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내가 키우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내 아이를 내가 키울 수 있을까

by NICK e Y

긴급 수술이 끝나고

차가운 수술 침대에 누워 눈을 떴을 때,

작은 아기가 동그란 까만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 아기가 눈을 동그랗게 떴네!


간호사 선생님의 말이 생생하게 들렸다.

복댕아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 반가워.

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았지만

차가운 수술 방의 공기가 잠시나마 따뜻해졌고

아이에게 아.. 안녕 이라는 말밖에 못한 채

우리의 짧은 첫 대면이 끝났다.


나중에 알았지만 신생아는 눈을 못뜬다고 한다. 간호사 선생님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 아기가 엄마를 마음으로도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담고 싶었나보다.


임신기간 동안 (의사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10% 정도에 해당하는 극한 입덧을 겪었지만 뱃속의 아이와 교감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다른 행복이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육아에 대한 무게를 계산하는 건 잠시 미뤄두기위해 노력했다.


소중한 아기를 품에 안고 `내 아이, 내가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품에 안고 토닥토닥 재우는 오늘 이 순간에도 생각한다. 내가 낳은 내 아이, 내가 키우고 싶다....


얼마 전 EBS에서 대한민국 출생률을 테마로 한 다큐를 보게 됐다. 세 가지 서로 다른 에피소드로 그 첫 번째는, 함께 모여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함께 가치를 창조해나가는 비혼주의자들,

두 번째는, 출산률에만 집착하는 대한민국에서 정작 배려받지 못하고 있는 난임을 겪는 사람들,

세 번째 스토리는, 워킹맘의 육아를 다뤘다.


비혼주의, 난임 이야기 모두 내게 영감으로 남았지만 워킹맘의 육아 이야기는 늘 내가 고민했기에 해결책 없이 마음만 아픈 공감을 했다.


보통 어린이집은 4시면 일과가 끝나는데 워킹맘의 아이는 8시가 다 되도록 늦게까지 홀로 엄마를 기다린다. 엄마와 놀고 싶은 아이는 조금만 더 한번만 더 하며 캄캄한 놀이터에서 논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집 정리, 아이 목욕, 저녁 준비 등 집안 일, 매일 육아를 하고 한편으로는 정시 퇴근으로 마무리 짓지 못하고 온 회사일이 신경쓰인다.


이런 육아에 있어서 하소연할 수도, 아이를 키우며 일도 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대한민국이 누구나 육아를 하는 게 아닌 그저 일부의 일이기 때문이다. 보통은 이런 일에 "누가 아이를 낳으래?", "그럼 일을 안하면 되잖아"라는 식의 손가락만이 돌아올 뿐이다.


출생율 어쩌고 하면서 아이를 낳으면 나몰라라 하는 사회 분위기가 원망스럽다. 반면에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계획하지 않는 부부에게 이기적인 시선을 주는 사회가 어처구니없다. 이런 식이라면 당연한 결과지 아니한가. 그렇다고 바뀌기 힘든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내가 사장이어도 내가 이 모든 건 겪어보지 못한 사회인이라도 임산부 직원, 워킹맘 직원을 배려해야하는 상황에 짜증날 수 있다.


왜 너희 친정엄마가 안봐주신대?

우리 엄마는 (다른 조카를) 사랑으로 키워줬는데-


결국 일을 하면 육아가 걱정이라는 내 얘기에 시누이의 물음이 재미있다. 아이만 낳아봐, 내가 다 키워준다!고 호언장담하시던 시어머니는 쓱 방으로 들어가버리신다.

가끔 조부모가 육아를 대신해주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친구들도 이렇게 말한다. 씁쓸하고 안타까운 말이다. 왜 조부모는 한평생 본인 자식을 키우고 손주까지 키워야하는지. 그걸 또 왜 당연히 여기는 건지.


나도 내 아이를 내가 키우고 싶다. 아이가 엄마라고 말하는 순간도, 되집기를 하고 기어가는 순간도, 귀여운 다리로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첫 순간도 함께 하고 싶다. 그저 부자 남편을 선택하지 않아 나도 일을 해야하는 것? 공부 열심히 하고 남들만큼 잘 했지만 더 열심히 해서 사 자들어가는 전문직이 아닌 것? 프리랜서로 가당치 않은 직업을 가졌던 것?을 원망해야할까. 단지 이 사회에서는 내가 낳은 내 아이를 내가 키우는 게 욕심인 걸까.


앞서 언급한 다큐에서 워킹맘의 물음이 가슴에 박힌다. 시댁에서 아이를 봐줄테니 놓고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이를 놓고 한달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얼굴만 보러 간다면 이 아이가 도대체 내 아이인지 그게 삶에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