자기검열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구'라는 식으로 보였던 것 같다.


어쨌건 1화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나자 거의 30개에 가까운 ‘좋아요’가 달렸다. 내가 올린 포스트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약속대로 나는 2화를 써야 했다. 하지만 이쯤 되고 보니 '실화'라는 형태를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됐다. 2화부터는 소설로 변형을 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소설로 변화를 하면서 글의 구성을 정했다. 같은 사람의 이야기지만 화자는 크게 두 명(실제로는 1명)이다.


1,3,5,7 등 홀수화는 표출형 자아의 이야기다. 표출형 자아는 '사귀자'는 말을 30년 동안 한 번도 해보지 못해 '3번을 만나고 고백한다'고 사전에 정해야 그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겁쟁이다. 사귀기로 한 여자친구의 손을 잡을 때도 머릿속으로 '여자 친구한테 손 잡아도 돼? 하고 물어봐야 하는지 아닌지 엄청 고민하는 찌질남의 전형이다.


2, 4, 8, 10 등 짝수화는 내면형 자아의 이야기다. 내면의 자아는 표출형 자아와 달리 굉장히 냉소적이고 건방지다. 내면형 자아는 어딘가가 뒤틀려 있다. 대화 같은 것은 사이비(2화)라고 규정하거나, 지성적인 여자는 성적 매력이 전혀 없다(4화)는 등의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뒤틀림은 의도적인 뒤틀림이다. 가령 대부분의 사람이 사람을 볼 때 가장 먼저 겉모습(외모)을 본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런 속물적인 욕구에 대해 '나는 사람을 볼 때 대화가 통하는지가 가장 중요해'라는 말로 합리화를 한다. 하지만 소설이라면 그런 건 재미없다. 내면의 자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네가 대화가 잘 통해서 소울 메이트라고 생각하는 남자는 사실 다른 모든 여자와 대화를 해도 너랑 똑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 줄 알걸. 그럴듯한 미사여구와 완벽한 사랑의 밀담은 사실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의 증명에 다름 아냐. 사람이 진실하면 오히려 그 말은 어눌하고 바보 같아진다고"라고 산통을 깬다.


분열된 자아의 갈등은 굉장히 전통적인 이야기의 소재다. 이 글 역시 '8-2화'를 기점으로 분열된 자아의 화해가 암시된다. '8-1'화에서 "이름 있는 여자와는 잘 수 없었다"라고 말한 내면의 화자는 8-2화에서 사랑에 대한 연약하고 찌질한 고백을 한다. 말미에 '안'으로 칭해지는 내면의 자아와 '밖(박)'으로 칭해지는 표출형 자아에 대해 "분열된 이중인격이 아닌 동시에 존재하지만 그때그때 보이는 면이 다른 뫼비우스의 띠"라고 서술한 것은 그런 의미다.


11화까지 완결을 하고 나서는 전체의 제목을 ‘안과 박의 이야기’로 바꿀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글을 쓰는 사람은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 보통 10번에서 100번은 그 문장을 읽을 거다. 하지만 그것을 읽는 사람은 한 번도 그것을 깊이 집중해서 보지 않는다. 나도 남의 글은 대충 본다. 1화부터 11화까지 온라인 시대에 읽기엔 꽤나 긴 분량임에도 너무 불친절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사족을 남긴다.

뭐 이제 슬슬 두 번째 거짓말(소설)을 써야 될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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