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아기와 함께 보낸 첫 설 연휴에

by NICK e Y

아기가 본인만 보면 울어댄다며,

쟨 왜이렇게 까다롭니.

배고파서 운다고,

우리 아들은 안그런데 너가 어릴 때 성격이 급했니.

목욕할 때 자세가 불안해 우는데도,

(다른 손자는) 순한데 얜 왜이러니. 아기들은 목욕 좋아하는데 얜 이상하다.


세상에 빛을 본지 겨우 5개월도 채 안된 아가는 거기서 엄마와 둘이 지낸 100일을 빼면 정말 한 두달차 된 아가가 뭘 잘 알아서 낯선 사람에게 예의를 차리고 울지 않고 쌩글쌩글 웃어줘야한다는 건 도대체 어느 행성 법인지 모르겠다. 5개월동안 얼마나 아가에게 얼굴을 안보였으면 아기가 낯설어할런지 이걸 아기탓을 굳이 해야하는지 의문이다. 처음보니 당연지사.

차라리 200일도 안된 아가가 사람 얼굴을 기억한다고 영특하다 표현하는게 백번 낫겠다.


아긴 다그래요, 아기라서 그래요.

아니다, 저건 성향이야. 사람을 저렇게 낯설어 해서 어쩌니.


5개월 내리 곁을 지키는 엄마도 어떤 성향을 지닌 아이인지, 얼마나 멋진 잠재력을 가졌는지 알 수 없는데 단 몇 분 본 할미가 저렇게 손자를 대번 이상한 애, 사회에 적응 못하는 아이로 만들어버리는 게 이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과연.


내게 육아교육이라하면 출산 전 부부교실과 한 권의 아이 감정 관련 책 그리고 장난감도서관서 아동학대 강의를 들은 게 전부다. 그리 배울 게 많은 매우 무지한 내가 보기에도 내 아이에게 저러한 관점과 말들이 얼마나 상처가 될지 불보듯 뻔하고 이미 말 못하는 아가가 그 뾰족한 말들을 고스란히 흡수했을 것 같아 속이 타들어간다.


내가 애를 얼마나 키웠는데.

너보다 내가 훨씬 잘 안다.


아이를 키우는 스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하는게 아니다. 당신은 나보다 기저귀를 수천 번 더 먼저 갈았을 것이고 힘들고 두려운 순간을 먼저 겪었기에 경험이 어린 엄마와는 지혜의 크기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지금 이 아이를 키운 것이 아니며 육아 스킬 레벨은 겨우 5개월이지만 최근에 경험ing인 내가 더 높을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 시댁과의 불편함(갈등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그건 쌍방이 인지했을 때니깐)은 며느리가 엄마가 되고부터 더 심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도 과거 누군가의 며느리였고 지금 누군가의 며느리, 동시에 딸, 엄마로 살아가며 내리사`람`에게 내세우는 잣대가 더 가혹하다. 공교롭게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니 말로 전해지는 정신적 폭력이 날 더 괴롭게 한다. 사람의 마음이 동그랗고 어여쁜 달걀과 같다면 결혼이라는 제도는 겉으로는 큰 문제없어보이지만 집집마다 누군가의 달걀 껍질은 바스르르 금이 가고 있는지 모른다.


누나는 저리 얘기해도 뒤끝이 없잖아.


누구를 기준으로 말하는 걸까. 본인이 뒤끝없으면 뭐해. 이미 다른 사람의 마음은 다 멍들어 있는 걸. 나중에 우리 아기가 친인척의 비교와 뒤끝없는 말들 속에서 상처받을까 두렵다. 예전 세대 엄마들은 나는 괜찮지만 아이는 그런 환경 속에 고통받게 하고 싶지 않다할 수 있지만, 전혀 아니다. 일단 나도 안괜찮다.


그냥 무시해버려. 매일 보는 것도 아닌데.

(우리 가족에게) 너무 뒤집어 씌우는 거 아니냐. 언제 그랬다고.


여자는 감정이 중요한 동물인데(여자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나는 말이다. 나랑 결혼했으면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철딱서니없이 말실수나 해버리는 남편에게 화살을 겨누게 된다. 도대체 저 남편까지 저러면 난 남편 포함 저 집안 사람들을 왜 수고스럽게 상대하고 있는건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우리나라 결혼이라는 제도에 숨겨진 풍습들이 정말 괜찮은 걸까. 왜 결혼한 사람은 미혼인 친구들에게 결혼은 조금 늦게 해도 괜찮아, 넌 결혼하지말고 혼자 살아라.라고 말같지도 않은 조언을 하고 있는지 사회적으로 누가 좀 뜯어고쳐주면 좋겠다.


이대로라면 난 아마 결혼 그 시작이 잘못됐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좋아서, 어려운 일이 있어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서, 내 삶을 함께하고 싶다고 선택했던 내가 어리석은 것이다. 당신이 아닌 당신 어머니가 혹은 누나들이 너무 좋아서, 내 가족 삼고 싶어서, 님 집안에 기여하고 싶어서 결혼했어야했다. 제길.


#할많하않 #감정적순간 #지금은지나간볼빨간주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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