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장부에
나는 슬픔이라는 무형자산이 산다.

by 운명의 재무제표

삶이라는 장부에 나는 슬픔이라는 무형자산이 산다.




평생을 인생을 숫자로 환산하는 법을 배우며 살았습니다.

차변과 대변이 맞지 않는 삶은 오답이라 믿었고, 모든 투입에는 그에 합당한 산출이 따라야 한다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은 때로 냉철한 학자의 논리를 빗나가듯

아무런 예고 없이 저를 자본잠식상태로 몰아넣었습니다.


내 인생의 가치가 0이 되는 순간들


몇 년간 이어진 죽음과 같은 번아웃은 제게 혹독한손상차손과 같았습니다. 회계적으로 자산의 미래 경제적 가치가 장부금액보다 낮아질 때 우리는 과감히 그 가치를 깎아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쌓아온 명성도, 통장의 잔고도 더 이상 제 삶의 가치를 증명해주지 못했습니다.

돈과 재물이 무의미해지던 그 시기에

저는 제 인생이라는 장부에서 가장 큰 자산이었던 의지를 전액 감액 처리했습니다.


냉철하게 세상을 분석하던 모든 이성은 마비되고 오로지 숫자가 사라진 자리엔 오직 표현 할 수 없는 고통만이 남았습니다.



고통은 매몰비용? 나는 투자자산이라 명한다.


사람들은 고통을 버려야 할 쓰레기나 이미 지나간 매몰비용으로 치부하곤 합니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와 보니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겪은 극한의 슬픔은 소멸하는 비용이 아닌, 공감과 깊이라는 이름의 무형자산으로 재평가 된다는 사실을.


평온함은 영업권과 같아서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삶의 실질적 가치를 지탱합니다.

고통은 그 영업권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혹독한 실사의 과정이었습니다.

이유 없이 삶이 무너지는 순간들은 ......

어쩌면 내 인생의 장부를 허위로 작성하지 말라는 엄격한 회계감사의 시간이었을지도...



다시 쓰는 인생의 재무상태



이제 저는 예전처럼 완벽한 대차평균을 맞추려 애쓰지 않습니다.

때로는 비용이 수익을 초과하여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인정합니다.

인생은 단기 손익계산서가 아닌 죽음이라는 폐업 전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속기업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고통 속에 있는 당신에게 감히 말씀드립니다.

당신이 겪는 그 죽음 같은 시간은 당신의 가치를 갉아먹는 손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미래 당신의 인생 장부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경험이라는 자본중에서 기초 잔액이 될 것입니다.

인생은 결말을 알 수 없는 영화와 같습니다. 분명한 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장부를 써 내려가는 주체라는 점입니다.


오늘 당신의 장부가 눈물로 얼룩져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조만간 맞이하게 될 인생의 흑자 전환을 위한 가장 정직한 기록입니다.






#인생철학

#회계

#번아웃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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