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손상차손 환입, 당신의 가치를 다시 공시하다
회계 장부에서 가장 차갑고도 단호한 단어, 바로 폐기입니다. 자산이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될 때나 혹은 그 형체가 남아있더라도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간주될 때 냉정하게 자산을 장부에서 지워버립니다. 존재의 삭제, 그것이 폐기.
많은 이들이 자신의 과거를 그렇게 대합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상처만 남긴 경력, 인정받지 못했던 헌신, 애써 버텼지만 결국 밀려났던 자리들....
우리는 스스로에게 가혹한 감사인이 되어 판결을 내립니다.
나 역시 그랬습니다. 외부에서 보면 화려하고 완벽한 궁궐같은 거대한 조직 안에서 없는 사람 취급을 받으며 버텼던 시간들.. 나의 노력은 당연한 소모품이었고, 나의 성실함은 장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들은 내 마음속 쓰레기통에서 이미 폐기 처분된 상태였습니다.
회계적 학문은 인간에게 절망만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손상차손 환입이라는 마법 같은 장치가 숨겨져 있습니다. 자산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해 손실로 처리했더라도 훗날 상황이 바뀌어 그 자산이 다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객관적 증거가 나타나면 장부는 조용히 수정됩니다. 한 번 버렸다고 생각한 가치를 다시 불러와 현재의 자산으로 복구시키는 절차입니다.
당시의 나에게 지난 20년은 분명 거대한 손실처럼 보였습니다. 견뎌야 했던 침묵과 무시들, 고립의 시간들... 그러나 이제 말과 글을 쓰는 현재 이 자리에 서서 보니 그 시간들은 전혀 다른 이름을 입고 돌아왔습니다.
그것은 타인의 고통을 단번에 알아보는 감각이었고,
어떤 풍파에도 꺾이지 않는 영혼의 내구성이었으며,
숫자 이면의 진실을 꿰뚫어 보는 독보적인 통찰이었습니다.
가치가 새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원래부터 존재하던 가치를 나는 이제야 비로소 확인했을 뿐입니다.
회계에서 자산의 가치는 그것이 놓인 환경에 따라 결정됩니다. 진흙탕 속에서는 100캐럿? 아니 1000캐럿의 다이아몬드조차 오염된 돌덩이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조직이라는 이름의 판이 가진 한계입니다. 조직이 요구하는 좁은 역할과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낮은 기준 안에 갇혀 있을 때
나는 아무리 값진 사람이라도 장부상에서는 오직 비용으로만 처리되었습니다.
활용되지 못한 자산은 기록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바로 판이 바뀌면 장부도 바뀝니다.
내가 딛고 선 판을 조직에서 세상으로, 고용에서 독립으로 옮겨온 지금 나.
나는 더 이상 나를 증명하기 위해 애걸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문제로 보였던 나의 상처와 경력이, 지금은 가장 강력한 신뢰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폐기되었다고 믿었던 시간들이 하나씩 우량 자산으로 재분류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들은 나와 당신이라는 우량 자산을 감당할 안목없는 그냥 부실한 감사인들이었을 뿐입니다.
이제는 당신이 직접 인생 장부를 작성할 차례입니다. 누군가의 편협한 기준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에서 스스로 새운 기준, 바로 당신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정교한 회계 기준.
버려졌다고 믿었던 그 시린 시간들 옆에 이제는 당당히 이렇게 적으면 됩니다.
계정 과목: 고난을 통과한 지혜 (무형자산)=>당신만의 인생무기
손상차손 사유: 타인의 무능한 평가=>당신의 잘 못아님환입
이제는 나와 당신이 스스로 세상에 공시하면됩니다. 당신의 진짜 가치는 이제야 제대로 측정되기 시작했다고.
30세의 내가 어떻게? 40세의 내가 어떻게 ? 50세의 내가 어떻게 ?
정말 중요한 사실은 인생에는 늦은 환입이란 절대 없습니다.
단지, 당신의 가치, 나의 가치를 확인하는 결산일이 오늘로 정해졌을 뿐.
정말 힘든 당신에게 이야기합니다. 파산신고는 언제나 가능합니다. 단, 한 번이라도 스스로 재상장하는 선택을 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